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석 / 서원대학교 정치행정학과

최근 각종 언론매체의 보도들을 접하다 보면,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를 한미FTA협상, 상당수 공직자들의 재산증식, 연일 터지는 중학생들의 성폭력 문제, 치솟는 휘발유값, 게다가 각 정당의 대권을 둘러싼 갈등 등 뭐하나 즐거운 소식들이 없다. 김연아나 박태환이 가끔 우리를 가슴 벅차게 해주곤 있으나 이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기쁜 일들이 없다. 맨발의 기봉이 문제까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왕 하는 김에 서민 입장에서 정말 박탈감이 드는 얘기들을 좀 더 하자들면 경제도 어려운데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순방을 하고 있다고 한다. 국회·대법원·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30일 각각 공개한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 내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재산을 불린 공직자가 전체 대상자 1,052명의 86.8%인 913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 것 뿐인가. 힘들게 등록금 만들어 자녀 대학 보내는데, 사학비리로 얼룩진 대학이 한 두 군데가 아니란다. 일부 사학재단이 온갖 치사한 방법으로 대학의 돈, 즉 학생들의 등록금을 빼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휘발유값은 계속 치솟아 서민들이 차를 버리고 걸어다녀야 할 지 고민 중인데, 일부 주유소는 더 많은 이익을 남기려고 버젓이 가짜 휘발유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언급된 대통령,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 사학재단, 그리고 주유소 사장 등은 이른 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며, 또 기득권자들이다. 즉 이미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며, 향후로도 그들의 기득권을 쉽사리 잃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더 누리고 더 가질려고 한다. 심지어 불특정 다수 서민들의 것마저도 가지려고 한다는데 우리 서민들은 더 심한 좌절을 맛보게 된다.

서민들이란 생존권만 위협받지 않으면 대부분 정부의 정책을 수용하고 잘 따르는 존재들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를 보더라도 이들은 거의 객체였지 주체였던 적이 별로 없다. 역사의 많은 투쟁에 언제나 동원되고 피 흘렸지만 전리품을 나누는 자리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하고 그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젠 이들 서민들도 좀 생각해 줬으면 한다. 각종 선거 때면 이들을 위한 공약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런데 왜 이들의 삶은 여전히 힘들고 고단할까. 그건 가진 자들이 이들의 것을 챙기기 전에 자신들의 것부터 챙기기 때문은 아닐까"

룻소는 "인민들은 오로지 선거일만 자유롭다"고 했다. 이 날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면 그들은 자신이 선택한 구속의 굴레에 다시 메이고 만다고 한다. 즉 선거로 자신의 주인을 선택하는 정도의 자유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룻소의 시대로부터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이 말이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면 정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거가 진정 국민의 권리 일부를 위임받아 이들을 위해 일하는 대표를 선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도록 진정 우리 국민, 아니 국민의 대부분인 서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 그래서 정치가 국민의 소수인 기득권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다수 서민들을 위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한다. 21세기에는 이들 서민이 진정한 국가의 주인이 되어 "우리같은 서민은 누가 돌보아 주나요""라는 자조적인 말을 되뇌이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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