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정 / 청주사회복지協 사무처장

강의하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했다.

'법이 쉽게 바뀝니까?'

법의 성격상 법률의 제정과 개정이 쉽지 않으니 내가 원하던 대답은 당연히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였고 100%의 동의를 얻어 다음 순서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나의 확실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학생의 대답은 너무나 당당하고 씩씩하게 '쉽게 바뀝니다'였다. 당황스러웠다.

대학 신입생이었던 그 학생은 수시로 바뀌는 대학입시제도가 피부에 와닿는 가장 대표적인 법의 예라고 생각했으니 그 대답이 오답이라고 말하기에는 참으로 난감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얼굴에 칼질하고 뜯어고치질 못해 안달하는, 쓰러져 가면서까지 다이어트에 목숨 거는 여성들에게 들이대던 어느 남학생의 논리 정연한 비수 같은 질문에 멋진 대답을 날렸던 여학생도 생각난다.

'누군 얼굴에 칼 대고 싶어서 대겠습니까? 누군 먹고 싶지 않겠습니까? 취직할 때도 결혼할 때도 예쁘기만 하면 사족을 못 쓰는 너 네들 때문이죠.'

비수 같은 질문에 변강쇠 같이 한방에 내리꽂는 힘 좋은 대답으로 황야의 무법자처럼 총구를 입김으로 불어야 어울릴 듯한 답변이었다.

여성에게 끊임없이 외모를 가지고 점수를 매겨대는 사회와 남성에게서 자유롭지 못하다하여 그것을 여성들의 텅 빈 머리나 이기적인 행위로만 보지 말라는 그 대답은 아무리 생각해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인과 헤어지고 나서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쇼핑하고 웃어대는 여성들에게 어쩌면 그렇게도 모질고 독하냐고 여성들을 싸잡아 매도했던 남학생의 질문도 원한에 찬 비수였다. 세상의 절반이 남자인데 그중 한명을 잃은 것 뿐인데, 어쩌면 더 좋은 기회가 생길 수도 있고, 어쩌면 더 좋은 남자를 만날 수도 있는데, 만날 때 최선을 다하고 헤어질 때 쿨하게 마무리하는 우리가 뭘 그리도 이기적인 사람이냐고, 만날 때 어그적 거리며 시큰둥하는 너네들은 뭘 그리도 이타주의적인 사람이냐던 답변은 과연 엉뚱한 대답인가? 아니면 정답일 수도 있을까?

여성들에게 춘향이의 정절을 본받아야 한다며 문어다리 애인걸치기 하는 여성들을 질타했던 어느 남학생의 질문엔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 의미는 아마도 과거의 춘향이가 보여준 한 남성에게 받친 순정과 케케묵은 순결에 대한 그리움도 내포되어 있다고 보였다. 그 남학생을 KO패로 날릴 대답이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들처럼 우리도 티 안나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다!' 강의실이 온통 웃음바다에 통곡하리만큼 배꼽을 잡았다. 이 대답의 요지는 '티 안난다고 그렇게 말하는 너네나 잘 하세요' 정도라고 생각된다. 춘향이의 정절을 말하려면 춘향이 같은 정절을 남성들도 지켜야 하는 게 맞는 답?

그때는 웃어대고 말았지만 난 세상 사는 게 참으로 상대성을 가진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것이 있고 자위적이고 일방적이지 않은 많은 일들을 일방적으로 내몰아가는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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