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진 / 세명대 교수

노무현 대통령은 국방개혁과 관련하여 장가 빨리 보내는 정책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며, 군복무 기간 단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입대를 앞둔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노 대통령은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국방개혁은 군 인력을 줄이고 무기를 늘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국방개혁 2020은 돈 특별히 더 드는 것 없고 인력을 50만명으로 줄이는 것"이라며 "요새 아이들도 많이 안 낳는데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그동안에 열심히 활동하고 장가를 일찍 보내야 아이를 일찍 낳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든 사회 제도를 장가 일찍 가고 시집 일찍 가는 제도로 전부 바꿔줘야 한다"며 "결혼 빨리 하게 하는 제도, 직장에 빨리 갈 수 있게 하는 제도 등 이런 제도로 전부 다 바꿔주지 않으면 경제적으로 다 지체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군 최고 통수권자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대통령의 "군대에 가서 몇 년씩 썩히지 말고…." 라는 발언에 이어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군 복무기간 단축 검토 발언이 전해지자, 입영 대상자들이 입영시기를 놓고 술렁이고 있다. 특히 현역군인과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제대한 전역병들에게는 커다란 상처를 주고 있다.

현재 국방부와 병무청 홈페이지 등에는 입영 대상자들이 지금 군에 입대할지, 아니면 군 복무기간 단축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입영을 연기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글들이 잇따랐다.

소위 군대에 가서 썩을 사람들은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복무기간이 언제, 얼마나 단축될지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지만 썩고 있는 국방당국이나 앞으로 썩을 입대 대기자들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실제로 복무기간이 줄어들게 되면 군 시스템에 일대 혼란이 초래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절대인원의 감소와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그 문제는 바로 전투력 저하로 이어지고 휴전중인 우리나라의 전력에 막대한 손실이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이처럼 젊은이들을 군대에서 썩히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불철주야 조국의 산하를 철통같이 지키는 국군 장병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폄하하는 일이다. 지금 전후방의 썩은 송장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있다면 그 누가 안심하고 산업역군으로서, 학생으로서, 가정부주부로서 안심하고 일상에서 맡은 바 각자의 일에 전념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은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서 썩고 있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지체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썩은 군인들이 지키는 나라는 경제지체가 문제가 아니라 생사존립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가 4대 의무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납세의 의무, 국방의 의무, 교육의 의무, 근로의 의무가 그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군인들에게 썩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국민들에게 세금을 내지 말라고 하는 일이며 근로의 의무에 있어서는 일하지 말라고 말하는 일이고 교육의 의무에 있어서는 교육받지 말고 공부하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세상에 썩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아무도 스스로 썩고 싶은 사람은 없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일은 불이익을 받는다거나 허송세월을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족을 지키는 신성한 일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정신이 없으면 그 누가 군입대를 하겠는가. 국방의 의무, 그것은 참으로 소중한 것이다. 늙으신 부모와 어린 동생 대신 가족과 민족, 나라, 우리 모두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에 신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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