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구조 필수인력 차출 …현장대응 공백

편집자

충북도가 새롭게 도입한 임산부 전담 119구급대가 소방력 공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조직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가까운 산부인과가 없는 군 단위 거주 임산부에게 이동편의를 제공한다는 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이를 위해 구급대원 등 필수인력을 동원한다면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선 소방대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중부매일은 2회에 걸쳐 임산부 전담 구급대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임산부 전담 119구급대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임산부 전담 119구급대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출산장려정책 중 하나인 임산부 전담 119구급대(이하 임산부 구급대)가 소방력 공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임산부 구급대는 산부인과는 있으나 분만이 어려운 충북 6개군(보은·옥천·증평·괴산·음성·단양)에 운영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도입된 이 서비스의 이용 대상은 임산부와 1년 미만 영아다. 119구급대는 이들에 대한 병원 정기점검 및 이송지원을 한다.

하지만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운영되는 119구급대가 비응급 환자 이송을 위해 2~3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7일과 19일, 괴산과 보은에 거주하는 3명의 산모와 1년 미만 영아가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이들은 정기 진료, 임신중독증 두통 유발, 영아 정기진료를 받기위해 119구급대를 불렀다.

보은·괴산소방서는 임산부 이송 서비스를 위해 119구급대 필수인력(3명)에서 1명의 대원을 차출했다. 3명을 유지해야 하는 119구급대가 2명으로 줄면서 현장대응에 공백이 생겼다. 구급차를 운전하는 대원은 행정직원의 지원을 받았다.

임산부 이송 서비스 이용시간은 평균 3시간이다. 비응급 환자 이송을 위해 응급환자 대응에 허점이 생기는 모순이 발생했다. 119구급대 도입 취지와 맞지 않다.

도내 한 구급대원은 "3인 한 팀으로 운영되는 구급대가 2명으로 줄면, 차량 운행 중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구급대원이 1명밖에 없다는 의미"라며 "심폐소생술은 2명이 해야 하는데, 임산부 구급대가 운영 중이라면 1명이 이를 감당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소방대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취지는 좋으나 매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소방에게 2~3시간의 공백은 매우 크다"고 했다.

이런 문제로 이미 임산부 구급대를 도입한 타 지자체에서는 현장상황에 맞게 임산부 구급대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부터 임산부 전담 구급대를 운영하고 있는 충남도소방본부는 구급대원이 아닌 행정직 소방대원들이 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또 오는 3월부터 이용 대상자를 전체 임산부가 아닌 28주 이상 임산부로 제한할 예정이다.

김영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소방지부장은 "제도 도입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가뜩이나 부족한 소방인력에 공백이 생긴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걱정이 많다"며 "소방만 이 시스템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함께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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