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권오중

요즈음 시낭송이 메마른 들판에 불이 붙듯 크게 번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현재 전국적으로 300여 개의 시낭송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국단위 및 지역단위 시낭송대회가 있다. 애국시 낭송대회가 있고 문학 작가 및 지역을 기리는 시낭송대회가 있다. 이렇게 전국적으로 시낭송대회가 많이 열리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시낭송대회가 긍정적인 면이 많이 있는 반면에, 대회를 개최하는 기관의 미숙한 행정처리와 공정하지 못한 심사로 물의를 일으켜 신뢰를 깨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로 인해 참가자들에게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며 시낭송대회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의혹을 낳게 한다. 따라서 세심한 행정절차와 공정한 심사로 시낭송대회의 위상을 높여야 할 것이다.

지역 문화재단에서는 생활문화예술동호회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시낭송 강사를 파견하여 시낭송교실을 운영하는데 지원을 해주어 시낭송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다. 정확한 발음법, 호흡법 등 시낭송 기초교육을 비롯하여 시의 탄생배경, 시인의 이력 등 인문학까지 두루 배울 수 있다. 또한 시낭송대회에 대비한 실습교육 및 다양한 시낭송 기법까지 익혀 대중 앞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낭송에는 낭독과 낭송이 있다. 낭독은 시를 보고 읽는 것이다. 낭송은 암기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그래서 낭독 보다 낭송이 더 깊이가 있고 울림이 있다. '향수' 노래처럼 시가 노래가 되어 뭇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듯이 시낭송은 사람을 감동시킨다. 시낭송은 시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시에 날개를 달아주어 시를 훨훨 날게 한다.

시가 나무라면/시낭송은 바람입니다/바람이 나무를 춤추게 하듯/시낭송은 시를 춤추게 합니다//

시가 가만히 바라보는/한 폭의 정물화라면/시낭송은 시의 숨소리를/들려주는 음악입니다//

시는 마음에/잔잔한 위안을 주고/시낭송은 가슴에/파문을 일으킵니다//

시낭송은 시에/생명을 불어 넣어주어/물고기처럼/퍼떡이게 합니다//

시낭송은 시에/날개를 달아주어/새처럼 하늘을/훨훨 날게 합니다

(시에 날개를 권오중)

시낭송은 암기를 함으로써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어려운 환경에 처해 실의에 빠져 마음 고생을 하다 시낭송을 접하여 이 난관을 극복하고 멋진 시낭송가로 활동하는 사람을 보았다. 또한 시낭송 교육을 통하여 맞춤법 및 올바른 단어 발음을 익히고 사용함으로써 국어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그러나 부작용도 많다.

가을에는 시낭송 행사에서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시를 많은 사람들이 낭송을 한다. 그런데 이 시를 쓴 시인을 윤동주로 알고 낭송을 한다. 이는 어느 시낭송가가 이 시를 낭송하여 유튜브 영상을 올려 이것이 인터넷상에 널리 확산되어 잘못 알려진 것이다. 이 시는 김준엽 시인이 쓴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시를 누군가 모방하여 쓴 것으로 사료되며 작자미상이다.

또한 '천년 사랑' 시도 박종화 시인이 쓴 것으로 잘못 알고 많은 사람들이 낭송을 한다. 이 시도 작자미상이다. 안치환이 부른 '편지' 노래도 작곡가가 윤동주 시인의 시로 발표하여 잘못 알려진 것으로 이 역시 작자미상이다.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 있음을 알았을 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로 시작하는 '사모' 시는 전문가 간에 논란이 분분하여 조지훈 시인지 분명하지 않다.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요즈음 미스(미스터)트롯, 불타는 트롯맨 등 트로트 오디션이 국민의 폭발적인 관심을 일으키며 트로트가 대세가 되었다. 또한 국악, 판소리와 트로트를 컬래버 형태로 공연을 하여 재미를 더하며 크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시낭송 대회도 단순히 시낭송에 국한하지 말고 시 퍼포먼스, 시극, 포에라마, 시낭송과 가요의 컬래버 등 다양한 형태로 그 영역을 넓혀나갔으면 좋겠다. 트로트 오디션처럼 재미를 더함으로써 시낭송이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계기를 마련하고, 또한 자작시는 안 된다는 관행도 빨리 깨트렸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