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해마다 연말이면 새해에 대한 경제전망과 뉴트렌드 변화에 대한 보고가 많이 이뤄져 기대를 안겨주기도 하지만 암울한 전망에 걱정이 뒤따르기도 한다. 최근 통계청은 올해 3분기(7~9월)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그런데 12월 2일 뉴욕타임즈에는 이 신문의 컬럼니스트인 로우 다우서트(ROSS DOUTHAT)가 역대 최저로 감소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에 대해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이것은 마치 14세기 중세유럽의 흑사병 창궐로 인한 인구감소 수준을 능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는 한국은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에 대해 두드러진 사례 연구 대상국이라고 지목하면서 통계청의 합계출산율 발표 자료를 소개하였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이러한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는 70명으로 줄어드는 것이며, 추가로 또 한 세대를 지나면 25명으로 줄고, 또 한 세대가 더 교체되면 가상의 슈퍼 독감으로 급속한 인구 붕괴가 수준이 된다고 보았다.

물론 한국의 인구가 수십년간 지금처럼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면서도 2067년 한국 인구가 3500만명 밑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인용하며, 이 정도만으로도 한국 사회를 위기로 몰아 넣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불가피하게 방치되고 엄청난 유령도시와 황폐해진 고층빌딩이 생기고, 고령층 부양 부담에 미래가 보이지 않은 젊은 세대의 이민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런 진단은 참으로 우리에게 암울한 미래를 안겨줄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시그널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한국 사회가 초저출산의 늪과 수렁에 빠져 인구 절벽과 지역소멸의 비정상으로 치닫고 있는 원인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인구는 국가뿐 아니라 지역 사회에도 지대한 영향을 가져오는 복합적인 산물이며, 전후방의 사회적 문제가 인구변화를 추동하고 심화하게 만든다.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먹고사니즘'이라 할 수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돈벌이에 나선 고단함이 가족분화(결혼/출산/양육)를 포기토록 하고, 불안한 직장루트와 내집 마련의 막막함이 청년들의 독립을 막는 허들이 되고 있으며, 가족 분화는 결국 후속세대에게 고위험 카드나 마찬가지이다. 이에 홀몸 유지도 힘든 판국에 가족부양은 물론 자산과 경험지식이 풍부한 기성세대와의 무한경쟁에서도 청년 세대들은 배겨나기 어렵다. 거기에다 산업화 과정에서 농산어촌에서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사회이동은 지역소멸과 도시집중을 심화시켜 불균형과 비정상을 만들면서, 순환경제가 멈춰 선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고, 수도권에는 집이 없어 출산할 수가 없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결국 직장(먹이)과 집(둥지)이 분리된 직주이탈 복합위기를 가져와 지방은 고용불안이 수도권은 주거 악화를 초래해 공간적 양극화와 지역 격차가 더욱 심화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인구변화 문제와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와 도농격차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긴요한 혁신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획일적 중앙주도 실패 정책의 반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더 이상 지속 발전도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인구변화가 초래하는 날 선 현장에서 시간은 많지 않고 과제는 많으나 이젠 이전과 같은 정책구호 중심의 균형발전 경로와 관성에서 벗어나 지역스스로 기획하고 선도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정삼철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지역마다 발전경로 축적이 다르고 기반도 다르므로 고정관념의 파괴와 상상력의 확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지역주민들이 주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지역활력 엔진이자 풀뿌리주체 중심의 건강하고 다양한 순환생태계의 지역복원이 되도록 로컬리즘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강화해야 한다. 지역주도형 지방시대 성공은 이 로컬리즘을 얼마나 빨리 착근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또한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 못지않게 우리 충북도 청주권과 여타 지역간에 격차가 더욱 확대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각 시·군이 가진 사회적 특장점과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뉴노멀의 패러다임에 대응한 로컬리즘을 활성화하고 적극 지원해 차별화된 지역특화 로컬모델을 갖추고 완성해 나가도록 지원하는 과감한 혁신정책의 추진이 요구된다. 이에 새해에는 새롭고 신나는 충북의 혁신적 발전 도모를 위해 시군별로 차별화된 로컬리즘전략의 강화와 적극적인 활성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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