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윤 / 충주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 속담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말대로 실행된다는 것이다. 지난 월드컵 때 "우리는 할 수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전 국민이 외쳐서 4강이라는 역사를 이룩하였다.

말이 씨가 되어서 잘나가는 사람으로 가수 송대관을 들 수 있다.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다고 외친 결과 어려운 시절 떨치고 다시 가요계로 쨍하고 돌아와서 소위 잘나가고 있다. 반면에 어둡고, 슬픈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많이 요절하였다. 삼각지를 부른 배호, "나의 모든 사랑이 떠나가는 날"로 시작하는 '내사랑 내곁에'를 부른 김현식이 노래 가사 대로 되었다.

또 말이 씨가 되어 연말 정국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지난 21일 민주평통 행사에서 노대통령의 발언이 그 씨가 되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보수와 진보를 부르짖은 결과 없던 보수와 진보도 생겼고, 양극화를 소리친 결과 사회는 더욱 양극화를 치닫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외친 결과 그대로 되어 부동산 부자를 양산하였다.

말은 의식의 표현이다. 즉 말의 씨는 인간의 의식이다. 참여정부의 뿌리 깊은 편가르기 의식이 씨가 되어 고건 전 총리와 청와대가 제1라운드, 제2라운드 말싸움을 하고 있다. 청와대는 발언 자체의 앞뒤 맥락이라는 사실을 볼 것을 주장하고, 고건 전 총리는 "국민이 어떻게 들었는지가 중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어느 편이 올바른지 판단에 기준은 없지만 부적절한 말이 씨가 되었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노자는 "군주는 조심하여 자기 말을 소중하게 여기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최근 한글문화연대는 '우리말 해침꾼'으로 디자이너 앙드레 김과 '다이나믹 코리아' 등 외국어 표어를 사용해 우리말 사용에 게으르다는 지적을 받은 국정홍보처, 그리고 KORAIL과 KOGAS 등 영어로 회사 이름을 바꾼 공기업을 선정하였다. 그 선정이 몇 일만 뒤에 이루어졌다면 앙드레 김이 탄 상은 "엉덩이, 백, 썩는다"와 같이 민주평통 연설에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최고통치자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청와대는 이를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였다고 해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최고통치자의 발언에서는 정당화될 수 없는 표현이며 변명의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번 싸움은 고착화된 참여정부의 의식, 책임 떠넘기기식의 정책실패에 대한 해명과 신중하지 못한 부적절한 말이 씨가 되었고, 언론의 거두절미식 보도가 싸움을 부추겼다.

정해년은 60년, 600년 만에 돌아오는 상서로운 해라고 한다. 상술에 의하여 만들어진 말이라도 서민들은 기분이 좋다. 이 좋은 말 때문에 떨어지던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최근 정치권의 말을 보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 없다. 입만 벌리면 실패를 이야기하고, 말만 하면 서로를 깎아내리고, 잘못은 내 탓이 아니라고 한다. 희망적인 이야기, 살만 나는 세상 이야기, 삭막한 연말연시를 따뜻하게 할 이야기를 하기에도 바쁜 시간이다.

정해년 새해에는 꿈과 희망이 있는 말을 듣고 싶다. 서로를 비난하기보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말을 듣고 싶다. 아름다운 말이 듣고 싶고, 모두가 행복한 말을 듣고 싶고, 서로를 사랑하는 말이 듣고 싶다.
아름다운 말, 행복한 말, 사랑스러운 말이 씨가 되어 세상을 아름답게, 행복하게, 살맛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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