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전국 동시다발 6차 촛불집회'가 3일 청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헌정사상 최대 규모로 열렸다. 충북도청 앞에서 열린 충북 범도민 2차 시국대회에서 성난 민심들이 촛불을 들고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김용수

지난해는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서 가장 큰 획을 그었던 해가 될 것이다. 2016년 말부터 시작된 수백만 시민들의 촛불집회는 종국에 보수세력이 지배하던 의회와 사법부마저 굴복시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받아냈다. 추운 겨울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시민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올해는 1945년의 해방, 1960년의 4.19혁명, 1980년의 광주항쟁, 1987년의 민주화투쟁과 더불어 우리 헌정사에 자랑스런 영광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다. 그 촛불은 지난 5월 압도적 지지로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고, 국정농단의 적폐는 백일하에 드러나 지금 그 주동자들은 줄줄이 처벌을 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다가오는 2018년은 기대와 희망으로 시작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대사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길목마다 등장하였던 시민들의 민주적 열정의 시간이 끝난 뒤 등장한 것은, 그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오히려 때론 그보다 더 나쁜 것이었다. 과거 지배세력의 부활과 군사쿠데타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 反민주 정부가 등장했고, 역사는 다시 정체되거나 역진(逆進)되었던 것이다. 군주, 귀족정체나 독재체제는 앞으로 나아가면 안된다. 그들에게는 변화 자체가 자멸의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민주정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반드시 퇴행하고 역진한다. 민주주의의 정치공학이 그렇다.

그 정치공학, 퇴행과 역진의 조짐은 역사적일뿐 아니라 현실적이다. 과거 권력을 공유하며 국정농단에 동조하고 방조하던 정치인과 관료들은 여전히 정치무대에서 활보하고 있다. 이제 그들에게서 촛불과 탄핵정국에서 있었던 반성 자세, 쇄신 의지, 위기 의식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반성과 쇄신은커녕 그들은 정치보복이나 신적폐 운운하며 정치를 다시 쓰레기더미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위기 의식은커녕 그들은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자신들의 본래의 정치적 지분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에 충만해 있다. 그래서 누구보다 정치적 셈법에 능숙한 무도한 정치꾼들이 도로 새누리당으로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

최용현 공증인·변호사

우리 현대사와 정치공학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2018년이 희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고 오히려 2017년의 시대정신에 역진하는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적 분기점은 2018년 6월로 예정되어 있는 지방선거가 될 것이다. 2018년 6월의 퇴행과 역진의 우려는 우리에게 보다 가깝다. 우리 지역에서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가 예상되는 보수 정치인의 면면을 보자. 그중에는 박근혜 정권에서 최고의 권력과 특혜를 누리며 국정농단에 동조한 이도 있고, 전근대적인 반민주적 사고로 대통령을 여왕처럼 떠받들던 이도 있고, 탄핵을 추진하던 국회나 헌법재판소를 미친개에 비유한 이도 있다. 아니 몇몇의 문제 있는 보수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지역의 보수 정치인들 중에는 2017년 촛불과 탄핵의 시대정신에 동참한 이가 전혀 없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퇴행과 역진의 최선봉에 우리 지역의 보수가 있고, 그것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의 현실이다.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서, 프랑스 혁명중 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파리시민들은 反혁명 세력의 부활을 보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네"라고 한탄한다. 어쩌면 그 한탄이 2018년 6월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그 기로에 다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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