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보자'식 퍼주기 경쟁 과열에 空約 우려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이번 6.1 지방선거의 특징은 '현금 퍼주기 경쟁' 등 선거사상 유례없는 선심성 공약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가 내걸만한 공약을 재보궐선거에 나선 국회의원 후보, 광역단체장이나 교육감 후보들이 앞다퉈 공약하면서 대통령을 뽑는 선거인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이들이 내놓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나 시·도교육청으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주민과 약속한 공약(公約)이 자칫 '빌 공(空)'자의 헛된 약속(空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공약은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속셈이 깔려 있어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를 당선 도구로 악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선거기간만이라도 후보자들이 내거는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한시적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대 이슈를 불러온 김포공항 이전 공약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김포공항을 없애고 청주국제공항이나 원주공항을 이용하면 된다고 공약했지만, 구체적인 이전 재원이나 인근 공항을 이전할 경우 교통대책은 쏙 빠져 있어 수도권 유권자는 물론, 김포공항을 이용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의 급감을 우려한 제주도민들의 반발까지 불러왔다.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로 연결하기 위해 KTX용 해저터널을 뚫자는 주장도 내놓았지만 그 역시 허무맹랑한 공약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전남 보길도에서 제주까지 73㎞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터널을 뚫는다는 공약은 그동안 안전문제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공항이나 고속철도, 해저터널과 같은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은 중앙정부가 수년간 타당성 조사를 거쳐 경제성(B/C)이 나와야 하고, 천문학적 예산까지 투입해야 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라는 점에서 제 주머닛돈을 쌈짓돈 처럼 여기는 허황된 공약에 대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 쏟아진 현금 퍼주기성 공약은 또 있다. 바로 '시내버스 무료화' 공약이다. 세종시의 경우 한해동안 5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시내버스를 전면 무료화할 경우 시 재정이 파탄직전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괜히 나온 지적이 아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부들에게 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의 가사수당을 지급한다거나, 심지어 음식물처리기 구매비용을 지원하겠다는 공약까지 쏟아졌다.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이에 뒤질새라 현금 퍼주기성 공약을 남발했다.

예컨대, 1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학년 예·체능 학원비 지원을 공약으로 내세우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교통·도서 및 스터디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학생 용돈 바우처를 지급하겠다는 황당한 공약까지 제시됐다. 제 주머니에 들어있는 쌈짓돈을 풀어줄 것도 아니면서 학부모들의 환심을 사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깔린 몰염치한 공약이다.

세종시교육청의 경우 지난해 총 예산이 1조40억원이고, 이 중 51%인 5천260억원은 인건비·국고보조사업비·교육급여 지원 등 법령이나 조례에서 정한 의무지출 비용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공약을 내건 교육감이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독단적으로 실현할 가능성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더욱이 35%인 3천620억원은 학교운영비, 학교 신·증설·학교교육환경 개선비 등 경상지출 및 시설사업비이기 때문에 재량사업비로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은 1천500억원에 불과하다.

참여자치시민연대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민생경제가 휘청이고 있는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고유가·고물가·고환율의 '3각 파도'가 가정경제를 덮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나라 안팎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선거가 국민들에게 한줄기 희망을 주기는커녕 정치혐오를 불러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직격했다.

이 관계자는 또 "허황된 공약으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는 맹랑한 공약을 내거는 후보에 대해서는 당락에 관계없이 책임을 지울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 땅에 선거문화가 도입된지 70년이 넘어선 만큼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거제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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