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선 / 교육평론가 ·한국사진 지리학회 홍보부장

과거 대학에서 10여년 이상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자연스럽게 여러 학회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지금은 학회명이 바뀌었지만 '한국관광지리학회'의 창립멤버를 시작으로 '한국지리교육학회', '한국동굴학회'에서 활동했고, 얼마 전부터는 '한국사진지리학회'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시간강사로 전국을 떠돌아다닐 때만 해도 학회활동은 내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학회에 발표할 논문을 준비하기도 하고, 때론 연구에 대한 토론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학회행사 준비를 위해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들도 많았다. 물론 학회활동이 업적평가에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두고 '앉은 자리에 풀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학회라고 하면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물론 그렇다. 학회는 학자들이 연구한 것을 발표하고 검증받는 중요한 모임이다. 학회에 논문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몇 달에서부터 길게는 수년에 이르기까지 준비를 해야만 가능하다.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신의 이미지만 구기기 십상이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노장학자, 소장학자, 재야학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모이기 때문에 한번 실수라도 하게 되면 전국적으로 망신살이 뻗치게 된다. 이렇듯 학회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모임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고 학회가 시종일관 엄숙하고, 논쟁이 있는 곳만은 아니다. 때론 학회에도 재담이 있고 운치가 넘친다. 회원 중 입담 좋은 사람이 있으면 학회 후 뒷풀이는 더욱 재미있어진다. 엄숙하고, 평소 진지했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 또한 전국에서 모였기 때문에 그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게 된다. 여기에 사투리까지 곁들여지면 그야말로 전국적 잔치가 된다. 학문과 세상사의 일상이 그대로 병존하는 모임이다.

나는 학회는 학문을 하는 사람들의 축제라고 생각한다. 학회는 분명 공부하는 사람들의 축제다. 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고 공유하는 특징을 지닌다.

학회는 자신이 연구한 내용들을 서로 공유하는 공간이다. 학자들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다 연구하고,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전공을 공부했다고 해도 세부 전공의 세부적 내용까지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어렵다.

때문에 짧은 시간에 다른 사람들의 연구결과를 배우고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압축된 학습공간인 셈이다. 이것이 학문에서 학회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이유다.

'한국사진지리학회(The Association of Korean Photo-Geographers)'가 있다. 사진작가들의 모임이 아니다. 지리학의 주요 도구가 되는 '사진'이란 매체를 학문적으로, 교육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지리학 분야의 전문학회다. 1993년 학회가 창립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매년 2번 이상의 학회지가 정기적으로 발간되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되는 연구물들도 다양하다. 실제 학회지에 수록되는 연구물들은 순수지리학에서부터 응용지리학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다. 현재까지 본 학회지에 발표된 논문 편수는 약 200여편에 이르고 단보 및 사진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오늘날 지식기반사회에서 학회의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사진지리학회' 역시 이런 시대적 소명에 부응해야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좁게는 지리학 발전을 위해 크게는 인류의 보편적 자산으로서의 학문발전을 위해 부여된 사명을 다할 것이다.

이런 노력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며, 그 결과는 구체적인 연구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많은 관심과 편달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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