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521년 백제의 무령왕은 중국 양나라에 사신을 보내 '누파구려 갱위강국(累破句麗 更爲强國)'을 선언했다. 고구려를 여러 번 깨뜨리고 백제가 다시 강국이 되었음을 대내외적으로 공식 선포한 것이다. 그로부터 1500년이 되는 해가 내년인 2021년이다. 충청남도와 공주시, 부여군이 내년 제67회 백제문화제를 '2021 대백제전'으로 개최한다.

백제의 높은 문화적 가치 계승ㆍ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백제문화제의 전국화 및 글로벌 축제로의 도약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국제행사와 기존축제를 절충한 국가적 규모의 축제로 개최한다.

1955년 부여 백마강변에서 백제의 원혼을 기리는 수륙재로 시작되어 오늘날에 이른 백제문화제는 충청인의 희로애락과 함께한 축제다.

2021 대백제전은 충청권을 아우르고 700년의 백제 역사를 품을 수 있는 역사문화축제다. 또한 2021년은 한국 고고학의 위대한 발견으로 손꼽히는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 그 의미를 더한다.

2010세계대백제전 이후 11년 만에 다시 열리게 될 '대백제전'이라는 메가이벤트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백제문화제재단이 한양대학교 부설 관광연구소(소장 이훈 교수)와 함께 「2021 대백제전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연구」를 한창 추진 중이다.

올해 가을 열리는 제66회 백제문화제는 내년 대백제전의 테스트이벤트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축제를 취소하지는 않으나, 축소되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집단행사의 프로그램 위험도가 높지 않은 제례 위주의 오프라인 진행과 온라인상에서 축제콘텐츠를 체험하는 언택트(비대면) 프로그램 방식의 축제다.

위기는 기회다. 오히려 2021 대백제전 준비를 위한 기반 구축과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을 수 있다고 본다. 좋은 작품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 이 백제문화제라는 작품을 만드는 조직도 개선됐다. 기관 명칭이 (재)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에서 (재)백제문화제재단으로 변경됐고, 상임기관장(대표이사)도 리더십과 전문성을 지닌 민간인사가 취임하여 순항하고 있다.

백제문화제재단은 2007년 출범 당시부터 이미 파견공무원과 민간직원으로 구성된 재단법인이었으나, 이제 기관 명칭에 '재단'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여 문화전문기관의 위상까지 확보했다.

앞으로 대백제전 준비를 위한 단계별 지원조직 확대와 인력 확충이 백제문화제 성공의 근간이 된다. 축제를 이끄는 조직과 사람에 힘을 보태야 한다.

백제역사를 소재로 한 축제의 교류와 협력이 중요하다. 즉 지역 간 연대와 합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백제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전국은 물론 세계인들에게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파급력이 생긴다.

백제의 건국신화는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온조가 백제를 세웠다고 기록되어 있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의 첫머리에 실린 내용을 보면 '백제는 주변 국가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켰고, 그 과정에서 백제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중국과 한반도, 일본의 여러 나라는 백제를 통해서 긴밀하게 연결되었고, 점차 공통의 국가체제와 사상·문화를 공유하는 문화권을 형성하였다'고 적혔다.

백제는 서기전 18년 한성을 중심으로 성장하여 웅진, 사비로 수도를 옮기면서 찬란한 동아시아 교류의 문을 열었다. 오늘날 공주·부여·익산 등 백제왕도에는 공주 공산성, 부소산성, 미륵사지 등이 있으며, 그 백제역사유적지구는 201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백제는 오늘날의 수도권과 충청권, 호남권 문화의 원조였고, 한류의 시초였다.

백제역사로 전국을 연결하는 킬러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한성백제부터 웅진백제, 사비백제를 거쳐 익산백제까지의 백제 천도 길을 현대적 관광코스로 재해석한 백제문화 루트(Route)를 만드는 것이다. 경기 하남과 서울 송파에서부터 충남 공주와 부여, 전북 익산을 잇는 가칭 '新백제로드'다. 백제문화 관광 상설프로그램인 동시에 2021 대백제전을 전국적으로 알리는 프리이벤트(Pre-event)로 제격이다.

한류는 그동안 케이팝, 드라마 등 대중문화 위주였다. 다행히도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양한 장르로 한류를 넓혀나가는 '新한류' 정책을 펴고 있다.

이 한류의 원천이 우리의 정신문화와 문화유산이다.

한류의 원조인 백제문화는 대한민국의 소중한 자산이다. 지역을 연결하고 나아가 한류 확산의 플랫폼으로 그 빛을 발할 글로벌 페스티벌이 2021 대백제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