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또다시 중동의 화약고에 불이 붙었다. 이스라엘 남부의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수 천발의 로켓포를 발사해 도시를 파괴하고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다. 무장 병력을 침투시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이 전 세계에 전해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기습공격은 이스라엘의 안식일 새벽에 일어났다. 수십 명의 이스라엘 군인과 민간인이 포로로 잡히고 납치됐다. 이스라엘의 국경지역은 모두다 분쟁지역이라 할 만하다. 남쪽으로는 가자지구가 그렇고 예루살렘이 있는 서안지구 또한 그렇다.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동예루살렘이 자신들의 미래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1967년 6월 발발한 6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골란 고원을 점령했고 떠나간 원주민들이 있던 곳에는 이스라엘인들이 정착해 메롬골란이라는 도시를 세우고 지배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성지인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라마단 저녁 기도를 하고 있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이스라엘 경찰이 섬광탄을 쏘며 내쫒는 일이 있었으며, 시리아의 헤즈볼라는 로켓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 바 있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이에 대한 공조 보복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양보와 타협이 불가한 종교 전쟁을 빙자한 지도층의 이권 다툼이다.

이스라엘은 자국을 방위하기 위한 아이언 돔(Iron Dome)을 2011년 배치했다. 아이언 돔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다. 밤하늘에 그려지는 로켓 격추 장면들은 마치 섬광이 빛나는 게임의 한 장면처럼 뉴스를 통해 전해졌다. 이는 이스라엘 무기회사의 좋은 홍보무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시스템 설치비용이 막대하였을 뿐만 아니라, 800달러에 불과한 하마스의 로켓포 격추에 4만 달러짜리 요격미사일을 사용한 꼴이 되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국민은 공습경보에도 불구하고 무서움에 떨지도, 대피소로 뛰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5천 발 이상의 로켓을 일시에 발사하고 패러글라이더, 소형보트, 트럭, 오토바이를 이용해 침입하여 교전을 벌이며 이스라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공격이다. 50년 전에 발발했던 4차 중동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5차 중동전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은 외부 공격에 대한 준비가 철저한 나라로 알려진 국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포성과 총성이 울려 퍼지는 나라지만 정보기관이 대규모 공격을 알아차리지 못했고,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집중공격을 당해내지 못하여 막대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입은 것이다.

첨단 방어망을 갖추고 있을지라도 수많은 로켓포로 동시 다발적으로 공격하는 경우는 완벽한 방어가 어렵다는 것을 이번 이스라엘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평화를 지키려면 한 나라의 모든 시스템이 완벽해야 한다. 국방은 물론이고 정치·사회·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가 정상이어야 한다. 그래도 우선인 것은 국가방위시스템의 공고함이다.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배치해야 함은 물론이려니와 적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더불어 국방을 담당하고 있는 인적자원의 능력과 사기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우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중국 그리고 러시아는 우리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나라이며 북한은 우리를 괴뢰라 칭하는 적대세력이다.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참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극복하고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력을 갖추었고 우리의 문화는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이 방문하고 싶은 나라로 변천시켰다. 우리는 연평해전과 같은 북한의 국지적인 공격이 있었지만 잘 이겨내고 지금껏 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 사태를 통해, 우리의 자유와 평화의 전제 조건이 우리 국민 각자가 속한 사회의 정상화임을 깨달아야 한다. 특히 정치권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평화의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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