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이창근 충남문화재단 이사·충북도 무형문화재 전문위원

콘텐츠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필자는 문화의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공연장, 문화재를 업무 때문에 수시로 방문한다. 개인적으로도 여가와 휴식을 위해서 자주 찾곤 한다. 하지만 이 공공문화시설이 휴관 상태다.

당초 6월 15일부터 개방이 재개될 예정이었던 공공문화시설이 수도권 중심으로 확산세가 지속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운영 중단이 연장됐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안전상 불가피한 조치다.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심리상태, 마음의 안식이 중요하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미술 작품의 감상, 독서는 물론 공연 관람, 궁궐과 왕릉의 문화재 탐방까지 모두 우리를 위로해주는 문화다.

그중에 조선왕릉이라는 문화재가 있다. 우리가 어렸을 적부터 소풍으로, 문화답사로 다녔던 서오릉, 선릉, 태릉, 동구릉 등이 모두 조선왕릉이다.

조선왕릉 40기는 조선왕조의 자연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 당시의 세계관과 정치사, 예술적 역량은 물론, 현재까지 이어지는 조상숭배의 전통을 보여주는 유산이다. 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세계인이 향유하는 문화유산이다.

전국 대부분의 문화유산을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지만, 이 조선왕릉과 궁궐은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문화재다.

지난해 1월에는 궁궐과 조선왕릉의 효율적인 보존과 활용을 위해 궁능유적본부가 문화재청 소속기관으로 출범하기도 했다.

궁능유적본부는 궁궐과 조선왕릉을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유산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에 하반기로 연기된 궁중문화축전은 10월에 개최되며, 9월에는 처음으로 조선왕릉문화제를 연다고 한다. 또 세계 속의 한국문화 확산을 위해 궁궐을 한류 콘텐츠의 제작장소로 적극적 개방할 계획이라고 한다.

왕의 생활공간이었던 궁궐에서의 궁중문화축전, 종묘와 사직에서는 조선시대의 국가제례인 종묘대제와 사직대제, 왕릉에서는 조선왕릉문화제까지 문화유산 현장도 이제 복합문화체험장으로 진화했다.

오래전 문화유산을 건축물로써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던 방식에서 이제는 다양한 방식의 체험장소로 변모했다. 문화재를 보는 것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정신문화와 예술, 콘텐츠까지 듣고 느끼게 한다.

지난 5월 궁능유적본부는 '조선왕릉 숲길 9선'을 구성했다고 한다. 평상시 우리가 휴식과 명상으로 마음까지 치유될 수 있는 산책코스다. 필자도 가보려던 찰나에 공공문화시설 휴관으로 못 가봐, 아쉬움이 크다.

조선왕릉은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신의 정원'이라 불릴 만큼 울창한 왕릉 숲길은 걷는 내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휴식의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여행 활성화를 목표로 당초 6월에서 연기된 2020 특별 여행주간을 7월 1~19일까지 추진한다고 한다. 관광지 방역과 안전 점검을 최우선으로 침체된 지역 상권을 살리는 관광경제 진작이다.

조선왕릉, 궁궐을 비롯한 수도권 소재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공공문화시설과 문화재의 개방도 하루빨리 재개되길 기대한다.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이창근 헤리티지큐레이션연구소장·충남문화재단 이사

그래서 하반기에 개최될 여러 축제와 공연, 예술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커진다.

과거에는 일상적이었던 문화활동과 여가생활, 지금은 누리지 못하고 있지만, 그것들에 대한 기대를 잘 충족시켜 주는 것도 중요하다. 지금은 치유의 메시지로 콘텐츠에 오늘의 시대정신, 미래의 희망을 담은 공감할 수 있는 기획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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