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역량 강화·신성장 발굴 앞장… 성장 발판 마련"

편집자

작은 스크류(SCREW) 하나가 한 기업을 살렸다. 영화에서 나올 볼법한 사연에 주인공은 바로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새한주식회사(이하 새한, 정순일 대표)다.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부품 생산 업체에서 국내 가구용 스크류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탈바꿈한 새한은 그야말로 '혁신' 아이콘으로 불린다. 중부매일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충북지역본부(이하 중진공)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 새한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새한 전경.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새한 전경.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고 이건희 회장하면 지금도 회자되는 어록이 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삼성 신경영 선언에서 언급한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이다. 대대적인 혁신으로 격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으로 지금에 삼성을 있게 했다.

새한은 삼성과 결을 같이한다. 새한은 범 삼성가 새한그룹 계열사인 새한전자를 모태로 하고 있다. 새한전자는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부품 생산기업이었다. 새한미디어 자회사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저장매체인 테이프가 외면받으면서 새한그룹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게다가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2천년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됐다. 새한전자도 그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2009년 현 정순일 대표는 수렁에 빠진 새한전자를 지분 60%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었다. 먼저 주력 제품이던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부품 사업은 과감히 접었다. 대신 기존 사출·스크류·단조물(PRESS) 생산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부품·조립 사업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정 대표는 "새한은 일본에서 수입하던 오디오·비디오 테이프 부품 국산화를 시작으로 사출·스크류·단조물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던 중 이 기술을 가구 쪽에 접목해 보자는 생각해 연구에 나섰고 그 결과 세상 어디에도 없는 '무보링용 직결피스'를 개발했다. 이 작은 스크류 하나가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새한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보링용 직결피스'
새한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보링용 직결피스'

세계 최초로 개발된 '무보링용 직결피스'는 두꺼운 합판에 구멍을 뚫지 않고도 바로 박을 수 있는 스크류다. 이 스크류는 가구 조립 작업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업계서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가구용 스크류 시장에 진입한 지 5년 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 60%를 달성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 최대 가구업체인 한샘을 비롯해 현대리바트, 퍼시스 등에 납품 중이다.

새한은 가구용 스크류에 그치지 않고 가구부자재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현재 새한은 ▷경첩(hinge) ▷볼레일 캐스터 ▷쇼바 ▷연결쇠(꺽쇠) ▷폴리퍼 ▷가구용 모듈 포장 등 다양한 하드웨어도 생산한다. 아울러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사출 서랍장을 다양한 크기로 개발해 종합 가구부자재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새한이  LS ELECTRIC에 공급하는 전자개폐기.
새한이 LS ELECTRIC에 공급하는 전자개폐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한은 전력기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전자개폐기 스크류, 단조물 및 사출 부품은 물론 OEM 생산까지 연계하고 있다. 또 자동차 배터리 핵심 부품인 EV릴레이의 다양한 모듈부품을 생산 공급하고 있다. 새한 성장에 LS ELECTRIC(일렉트릭) 전자개폐기사업이 큰 도움이 됐다. 현재 새한은 5년 연속 LS 일렉트릭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되며 두터운 협력 관계를 유지 중이다.

새한은 미래 먹거리 사업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앞으로 신성장 부분으로 자동차·의료기기·로봇 을 낙점했다. 이미 새한은 ▷EV릴레이용 부품 ▷자동차 스크류 ▷ESS휴즈 ▷치아교정 및 가정·생활용 로봇 사업도 추진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현재 새한은 원활한 제품 생산을 위해 다수 공장 확보했다. 본사인 ▷충주 1공장(스크류·단조물·조립 공정) ▷안산 2공장(도금 공정) ▷충주 4공장(물류 및 모듈포장 공정)이 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설립된 자회사 새한솔루텍㈜은 ▷가구용품 ▷의료기기 ▷생활가전 부품 ▷자동차 부품 ▷전력기기 부품 등에 사용되는 다양한 사출제품 전문 생산공정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새한은 내실 다지기에 나선다. 이를 위해 새한은 ▷ESG경영 ▷디지털(DX)전환 ▷혁신적 조직문화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탄소배출 10% 절감, 중대재해 사고 횟수 0, 이사회 이사 출석률 100% 등 정량적 목표를 달성에 집중한다. 또 지난해 ISO14001(환경영시스템)획득을 시작으로 올해 ISO37001(부패방지경영시스템) 취득할 예정이다. 내후년부터는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과 ISO37301(준법경영시스템)도 순차적으로 획득할 방침이다.

아울러 사업 현장 디지털화에 발맞춰 기존 레벨2~3 수준에서 레벨4로 스마트공장을 고도화한다. 또 경영관리 디지털화를 통해 간편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마련한다. 나아가 유통구조 혁신을 통한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끝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된 혁신적 조직문화 구축에도 나선다. 특히 스마트팩토리 기반과 기술 인재 육성을 통한 기존 뿌리 산업의 역량 강화와 신성장 사업 발굴 연계를 통한 미래사업 육성이라는 투트렉 전략으로 기업의 가치와 직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정 대표는 "기업은 끊임없이 발전해 가야 한다. 새한은 기존 사출·스크류·단조물 공정을 기반으로 조립사업까지 연계한 신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다. 이를 통해 1차 목표는 매출 1천억원 달성이다. 나아가 오는 2027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새한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직원 복지다. 직원들이 행복한 기업으로 만드는 게 희망"이라고 전했다.

 

[인터뷰] 정순일 새한 대표

어려울 때 도움 준 중진공 잊지 못할 존재

정순일 새한 대표.
정순일 새한 대표.

정순일 대표가 새한을 인수했을 당시 직원 19명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직원 수는 153명에 달한다. 그만큼 회사 덩치가 커졌다. 연 매출도 10배 이상 성장한 550억원에 육박한다. 정 대표는 새한이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중진공 도움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진공과 인연은 회사를 인수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적자 회사라 어느 곳에서도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유일하게 중진공만이 손을 내밀어줬다. 중진공을 잊을 수 없는 이유"이라 설명했다.

이어 "특히 2012년 LS와 사업확대에 따른 조립 공장 증축과 2017년 새한솔루텍 설립에도 중진공에 자금지원을 활용했다. 이후 새한 경영은 안정화를 찾았고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회상했다.

정 대표는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설비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때 중진공은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해 줬다. 새한이 생사기로에 섰을 때 중진공 자금은 단비와도 같았다. 이 은혜 잊지 않고 앞으로 새한은 지역 경제 및 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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