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인 / 충남대 교수

'3불정책'이란 대학입학 본고사, 고등학교의 등급제, 대학 기여입학제 등 세 가지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교육정책이다. '제갈공명'이 나타나도 풀기 힘들다는 대한민국의 현 교육상황에서 그나마 사교육의 폐해와 교육기회의 불평등, 대학운영의 불투명성을 최소한도로 줄이려는 궁여지책이 바로 3불정책인 것이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이의 폐지 논란이 거세다. "대학 성장과 경쟁력 확보의 암초 같은 존재"가 바로 3불정책이라면서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가 이것의 폐지를 주장했다. 이어서 일부 사립대학교 총장들이 가세하였고 수구언론과 보수정치권도 편승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하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권영건 안동대 총장)은 기여입학제나 대입본고사는 대부분 대학에서 실효성이 없고, 대부분 대학이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며 대교협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했다. 특히 고교등급제는 시골에서 지방 대도시로, 지방 대도시에서 다시 강남으로 '교육 이사'를 초래하고 사교육의 무한경쟁을 예고할 것이라는 위험도 지적했다. 많은 사립대 총장들도 "이것은 전체 사립대의 의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논란은 교육계를 넘어 정치계, 경제계, 언론계까지 확대되고 심지어 대립되고 있는 현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육이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은 과연 3불정책 때문일까.

첫째,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창의적인 상상력을 가지지 못한 이유는 적어도 12년 이상 놀아야 할 때 놀지 못하고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며, 공교육과 사교육을 통하여 이중으로, 개성이 말살되는 암기위주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개선책은 고교입시 부활을 통한 고교등급제나 대입본고사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내신중심의 입시제도 실현과 고교교육 정상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둘째, 대입 본고사만이 대학의 자율성 확보인가? 아니다. 자율성을 꼭 좋은 재원을 독점하는 데에만 끌어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선진국의 더 많은 대학들이 본고사 대신 성장과정에서 누적된 여러 객관적인 자료들을 대학입시에 활용하고 있다. 대학은 좋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정말 자율적으로 개발함이 옳다. 본고사 부활은 사교육의 무한경쟁과 처절한 입시지옥을 불러 올 것이다.

셋째, 우리의 사교육 문제는 어디서 비롯되는가. 그것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른바 'SKY'대학을 비롯한 소수 명문대학의 학벌과 인맥이 누리는 독과점적 지위에 편입되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이다. 일단 거기에 합격하고 졸업만 하면, 즉 간판만 따면, 공개적이고 객관적 평가에 관계없이 권력과 부에 쉽게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애 키우는 '엄마'의 믿음 아니던가.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학벌타파가 지름길이다.

넷째, 고교등급제가 부활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지금도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대학입시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고교의 등급제는 학교간 서열을 고착화함으로써 그에 따라 학교간 경쟁은 오히려 실종될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래서, 고교 동문회나 대학 선후배의 기득권적 울타리를 누려본 엘리트 장년층은 오히려 그 향수에 젖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부활을, 조선시대의 양반계급 같은 것의 회복을 꿈꿀지도 모른다.

끝으로 기여입학제를 허용하여 돈으로 학생을 차별하려 한다면 더 이상 대학도, 국가도 아니다. 태생적 교육기회 불평등과 계층의 양분화와 대물림을 인정하면서 사회통합 혹은 국가통합을 운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아,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민주복지국가인가 아니면 제정로마의 계급사회 귀족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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