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서 ‘사기’에 ‘조령모개(朝令慕改)’라는 말이 나온다.‘나라에서 아침에 명령을 내렸다가 저녁에 뒤바꾸는 바람에 할일이 많은 백성들로서는 그것을 지키기 힘들다’는 뜻이다.
 농림부의 ‘러브米’마크 인증취소사태를 보면 천여년전 역사책에 수록된 ‘조령모개’라는 말이 왜 여전히 유용하게 쓰이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농업인들이 왜 정부의 농업정책에 대해 그토록 불신감을 갖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의문이 풀린다.
 당초 러브米 마크의 인증취지를 살펴보면 이번 농림부의 태도는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들만큼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고유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1천200여종의 브랜드쌀중 최고의 쌀을 가려내고 러브미의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품질평가 기관으로 농산물품질관리원, 식품개발연구원, 농촌진흥청등 공신력있는 기관을 모두 동원해 과학적인 기법으로 평가했다.
 이와함께 70명의 엄선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기호도까지 조사해 선정과정에서 ‘잡음’이 생기는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이렇게 뽑힌 청원생명쌀과 진천쌀등 12등까지는 올 1년간 러브미(LOVE 米)마크를 붙이고 쌀을 판매할수 있도록 했다.농림부의 후원으로 열린 행사인 만큼 이는 정부가 품질을 보증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농림부는 여주·이천등 탈락한 지역의 반발이 생기자 이제와서 러브미 마크를 사용하지 않도록 구두로 통보했다고 우기고 있다.
 나아가 러브米 마크 인증서를 발급받지 않고 사용했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라며 시중에 유통중인 쌀은 회수하라고 생떼를 부리고 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더욱 가관인것은 주최측은 가만히 있는데 후원기관인 농림부가 별다른 납득할 만한 사유도 없이 러브米 인증을 취소하는등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때문에 각종 농업예산을 받아야할 입장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어도 나중에 예산문제등으로 ‘앙갚음’이나 불이익을 당할까봐 릫벙어리 냉가슴릮만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농림부는 그동안 DDA및 쌀 재협상에 따른 시장개방 확대 전망, 쌀 과잉기조, 소비자 기호의 다양화등 급변하는 쌀 유통여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고품질 쌀 생산과 유통의 정착이 시급하다고 주장해왔다.그것이 러브米 인증이 생기게된 배경이기도 하다.
 농림부의 소신없는 조령모개식 농정은 결국 농업인들과 자치단체만 힘들게 하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증폭시킨다.이런점에서 농림부의 현명한 판단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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