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적 이념', '극단적 보신주의' 모두 문제-

한병선 / 교육평론가, 교사십계명운동 공동대표

비가 오는 것은 수(水)순환의 일부다. 지표상의 수분이 증발하여 구름을 형성하고 그 구름은 물방울이 되어 지표상으로 낙하한다. 낙하된 비는 지표면의 크랙(crack)을 따라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면을 형성하게 된다. 지하수면은 해수면이나 하수면을 기준으로 이동하게 되고, 유출된 물은 다시 증발하는 순환과정을 거처 비가 만들어진다. 물의 소통과정이다.

'밀운불우(密雲不雨)', 교수신문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다. '하늘에 구름이 두텁게 끼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많은데 소통이 되지 않는 답답한 상황을 잘 표현한 말이다. 올해 병술(丙戌)년 한해가 내내 이런 형국이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막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교육 분야는 첩첩밀운(疊疊密雲)이었다. 먹구름으로 사방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모두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탓이다. 특히 교직사회에서 소통을 방해한 가장 큰 문제는 교직단체들의 극단화였다. 이런 극단화는 교직사회의 분열과 반목을 가져왔고 교직사회 전체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 영향은 결과적으로 교육을 소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몫으로 돌아가게 만들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꼴이다.

이미 탈냉전 이후 이념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그럼에도 우리 교직사회에서의 이념은 여전히 무서운 존재로 남아있다. 이런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해가는 정치교사들과 자신의 출세만을 생각하고 변화를 거부했던 교사들이 있었다. 때론 눈에 보이게 때론 눈에 보이지 않게 교직사회의 편 가르기에 몰두해 왔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서로 다른 속셈의 승전가를 준비했다.

교직사회의 편 가르기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전교조의 '전투적 이념 지향' 둘째, 아직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교총의 '극단적 보신주의'가 그것이다. 이 양자 간에는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한다. 전교조의 경우, 교육 자체가 이념적 문제이자 정치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교총은 교총대로 기득권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틴다. 이 양자들은 모두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기에 여념이 없다. 정작 주인이 되어야 할 학생과 학부모들은 안중에도 없다. 모두가 자신들만 중요하게 여긴다.

문제는 이런 극단화가 아이들의 자유로운 교육을 저해한다는 점이다. 이런 속에서 학생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사실 교육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전교조니, 교총이니 하는 교원단체들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학생들을 사랑하고 미래의 동량으로 잘 키워주면 감사하고 고마울 뿐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2006년 병술년의 교육현장은 그렇지 못했다. 정해(丁亥)년 새해에는 전교조, 교총 교사들만이 주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과 학부모도 같이 주인이 되는 새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소통하는 교육으로 갈 수 있다. 이에 나는 정해년의 화두로 모두가 '소통하는 교육'을 제시하고자 한다.

어느 분야든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소통이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공동체 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까지 교직사회가 분열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소통부재 때문이었다. 하지만 소통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양보 없는 소통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전교조도 교총도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 자기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교사와 교원단체들도 학생과 학부모들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 공동체 모두가 함께하는 소통구조를 이루는 길이다.

운행시우(雲行施雨), 구름이 움직이면 비가내리고, 무심운집(無心雲集), 마음을 비우면 막힌 곳에 비가 내리는 법이다. 정해년에는 소통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