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코로나19 변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오미크론이 잡힐만 하니 다시 반인반수란 별명을 가진 센타우러스(Centaurus) 변이가 전세계적으로 굽속히 확산되고 있다. 변이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이제 사람들의 마음도 지쳐가는 듯하다. 처음 발생 당시만 해도 백신과 치료제만 개발되면 모든 상황은 종료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갈수록 태산이란 말처럼 전파력이 더욱 강해진 변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코로나는 결국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비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밉소스와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에 의하면 미국민의 78%가 코로나는 평생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백악관 바이든 대통령 주치의도 코로나19는 영원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이제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펜데믹 속에서 사람들은 절망감과 두려움을 갖는다. 그럼에도 희망을 느낄 수 있다면 이는 더없는 행복일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마주하는 삶은 늘 버겁고 힘들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펜데믹 상황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니체의 '아모르 파티(amor fati)',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를 다시 꺼내든 이유다. 운명은 모든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닥쳐오지만 이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이런 운명의 필연성을 긍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적극성을 보이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세계가 마비되는 상황에서 니체의 아모르 파티는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지혜를 준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상황을 인간 탐욕이 부른 결과로 해석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운명적 상황이다. 나라에 따라서는 수백,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비극 속에서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그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삶은 어떤 상황이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나는 춤출 수 있는 신만을 믿는다. 춤을 추기 위해서는 몸은 가벼워야 한다"고도 했다.

의문점이 생긴다. 이런 팬데믹 상황에서 춤을 추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미 이런 춤판이 벌어지고 있다. 예컨대 누군가는 그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찾는 노력을 한다. 누군가는 기존의 삶의 방식을 버리고 자연으로 들어간다. 귀향도 한다. 또 누군가는 펜데믹 이전의 루틴을 버리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자신을 투영한다.

니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절대자 대신 자신의 영혼을 찾으라고 말한다. "있는 것은 아무 것도 버릴 것이 없으며, 없어도 좋은 것이란 없다". 그렇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현실을 긍정하라는 권고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실을 긍정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중요하다. 이런 니체의 생각을 '디오니소스적 긍정 철학'이라 말한 경우도 있다.

인간의 의지는 세상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닌다. 지금 위세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도 결국 인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인간은 어떤 펜데믹이 다시 온다 해도 끝내 이겨낼 것이다. 인간에게 의지가 있는 한 포기는 없다. 서양 속담에 신이 문을 닫을 때에는 반드시 다른 문을 열어놓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상황이 그런 경우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 힘들어하고 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그때까지 현실을 긍정하며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누군가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고 선남선녀들은 인륜지대사인 결혼을 망쳤다. 취업을 해야 하는 청춘들은 시험을 앞두고 시험 취소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코로나 후유증과 일상의 제약으로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그나마 니체가 답을 주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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