개방적 성(性)풍속과 더불어 의료 및 교육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피임에 대한 인식이 저조한 상태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높은 인공유산율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는데, 잠정적 집계에 따르면 매해 태어나는 아기가 70만 명인데 비해 인공유산 건수가 150만 건이나 되는 놀라운 숫자로 추정되고 있다.
 즉, 매년 가임 여성 100명중 15명이 인공유산으로 인한 건강상 위험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인공유산으로 인한 합병증은 생각보다 심각하여 골반내 염증과 자궁에 대한 손상으로 장차 불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정작 아기를 낳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 아울러 인공유산에 들어가는 경제적 손실도 대단히 크다.
 보건사회연구원의 1997년 출산력 등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혼여성의 절반이 한번 이상의 인공유산을 경험하였고, 평균적으로 가임 연령 기간 중 두 번의 인공유산을 경험한다고 한다.
 기혼여성의 80.5%가 피임을 실천한다고 밝혔음에도 이렇게 인공유산율이 높다는 것은 아직도 한국여성들이 선택한 피임법의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혼부부의 피임법으로는 약 40%정도가 불임수술을 택할 정도로 불임수술이 가장 널리 퍼져 있는데, 비가역적 피임 방법이므로 직장생활 등의 이유로 임신이나 출산을 뒤로 미루고자 하는 젊은 여성이나 부부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가역적인 피임법중에서는 콘돔과 자궁내장치가 기혼부부의 15%와 13%에서 사용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이용률을 보이고 있는데, 흔히 피임약이라고 부르는 먹는 피임약은 가임여성의 1.8%정도만이 사용하여 다른 피임법에 비해 사용률이 현저하게 뒤져 있다.
 피임약 복용률이 거의 미미한 우리나라에 비해 네덜란드는 40%, 독일은 30%, 영국은 25%, 미국은 15% 정도의 가임여성이 먹는 피임약을 사용중이다. 먹는 피임약의 경우 정확한 복용법만 지켜준다면 그 효과는 불임수술의 효과에 버금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에서 먹는 피임약의 복용률이 저조한 이유는 일반인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몇가지 오해에서 비롯되는데, 대표적으로 체중증가와 여드름을 들 수가 있다. 예전의 호르몬 함량이 많았던 피임약을 복용했을 때에는, 수분 저류에 의해서나 식욕증가로 인하여 체중 증가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현재의 저함량 피임약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된다.
 또한 최근 개발된 피임약은 여드름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특정 성분의 먹는 피임약은 여드름이 있거나 얼굴에 체모가 많은 여성에게 치료를 목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아울러 피임약 복용시 얻을 수 있는 잇점으로는, 불규칙하던 생리주기가 규칙적으로 되며, 생리통이 경감되고, 생리량이 감소되어 철 결핍성 빈혈의 위험이 감소되며, 월경전 증후군 등이 개선된다.
 특히 생리통에 대한 효과는 대단히 좋아 특별히 해부학적 원인이 없는 생리통에 대하여 처방했을 시 90%정도에서 효과가 있어, 반드시 피임 목적뿐만이 아니라 생리통의 치료에도 쓰이고 있다 또한 먹는 피임약을 장기간 복용 시 난소암, 자궁 내막암, 난소 낭종의 예방효과가 있고, 골반염질환과 자궁외 임신 및 양성유방질환에 대한 예방효과도 있다. 단, 고혈압, 당뇨, 간염, 정맥혈전증을 가지고 있는 여성등은 피임약 사용을 금하여야 한다.
 흔히들 루프로 불리우는 자궁내 장치는 3-5년까지 높은 피임효과를 보장 받을 수 있으나 생리통, 생리양의 증가, 분비물의 증가가 올 수 있으므로 평소에 이러한 증상이 있는 여성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궁내 장치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키 위해 비교적 최근에 나온 피임법으로는 황체호르몬 함유 자궁내 장치(미레나)와 피부 밑에 삽입하는 피임장치(임플라논)가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은 매일 먹는 번거로움 없이 각 각 5년, 3년 간의 거의 완벽한 피임을 보장받는 다는 것이며, 생리통 및 생리양의 감소효과가 매우 높아 이로 인해 고통받는 가임 여성들에게는 매우 적합한 피임 방법이다. 단점으로는 가격이 기존 자궁내 장치에 비해 비싼 것이 흠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피임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의사와 상의 후 시행함으로써 즐거운 성생활과 아울러 일상 생활의 건강함을 도모하는 현명한 여성이 되어야겠다.
/ 산부인과 전문의 배 종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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