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권오중 시인·가수

2023년 새해가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처럼 눈부시게 열렸다. 순백의 눈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뽀독뽀독 소리가 정겹다. 눈꽃이 활짝 핀 나무에 찬바람이 건듯 부니 해묵은 욕망의 찌꺼기처럼 눈이 우수수 휘날린다. 설레는 마음이 가슴에 가득 번지며 문득 하얀 마음이 된다.

아무도 밟지 않은/순백의 눈을 밟듯/백지 같은 나날/설레며 조심스레 밟는다//

딱따구리가 나무에서/희망을 쪼아 대니/해묵은 욕망의 찌꺼기/조각조각 떨어진다//새해의 밝은 햇살/얼어붙은 대지 애무하고/차가운 공기/상큼하게 폐부를 찌른다//하얀 입김 타고/희망의 불사조不死鳥가/소리 없이 날아올라/차가운 하늘 쪼아 댄다(새해 권오중)새해가 오면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망을 빈다. 건강, 사랑, 행복을 기원하며 새뜻한 희망의 연을 띄운다. 바람이 불어야 연이 뜬다. 바람을 거슬러야 높이 날 수 있다. 바람은 시련이다. 바람을 극복하고 비로소 높이 떠올라, 춤을 추며 하늘을 훨훨 나는 연을 바라보면 아이처럼 마냥 즐겁다.

새로운 태양이/어둠을 떨치고/힘차게 솟아올랐습니다//건강 사랑 성공 명예 등/소망의 연을/하늘 높이 띄워봅니다//그 중에 제일은/건강의 연이랍니다//

건강연이/가장 높이 솟아올라야/다른 연도 높이 뜰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늘 높이 뜬 연들이/아름다운 무지개 되기를/해님에게 빌어봅니다(소망의 연鳶을 띄우며 권오중)

거실에 놀러온 따스한 겨울햇살로 몸과 마음을 녹이며 새로운 날이 그득 쌓인 달력을 바라보면 흐뭇하다. 활짝 핀 이팝꽃을 바라보는 것처럼 밥을 안 먹어도 괜스레 배가 부르다. 하루하루가 하얀 눈송이처럼 폴폴 날아 사뿐히 떨어진다. 그리곤 이내 스르르 스르르 녹아버린다. 그렇게 훌쩍 한 달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훌쩍 어둠을 떨쳐버리고/고통의 바다에서 솟아오른/저 찬란한 태양을 보아요//

새해 첫날을/햇살이 어루만지며/얼어붙은 대지를 다독입니다//코로나19로 지친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도/따스한 햇살로 위로합니다//청정한 새날의 등을/ 가만가만 토닥이는/마음결이 비단 같습니다//거실에 놀러 온 햇살에/몸과 마음을 녹이며/달력을 가만히 바라봅니다//새날이 듬뿍 쌓인/새해 달력을 보니

괜히 배가 부릅니다(새해 햇살 권오중)

토끼가 굴을 세 개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다는 뜻의 교토삼굴 (狡兎三窟)이라는 4자성어가 있다. 별주부전에는 용왕 앞에서 토끼가 '간을 육지에 두고 왔다'라는 말로 위기를 모면했다. 그렇게 교묘한 지혜로 위기를 피하거나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대비해 토끼의 해 2023년이 무탈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토끼와 거북이' 우화가 있듯이. 잘 나간다 자만하지 말 것이다. 거북이처럼 뚜벅뚜벅 하나하나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할 것이다. 차가운 겨울바람에 풍경이 바람에 스치운다. 숫자가 많다고 힘이 세다고 교만하지 말라, 교만은 파멸을 부른다며 경종을 울린다.

'토끼효과'(rabbit effect)라는 말이 있다. 과학자들은 매일 토끼들에게 고지방 음식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토끼들의 혈관상태를 확인했다. 그런데 한 토끼 그룹은 예상과 달리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살펴보았더니 그 토끼그룹을 다정하게 대하면서 고지방 식사를 줘서 그런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주위 사람에게 다정다감하게 친절을 베풀면서 복을 짓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하루의 시작은 새벽에 있고, 일년의 시작은 봄에 있다'라는 '일일지계 재어신 (一日之計 在於晨) 일년지계 재어춘'(一年之計 在於春)이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작심삼일이라도 좋다. 자꾸 도전하고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하면 무언가 이루어진다. 김광석의 노래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 계묘년 새해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 기업, 나라도 '또 다른 시작'을 하며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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