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권오중 시인·가수

아까시 향이 콰르르 흐르는 싱그러운 5월이다. 어느덧 증평에 산지도 10년이 지났다. 증평에 살다 보니 정이 많이 들었다. 읍내가 크지 않아 웬만한 일은 걸어가면 해결된다. 행정기관, 금융기관, 상가가 가까이 있어 무척 편리하다. 우람한 미루나무가 우뚝 서있는 보강천이 잘 정비되어있고 가까워 자주 간다. 이제 제2의 고향이 되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나에게 참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

딸이 결혼하고 외손자 둘이 태어났다.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이 많았지만 , 아이들 덕분에 동시를 쓰게 되었다. 아이들이 할아버지 동시를 좋아하여 동시집을 금년에 발간한다. 이제 둘 다 초등학교에 다니고 건강하게 잘 자라니 무척 감사하다.

더욱 감사한 것은 증평에서 기적과 같이 가수가 되었다. 기적은 남의 일로만 생각했는데 나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꿈에 노래교실 선생님이 나타나 노래를 만들어 보라는 말에 잠에서 깨어나 비몽사몽간에 작사,작곡을 하였다. 그렇게 '그대를 사랑한 건' 노래가 탄생하였다. 이 노래를 개사하여 딸 결혼식에서 결혼축가를 직접 불렀다.

증평에 살면서 좌구산 및 김득신 시인도 알게 되었다. 산의 모형이 거북이가 앉아 있는 모습을 닮아 좌구산(座龜山)이라 부른다. 김득신 시인은 조선 중기 시인으로 머리가 좋지 않아 글공부를 포기하라고 권고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백이전을 1억1만3천 번을 읽는 등 책을 읽고 또 읽어 마침내 59세 늦은 나이에 문과에 급제하고 조선시대 독서왕이 되었다. 김득신 묘가 좌구산자락에 있다. 최근에 김득신 문학관이 증평군립도서관 옆에 건립되었다. 이런 내용을 시로 담아보았다.

'하부지와 손주가/시합을 한다/하부지는 거북이/손주는 토끼//

토끼가 깡총깡총 뛰어가다/하품을 하며 낮잠을 잔다/'이겼다' 소리에 깜짝 놀란 토끼/거북이를 멍하니 바라본다//

하부지 거북이는/바로 조선시대 시인 김득신金得臣이다/다른 사람보다 공부에 뒤쳐져/느림보 거북이라 놀림을 받았다//

허나 빨리 가는 것이/능사는 아니었다/읽고 또 읽고 수만 번 읽어/마침내 조선의 독서왕으로 우뚝 섰다//

이제 김득신 몸은 거북되어/좌구산座龜山에 앉아 있지만/그의 얼은

문학관에 오롯이 남아있다//

빨리 빨리 가려는 바람風에/좌구산座龜山 풍경風磬이 댕강댕강 운다/

천천히 가라고//

빨리 빨리 재촉하는 세상에/죽비처럼 탁탁 경종을 울린다/쉬엄쉬엄 가라고'(느림보 거북이 권오중)

증평에 살다 보니 비로소 증평을 잘 알게 되었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증평에 관한 노래 '증평연가'도 만들었다. 증평의 상징적인 좌구산과 천문대, 김득신, 삼기 저수지, 두타산, 인삼골, 미루나무와 보강천이 노래에 등장한다. 오는 5월 27일에는 증평을 홍보하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증평문화원 광장에 모여 밤을 뜨겁게 달군다. 처음 시도하는 행사로서 기대가 크다.

'좌구산아 좌구산아/거북이 놀던 산아/너를 찾아 시름을 달래며/맘 편히 쉬어보자/천문대에서 별을 보며/꿈을 찾고 추억을 더듬네/좌구산 정기 받아/김득신 시를 짓던 곳/삼기호에서 마음을 씻어보자//

두타산아 두타산아/증평을 품은 산아/너를 찾아 시름을 달래며/맘 편히 쉬어보자/인삼골에서 별을 보며/꿈을 찾고 추억을 더듬네/두타산 정기 받아/미루나무 우뚝 서있는/보강천에서 마음을 달래보자'

이제 증평은 나에게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었고, 보석 같은 인연의 끈도생겼다. 그래서 입에서 절로 노래가 나온다. '증평을 만난 건 나에겐 행운이요. 증평을 알게 된 건 나에겐 기쁨이요. 증평을 사랑한 건 하늘의 축복이라. 지금의 이 행복 영원히 간직하리~~~'. '그대를 사랑한 건' 노래를 개사한 것이다.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필자에게 새로운 소망이 생겼다. 세계 속의 증평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좌구산의 거북이와 김득신은 '느림'을 상징한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취약한 경기종목인 경보(競步)가 안성맞춤이다. 증평에서 국내 경보대회를 개최하고, 나아가 세계 경보대회가 열리는 날을 간절히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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