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가정식 책방… 문화네트워크 구축 목소리 대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는 백창화·김병록 부부
충북 괴산군 칠성면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는 백창화·김병록 부부

[중부매일 박은지·김명년 기자] 지난 2014년 4월30일 문을 연 괴산 숲속작은책방(대표 김병록, 백창화)은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위치해 있다. '국내 최초 가정식 책방'이란 타이틀로 시골마을에서의 북스테이 겸 서점이란 매력적인 소재는 매스컴을 타고 빠르게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몰려들었다. 책이 좋아 괴산에 정착한 서울출신 부부는 대문 앞에 다시 책 본연의 가치를 내세웠고 진짜 독자들을 만나면서 다시 동네서점, 작은 책방에 대한 정의를 재정립했다. 8년째 우여곡절을 겪으며 시골살이를 하고 있는 백창화 대표는 서점의 존재이유와 책문화,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비전 등을 제시했다.

"10년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써의 따뜻하고 좋은 역할을 하는 동네서점이 없었다. 이후 하나둘씩 생겨나는 듯 싶더니 트렌드가 됐고, 대기업이 발빠르게 대응하면서 서점은 비즈니스 모델이자 인테리어 배경으로 소비됐다. 이후 책방은 여러 형태로 생겨났지만 독자들은 근본적으로 늘지 않았고 SNS를 타고 책 문화 본질은 훼손돼 갔다. 동네책방들이 피로감에 시달리면서 소멸돼 가는 시점에 코로나19가 찾아왔다. 경제적인 이유와 심리적 타격이 겹쳐지면서 희망보다는 절망에 가까운 현실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서점으로서의 역할은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숲속작은책방 외부 전경 /김명년
숲속작은책방 외부 전경 /김명년

숲속작은책방은 개점할 당시부터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면서 일종의 '관광객 서점'으로 인식됐다. 괴산주민들 보다 전국 각지 방문객이 많은 탓에 정착한 지 5년간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김병록, 백창화 대표는 지역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의 삶을 공유하고 싶다는 갈증이 더해갔고 관광객이 떠난 이후 본격적으로 지역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지역 활동가, 단체, 학교에서 지역 대표서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꾸준한 구매와 단체방문이 커뮤니티로서의 역할을 하는데 큰 힘이 됐다. 무엇보다 문화소외지역이니 질 좋은 콘텐츠가 없다느니 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싶어 유명작가들을 모셔와 시골책방에서 자주 강연회를 열었다. 서울같은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유명작가들이 수시로 방문하는 곳으로 책방의 존재이유를 환기시키고 싶었다. 유명세로 힘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섭외의 용이성 측면에서는 더없이 유용했다."

숲속작은책방을 다녀간 이들은 안데르센상, 라가치상을 수상한 그림책 작가 이수지, 충북 청원출신 아동작가 이금이, 소설가 장강명, 시인 이병률 등 흔쾌히 방문했고, 지역민과 소통했다. 유명작가들도 동네 작은 책방에서의 낭독회, 단골 동네책방 문화에 대한 갈증들을 해소할 기회가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서점 문화활동지원사업,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 등의 도움을 받았다.

9년차에 접어든 숲속작은책방은 최근 또 다른 변화를 모색했다. 괴산에 거주하는 사진관, 출판사, 책방 5곳이 의기투합했다.

숲속작은책방 내부 모습 /김명년
숲속작은책방 내부 모습 /김명년

괴산책문화네트워크를 결성해 지난 9월 괴산로컬잡지 '툭(toook)을 발행했다. 괴산책문화네트워크는 목도사진관&자루북스(대표 이영규), 열매문고(대표 엄유주), 문화잇다&도서출판 정한책방(대표 천정한, 박희영), 쿠쿠루쿠쿠(대표 임희선) 등 4곳과 숲속작은책방으로 구성돼 있다. 책방을 매개로 월 1회 정기모임을 갖고 시너지를 내면서, 합을 맞춰보자는 뜻에서 작업들은 잡지 창간으로 이어졌다. 오롯이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낸 또 다른 독립출판물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이 또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역출판산업활성화 지원사업 예산을 지원받아 총 2천부를 찍었고 1천부 이상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잡지는 크게 커버스토리와 괴산사람들, 마을이야기, 책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창간호 답게 커버스토리에는 5곳의 괴산책문화네트워크 구성원들에 대한 소개(괴산 정착기)와 특별대담을 담아냈다.

이어 사람이야기에는 솔맹이골 작은도서관, 괴산출신 한명철 작가와 인형작품들 소개, 눈비산마을 이사장 조희부씨의 '여전히 청년들에게 농사를 권한다', 이병률 시인의 편지 등이 실려있다.

사진으로 담아낸 괴산 장날풍경, 성신목공소, 괴산청년들이 소개하는 독서핫플레이스 등 시골마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콘텐츠 기획과 세련된 구성이 돋보였다.

 

김병록 숲속작은책방 대표가 해먹에 누워 괴산 지역 잡지 '툭'을 읽고 있다. /김명년
김병록 숲속작은책방 대표가 해먹에 누워 괴산 지역 잡지 '툭'을 읽고 있다. /김명년

이에 대해 백 대표는 연대와 협업을 강조하며 동네책방의 존재이유에 대해 부연했다.

"3만여명이 살고 있는 시골마을에서 출판사, 작가, 책방이 모이니 의미있는 결과물이 만들어졌다. 행복주택사업으로 지역에 정착한 분, 1인 출판을 하며 시골 사진관을 운영하는 분, 부모님 딸 귀촌한 분 등 비슷한 시기에 괴산으로 이사 와 책문화를 만들고자 앞장섰다. 책방이 위기고 혼자는 힘들지만 지역과 발맞추고 연대와 협업을 통한다면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역밀착이 화두고 과제다."

숲속작은책방을 필두로 외지인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고군분투했던 이들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백창화 대표는 괴산 원주민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학교와 연계한 단체견학과 교육, 귀농귀촌인 이야기, 고향을 지키는 어르신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발굴해 나가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때론 낯설고 불편해도 이곳을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작은 책방의 안정감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앞으로는 괴산책문화네트워크를 통해 지역커뮤니티 속 대표서점으로 자리잡고자 한다. 괴산에서 책과 문화가 있는 마을을 만들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괴산으로 많이 유입되는 동기부여를 만들어 주고 싶다. 이들과 함께 괴산에 잘 정착해서 로컬책문화를 선도하겠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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