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 초입에 들어섰다. 2023년 말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약 251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했다. 지난 10년간 국내 다문화 학생도 2014년 6만8천명에서 2013년 18만1천명으로 꾸준히 늘어, 같은 기간 1.1%에서 3.5%로 높아졌다. 다문화 초등생 비율이 10% 이상인 곳은 229개 시군구 중 56곳(24.5%)에 이른다. 다문화 초등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 함평군(20.5%)이다. 이어 경북 영양(20.2%), 전남 신안(20%), 전북 임실(19.5%), 전남 영암(19.3%) 순으로 나타났다. 결혼 이주 여성이 낳은 다문화 학생 비율이 늘어난 결과다.

이런 추세는 더욱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교육 문제가 향후 우리 교육의 질적 수준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다. 우리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다문화 교육의 중점은 한국어 의사소통,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사회적 차별 해소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고 있는 정서적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의 문제다. 실제로 이런 우려는 현실적인 문제가 되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다문화 청소년들의 문화 적응 스트레스는 심리적 부적응에 영향을 미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관심과 정서적 지지가 필수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베커(Becker)의 연구도 이런 사실을 확인해 준다. 빈민가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중산층 지역의 교사들과는 상당히 다른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학생들에게 별 관심을 쏟지 않았다. 가능한 한 빨리 좋은 학교로 옮기려고만 노력했다. 학생들에 대한 기대와 열정은 좀처럼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결국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성취 수준은 계속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경우는 약간 다르지만, 일본의 아사히야마 동물원 이야기도 있다. 수의사들의 열정과 기대에 관한 것이다. 이들은 폐원(閉園)될 위기의 순간 "절실함이 곧 변화의 원동력," "실패한 인간보다 목표 없는 인간이 더 가여운 법"이라며 동물원을 살려냈다.

소설가 김중혁의 개인적 고백은 더욱 극적(劇的)이다. 나는 산만한 아이였다. 생활기록표의 평가란에는 항상 '산만'이란 단어가 따라다녔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냅니다. 그러나 주의가 산만합니다. 숙제는 잘해옵니다. 하지만 수업 시간에 늘 산만합니다. 그런 얘기를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어느 순간 나 스스로도 나는 산만한 아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심지어 산만한 게 나쁜 것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됐다. 세상에는 산만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나 같은 경우엔 어린 시절부터 좀 더 산만한 아이로 자라지 못한 것이 후회될 뿐이다. 산만해지지 않으려고 애썼던 시절이 아깝고 왜 나는 산만한 것일까라며 스스로를 질책했던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내 마음에 찍혔던 산만한 방점들을 지워 버리는 게 아니었다."

김중혁은 일본의 동화작가 고미다로의 책 얘기를 꺼낸다. "마음이란 원래가 산만한 것이다. 산란해지지 않는 마음은 마음이 아니다. 마음을 나타내는 '심(心)'자를 보라. 집중을 요구하는 '권(權)'이나 '군(軍)'자와 달리 점으로 각각 떨어져 있어 산만한 상태다. '권'이나 '군'에는 뚜렷한 목표가 있지만, 마음이나 예술에는 목표가 없다. 때문에 마음을 기록하는 예술은 산만한 사람들의 몫이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이런 사례들이 다문화 교육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앞서 지적했듯이, 현실적으로 다문화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 부흥사 김장환 목사의 부인인 미국인 투르디(Trudy) 여사의 고백은 이런 사실을 잘 나타내 준다. "아들이 다른 한국 친구들처럼 되기 위해 자신의 높은 코를 누르고 잠을 잤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다문화 학생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요즈음 "다문화가 미래다"라는 말이 회자 된다. 다문화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문화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개인적 관심과 지지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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