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이며 해당 칼럼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시대정신(zeitgeist)'이란 각각의 시대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신적 경향성, 즉 그 시대 사람들의 의식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내면적 정신을 말한다. 이 말은 원래 역사철학에서 온 것으로 각 시대의 역사적 현상을 설명하거나 당위성을 부여하는데 이용되었다. 예컨대 군사독재 시대에는 시민혁명을 통한 민주화가 시대정신이 될 수 있었다. 이 경우 시민에 의한 혁명이란 목표와 지향점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민주화의 당위성을 그대로 지지해주는 시대정신으로 기능한 것이다.

그런데 시대정신이란 어느 특정한 시기나 분야에 국한 된 것만은 아니다. 시대정신이란 언어적 의미가 함의하듯, 시대에 따라 늘 변화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과도 상호연관성을 갖는다. 이런 연결성으로 인해 상호간 영향을 주고받으며 시대정신으로 나타난다. 지금까지의 변화상을 보면 '귀족에서 시민으로', '수직에서 수평으로', '비민주에서 민주로', '집단에서 개인'으로 변화되어 왔다. 이러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현재의 인문정신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잘 알듯 인문은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는 일과 관련이 깊은 개념이다. 이 말은 인권, 개성, 다름과 차이 등으로 치환할 수 있다. 인간은 단순히 먹고 입고 배설하는 생물학적 의미를 넘어서는 존재다. 먹는다면 왜 먹는지, 입는다면 왜 입는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를 생각한다. 이런 의미를 생각하고 이런 활동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인문적'인 것이다.

20세기까지는 효율성의 시대였다. 모든 인간의 행위는 효율성이란 것으로 재단되고 평가되었다. 이런 패러다임은 전형적으로 산업혁명에 기인된 것이었고 물질적 삶을 향상시키는데 목표가 있었다. 이런 점에서 과거의 시대가 물질의 시대였다면 오늘날 인문의 시대는 정신적인 것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는 의미다.

세기가 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만을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동반하게 되며 그 패러다임의 변화가 인간의 삶을 이끌어가는 방향성으로 이어진다. 정치·경제·사회·문화가 모두 그런 틀 안에서 융·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개별적으로 발현한다.

교육은 말할 것도 없다. 시대적인 상황과 패러다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재 이루어지는 교육의 모습과 방법이 과거시대와 다른 것도 이런 이유다. 이 역시 패러다임의 변화에 기인한 것이다. 교육에서의 패러다임 변화는 단순히 교육내용 방법, 목표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신과 의식의 변화를 통해 사회가 변화되게 하는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경우에 따라 교육이 비판을 받는 것도 시대정신을 잘못 읽었거나, 특정 정치권력에 예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교육은 단순히 어떤 기술을 가르칠 것이며 어떤 인간을 만들 것이냐의 문제를 훨씬 뛰어넘는 활동이다. 어떤 인간상을 만들어 낼 것이냐의 문제도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가장 인간다운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육이다. 이 핵심적인 가치는 시대정신과 맞물려 그 위에서 성장하게 된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21세기가 인문의 시대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의 시대'라는 또 다른 표현이다. 모든 개인이 인간다울 수 있는 인권의 시대란 말과도 통한다. 차별과 배제가 없는 사회, 폭력 없는 사회로 가야한다는 의미다. 양적으로 팽창하는 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교육, 다름과 차이를 충분히 인정하는 교육, 소수자를 차별하지 않는 교육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2018년 새로운 해가 다시 밝았다. 작게는 한 세기의 1/100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교육의 각 분야에서 100가지의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올해에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 전환이 되었다면 그것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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