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언복 /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새해 들어 국립공원의 입장료 징수제도가 폐지되었다. 이에 따라 국립공원의 입장객 수가 전보다 훨씬 늘었다는 보도들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기는 모양이니 잘된 일인 듯싶다.

그러나 이름 있는 사찰을 끼고 있는 공원인 경우엔 사정이 다르다. '문화재관람료'라는 것 때문이다.

'입장료가 폐지되었다는 데'하는 마음을 가지고 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입구 한복판을 가로막고 서 있는 육중한 철제 차단시설 앞에서 일단 의아한 마음을 갖게 된다.

돌아보면 그 옆 매표소에서 표를 팔고 있는 모습도 여전하고, 길을 막고 선 채 입장권을 일일이 확인하고서야 출입을 허락하고 있는 모습도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요금 안내판 안에 '공원입장료' 항목 하나가 빠졌을 뿐이다. 그러니 매표구 앞에서도 출입구 앞에서도 입씨름이 끊이질 않는 건 당연한 일이다.

지난 주말에 가까이의 한 이름 있는 산을 찾아 봄나들이를 다녀왔다. 앞선 계룡산 산행에서 이미 경험한 터라 짐작은 되었으나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화창한 봄날을 맞아 공원을 찾은 상춘객들과 절 측의 직원들 사이에 시비와 언쟁이 끊이질 않았다. 벼르고 나섰을 봄나들이에 마음 상하지 않기 위해 참느라고 애썼을 사람들 사이에서도 불평과 불만의 소리들은 끊이질 않았다.

문제는 절 보러 오는 사람이 아닌 일반 등산객들에게까지 거두어들이는 '문화재관람료' 때문이었다. 사실 이 문제로 인한 갈등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온 일이다.

배꼽 아래 어린 아이라도 금방 시비를 가릴 만한 뻔한 일을 두고 이토록 오랫동안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은 누가 뭐래도 관람료 수입의 감소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억지 때문이다. 그들은 애써 문화재관람료란 '문화재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돈'이라는 두말 할 나위 없는 상식을 무시하고 일반 산행객들에게서까지 한사코 관람료를 받으려 드는 것이다.

매표소 맞은편에는 절에서 만들어 세운, 전국 여러 곳의 입장료 징수 사례를 알려주는 큰 안내판이 서 있었다. 남들도 다 받으니 우리도 받는 것이라는 뜻일 터였다.

잘 납득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보다 더욱 보는 이를 아연케 하는 글귀가 있었다. 일대의 산이 모두 절 소유라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내 산에 들어가려면 돈을 내야 할 것 아니냐'는 뜻이었다. 옛날 어린애들 다툴 때 흔히 듣던 말을 닮았다. 사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 얼마나 유치한 일인가.

문화재도 땅도 어느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소유물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우리가 아는 한 사람 사는 세상의 갖가지 자연환경은 물론 이 땅의 모든 문화재나 유물들까지도 다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소유자란 그것의 일시적인 관리 주체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의 사찰문화재가 조성된 경위나 배경, 사찰자산이 형성된 과정을 살펴보면 더욱 명백한 일이다. 유지보호에 드는 경비가 있을 테니 '문화재관람료'를 받는 일은 정당하다.

그러나 문화재관람이 목적이 아닌 일반 산행객들한테까지 한사코 관람표를 받아내려는 일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손사래치며 아니라고 부정할지 모르나 이는 명백히 종교계까지 오염시킨 물질주의의 역기능현상 중 하나이다. 그 마력에 이끌려 온갖 궁색한 소리를 다 해 가며 길을 막고는 있지만 그게 모두 억지라는 것은 관계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실로 떳떳지 못한 일이다. 대중교화의 책임이 막중한 종교인들의 일이고보니 더욱 민망스럽기 그지없다. 목전의 관람료 수입에 연연하다 자칫 대중들의 믿음과 사랑을 잃지 않을까 돌아볼 일이다. 막무가내식 문화재관람료 징수, 정말 떳떳지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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