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가치 고민·문화기획 제안하는 지역안내자이자 서점 이상의 서점

대전 은행동에 위치한 '다다르다' 서점 내부. 다양한 출판물과 굿즈도 판매되고 있다.  /김명년 
대전 은행동에 위치한 '다다르다' 서점 내부. 다양한 출판물과 굿즈도 판매되고 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은지·김명년 기자]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여행서점을 콘셉트로 지난 2011년에 문을 연 대전 '다다르다(대표 김준태)'는 대전의 대표적인 명소 '성심당'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한쪽 벽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다다르다 서점의 상징 '영수증 일기'부터 2층 건물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독립출판물 700종과 기성출판물 4천500종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 북큐레이션을 살펴보자 일정한 맥락과 규칙을 유지하고 있음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인터뷰 전후 그를 찾아온 10대 소녀와 20대 청년의 작은 목소리에도 지치지 않고 귀기울여주는 김준태 대표(서점원 라가찌)와 당일 풋살 북클럽 회원들을 대상으로 '몸의 일기'에 대해 북토크를 열고 있는 박은영(서점원 아멜리에)씨 부부를 통해 지역서점의 역할과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있는 현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대전 은행동에 위치한 '다다르다' 서점 내부. 다양한 출판물과 굿즈도 판매되고 있다.  /김명년 
대전 은행동에 위치한 '다다르다' 서점 내부. 다양한 출판물과 굿즈도 판매되고 있다.  /김명년 


"2011년 10월에 도시여행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원도심 여행을 안내하는 역할,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지역청년과 주민들이 자기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며 독립출판물을 위탁판매하는 형식으로 운영했다. 2014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같은 건물 1층으로 확장해 서가를 구성하고 여행서점을 표방했다. 직접적인 여행지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다. 여행에 대해 조금 더 넓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으로 책을 고르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 '다다르다'는 대전 대흥동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낙후된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확산으로 퇴거명령 조치를 받고 지금의 은행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행히 지역서점의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10여년간의 노력에 대한 대가는 단골고객 등 지역민 60여명이 1억6천여만원의 후원금으로 되돌아왔다. 당시 공동대표 2명을 포함해 총 8명이 일했던 서점은 6명의 서점원들이 독립해 각자의 길을 걷는 시행착오도 겪게 됐다.

"지난 2019년 4월 가오픈해서 서점 '다다르다'로 이름을 바꾸고 라이프스타일 서점을 표방하게 됐다. 다다르다란 '다르다(different)'와 '가닿다(reach)'란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명칭을 조합해 'differeach'로 명명하고 있다. 현재 13개 북클럽을 운영, 130여명의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고객의 80~90%가 MZ세대고 여성이다. 다양한 관점을 나누고 싶은 분들이 많아서 북클럽 호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 당일 북클럽 매니저인 아내 박은영씨는 풋살 북클럽 네명과 다니엘 페나크의 장편소설 '몸의 일기'에 대해 활발히 소통하고 있었다. 서점 운영부터 북클럽 기획, 북토크 일정조율, 커피 주문까지 부부 둘이서 운영하기에는 품이 많이 들고, 역동적인 스케쥴이었는데 이를 지속하는 원동력은 뭘까.

김태준 다다르다 대표는 "원도심 활성화와 청년, 다음세대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할 것"이며 "앞으로도 새로운 독서문화에 대한 실험을 하고 지역을 안내하는 서점으로 계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년  
김태준 다다르다 대표는 "원도심 활성화와 청년, 다음세대 등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할 것"이며 "앞으로도 새로운 독서문화에 대한 실험을 하고 지역을 안내하는 서점으로 계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명년  

"북클럽 3개만 외부 독자분들이 진행하시고 10개는 아멜리에(박은영씨)와 둘이 진행한다. 경험이 쌓여서인지 운용의 묘가 생겼다. 예를 들어 북토크를 진행할 경우는 작가들에게 예의를 표할 수 있는 페이를 책정하고 수익이 날 경우 5대 5로 배분하는 방안도 제안하는 식으로 말이다. 박준 시인이나 은유 작가같이 인지도가 있는 분들의 북토크를 진행할 경우 유료임에도 200명이상이 신청하셔서 어쩔 수 없이 참가를 제한할 때는 죄송하다. 평소 체력이나 멘탈관리를 잘해야 한다. 서점의 장점 중 하나가 트렌드가 빠르다는 것인데 여전히 영상이나 웹으로의 이동이 늘고 있지만 아날로그는 죽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독립서점계에서 길다면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전 다다르다는 서점의 공공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와 청년, 다음세대 등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다다르다의 현재를 표현하며 앞으로의 지향점은 무엇이 있을까.

"서점들이 기존의 도서관과 문화원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저희 뿐만 아니라 많은 서점주들이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극적인 표현일 수 있겠지만 '서점은 존재만으로도 공공성을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대전에만 독립서점이 37개고, 지역서점인증된 곳만 100군데다. 인구수 대비 지역서점 수는 제주 다음으로 많은 곳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존재 자체에 대해서 모르는 경우도 많다. 소나기를 피해 들어오시고 하시고, 화장실만 잠시 이용하는 분도 많다. 그것이 책이 가지고 있는 강점같다. 심리적인 안정감같은 것을 줄 수 있는 곳이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 대전에만 대학교가 19개 있다. MZ세대가 많은 도시고 청년인구가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곳에서 책을 소개하는 곳으로 존재하고 싶다. 대덕구의 경우 서점이 혁신교육지구사업을 통해서 서점원이 학교교육자원으로서 활용되는 조례를 만들기도 했다. 서로 돌봄의 커뮤니티의 역할을 맡아 활동하며 공공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행정에서는 여전히 소상공인 취급을 받고 있다. 행정쪽에 가서도 눈치 안보고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반영여부는 잘 모르겠다. 공무원분들이 여기도 인구소멸지역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도시정체성이나 지속가능한 정책들에 대한 고민을 더 해주시길 바란다. 시민들이 향유하는 문화예술콘텐츠는 어떤 힘으로 지속해야 하지에 대해 설득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김준태, 박은영 대표는 공간을 옮기면서 건물을 매입하라고 보내준 1억이상의 후원금을 놓고 마을법인 시스템을 만들어 건물을 소유하게 하는 방식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 작가와 출판인들이 책을 만들고 서점은 매개자역할을 할 뿐 독자가 완성한다는 가장 기본에 충실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까.

한 쪽 벽면에 부착된 '영수증 일기' 플래카드. /김명년 
현재 '다다르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13개의  북클럽 리스트. /김명년 

"대전 대흥동에 독립서점 2곳을 더 확장하려고 일찌감치 임차해놨다. 다다르다를 기반으로 하는 창작콘텐츠와 독립출판물을 출간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유료입장하는 서점을 추진해보고 싶다. 대신에 확실한 메리트를 줄 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큐레이션 노트가 있거나 저희 서재를 오픈한다던지 하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말이다. 독립서점이란 문화를 색다른 시도로 지역에 맞춰나가고 싶다. 다음세대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역할도 하고 싶다. 서점인으로서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다다르다'가 유니크하구나, 독자들이 즐겁게 독서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다. 함께 가꾸고, 새로운 독서문화에 대한 실험을 하고, 지역을 안내하는 서점으로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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