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경 / 청주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내일 모레가 민족 최대 명절이라 말하는 설입니다. 옛날만큼의 설레임과 기대는 아니더라도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을 기다립니다.

경제가 좋지 않다고 해도 기업과 시장은 설 경기를 기대해봅니다. 그런데 올해는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다른 곳보다도 재래시장 경기는 '썰렁'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어렵다고 합니다.

설을 준비하는 일 가운데 가장 큰 일이 음식준비와 선물입니다. 여러 사람 모일 때에 고민이 먹는 것 준비입니다.

그래서 장을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 빠르게는 한달여전부터 준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제 장을 보는 곳이 달라졌습니다. 재래시장, 대형마트, 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등 이용자마다의 특성에 따라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재래시장은 계속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래시장이란 말을 하려고 하니까 자꾸만 옛날을 떠올립니다. 예전에는 재래시장이란 말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시장 간다고 하면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형마트가 생겨나고 장보는 형태가 달라지면서 '시장'이란 말이 '재래시장'으로 굳이 바꾸어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시장은 중년 이상의 사람들에게 많은 추억이 담겨져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지역의 '육거리 시장'은 전국적으로 유명할 정도입니다.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시장이었습니다. 직접 사지 않더라도 시장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반드시 물건을 사고 파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있었던 곳입니다.

그 곳에서는 사람의 정겨움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사고 팔 때 '덤'이라는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

시장이 쇠퇴하면서 추억과 정겨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마음 한 켠의 아쉬움으로만 밀어놓기에는 또 다른 과제가 있습니다.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재래시장 활성화가 함께 고민되고 해결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마다 재래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장보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설보수 지원과 재래시장 홍보, 재래시장 상품권 판매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입농산물의 범람으로 소비자단체에서는 소비자의 권익 측면에서 원산지 표기, 공정가격제 등을 통해 재래시장의 변화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한 이용자의 편리를 위해 주차장 확보, 대중교통 편의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편의를 위한 개선사항으로 한 예를 들면 택시 서비스 개선입니다.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짐을 가지고 택시를 이용하려면 상당히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기피하기도 합니다. 짐을 싣고자 하여도 택시 트렁크에는 이미 다른 짐이 실려 있어서 손님의 짐을 실을 수가 없을 때가 많으며, 짐을 실을 때에 기사의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이용자의 이동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이용자에 대한 전반적인 서비스 향상이 절실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항의 개선으로 재래시장 활성화는 크게 기대할 수 없습니다. 청주지역만 하더라도 대형마트가 인구에 비해서 많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아는 사실입니다. 지자체에서 유통을 포함한 경제 활성화 정책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좀 더 궁극적이고 국가적인 과제가 있습니다. 지금의 농업현실에서 농업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변화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재래시장의 활성화는 요원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력중심의 대기업,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은 재래시장 홀로 맞설 수 없습니다. 우리 농산물과 우리 농업이 제대로 설 때, 설 명절에 재래시장에서 맘 놓고 장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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