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학자금 까지 가로챈 검도인의 두 얼굴 '단독보도'

[중부매일 신동빈 기자] 2018년 8월 24일, 충북 옥천군에서 30대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자녀 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충격적인 범행에 언론은 살해동기에 대한 추측보도를 쏟아내며 사건을 쫓았지만 실체에 닿지 못했다. 유일하게 사건의 진실을 정확히 보도한 매체는 중부매일이었다.

중부매일은 옥천 일가족 살인사건 발생 직후부터 현장취재를 진행, 2018년 8월 27일자 1면·3면에 '빚 때문에 40대 가장 일가족 4명 살해', '검도 제자 학자금 대출까지 받은 수억원대 빚쟁이' 등의 보도를 했다.

지역 모범 검도인으로 알려진 오씨가 가족을 살해한 동기가 세상에 드러난 순간이다.

중부매일 취재진은 오씨 검도장에 우편함에 꽂혀있던 다수의 신용정보회사 우편물은 채무독촉과 연관이 있음을 직감했다. 이후 오씨 소유 아파트 등기부등본에 2억원이 넘는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점, 채권자 2명이 2억원 상당의 채권을 설정해 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오씨의 검도 제자인 제자들 인터뷰를 통해 "오씨가 학자금 대출을 받게 한 후 그 돈을 빌려갔다"는 진술을 확보, 제자들에 대한 개인채무도 1억5천만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오씨는 매달 750만원이 넘는 이자를 감당하며 검도장을 운영했다.

오씨가 이렇게 빚을 지게 된 이유는 빌라임대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명망 높은 검도인인 그는 지인들을 통해 빌라임대업에 투자했다. 하지만 사업은 제대로 추진되지 않았고, 오씨는 빚더미에 오르게 됐다. 결국 그는 각종 대출도 모자라 제자들에게까지 손을 벌리며 끝없이 추락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막지 못 할 처지가 되자 오씨는 사건발생 일주일 전 검도장 문을 닫고 폐업절차에 들어간 점도 확인됐다. 이 기간 오씨의 아내는 자녀들을 자신의 동생이 사는 대전으로 전학시키는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오씨는 수억원의 빚을 갚지 못할 것이라며 좌절, 아내와 자녀들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그들을 목 졸라 살해했다.

오씨는 경찰조사에서 "부채로 손가락질 받은 가족들을 생각하니 앞이 막막해 동반자살을 선택했다"며 범행을 자백했다.

오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재판부는 "양육과 보호책임이 있는 가장이 독립된 인격체인 자녀와 배우자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목숨을 빼앗은 것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 마땅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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