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조성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

지난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록페에 커피차 보낸 경찰' 이라는 제목의 사진이 올라와 화제라는 보도를 접했다. 매년 여름 인천에서 열리는 록 페스티벌로 2006년부터 개최됐다고 하니 15년이 훌쩍 넘었다.

올해도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주말을 뜨겁게 달군모양이다. 그도 그럴것이 코로나 19 여파로 2년 연속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3년만에 대면으로 열렸고 그때문인지 역대 최다 관람객인 13만 인파가 몰려든 대형축제였다.

그런데 여기에 관할 경찰서가 무료로 커피를 제공했다니 제하의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다, '락 페스티벌 끝난 뒤 음주단속 때 만나요'라는 제목과 다소 코믹하기도 엽기적이기도 한 표정을 짓고 있는 흑백 포돌이 사진과 함께였다. 표현인 즉슨 락 페스티벌 개최는 축하하지만 취한 상태로 운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경고한 셈인데 시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관련 기사에도 '광란의 분위기와 음주가 곁들여지기도 하는 록페스티벌의 특성상 경찰이 음주 운전 단속을 함에 있어 기존의 틀에박힌 홍보전단지 나누어주는 식의 캠페인 보다 눈에 잘 들어오는 좋은 기획이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한글과 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씨도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에 댓글을 쓰던 아이들이 기성세대가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라는 어느분의 창의적인 해석에 격하게 공감된다"고 자신의 SNS에 이 커피차 이미지를 게시하기도 했다.

록페스티벌 같은 축제와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주최측에서도 많은 인파가 몰리는 특성상 사고를 대비해 외부 술 반입을 금지하거나 음주가 불가능한 것으로 못박아 두고는 있지만 대다수는 이를 지키지 않는다.

그리고 과도한 음주가 아니라면 음악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록페스티벌이라는 유사 행사들은 외국에서도 비슷하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상자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이번 홍보전략 덕분인지 실제 행사장 주변 음주 단속 적발이나 관련 사고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들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은 아니었겠지만 커피차를 보고 경찰이 단속하겠구나 하고 대리를 부르거나 '음주운전하면 안되지' 하는 의식의 환기 효과를 주었으리라는 결론이다.

재난이나 사고는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고의 방책이라 여기는 시각이 많다.

특히 재난이나 사고, 범죄까지 예기치 않게 닥쳐오는 불행은 피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고관리 시스템의 개선이나 사회 구조적 개선에 대한 요구 못지않게 개개인의 의식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부모가 어린자녀의 모든 위험순간을 지켜줄 수 없듯이 국가나 지자체의 책무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모든 순간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살필 수는 없다. 따라서 개인의 의식전환이 재난과 사고 예방에 큰 축이 돼야 함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행정기관이 의식개선을 위한 교육, 홍보를 목적으로 실시하는 많은 사업들 대부분은 캠페인이나 홍보물품을 나눠주는 행사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것으로 정책이 목표한 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알리고 행동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는지 돌이켜 봐야 한다.

구태의연한 방식과 반복적이고 관행적 행태를 전환시킬 수 있는 고민은 '무엇을 할것인가' 보다는 '왜 하는가'로 바뀌어야 한다.

조성
조성 충남연구원 재난안전연구센터장

모르는 것을 알려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호응을 얻기 어렵다. 선택의 자유는 보존하되 안전한 길을 안내하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음주운전이 발생하지 않은 것, 단순히 단속적발건수를 줄인 것에 그치지 않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자까지 구한 지역 경찰관의 아이디어가 유쾌하면서도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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