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부 수석연구위원

2017년 12월 22일 29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현장에 다시 어둠이 내렸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은 눈물로 밤을 지세고 함께 하던 이웃을 잃은 주민들은 침울한 하루를 보내며 힘든 시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 조촐하게 마련된 추모공간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가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신동빈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11월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어려움과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연말엔 제천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는 대형사건이 발생해 국민적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다 제천 화재참사가 발생한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39명이 한꺼번에 숨지는 더 큰 인명피해 사고가 발생했다. 여기저기서 대형재난이 발생하면 정부와 관계 기관은 그때마다 항구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지만 여전히 대형사건과 사고는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 같은 끔찍한 일들이 반복되는 원인은 우리가 스스로 지켜 나가야 할 안전규정과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불가피한 자연 재해라기보다는 우리의 부주의와 불법 등에 따른 인위적 성격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재난으로부터 안전해지려면 법률과 제도에 따른 원칙과 기준에 따라 운영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원칙과 기준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회제도적인 것이 만능은 아닐지라도 제도적 장치가 무너져 원칙과 기준이 무너지고 도덕적 해이가 생겨나면, 불법과 편법들이 난무하고 최소한의 사회적 보호 장치가 사라져 큰 공동체적 피해와 사회적 비용만 초래하게 될 뿐이다. 이런 공동체적 폐해와 사회적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전가되어 결국은 모두의 책임으로 돌려지고, 이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적 결과를 만든다. 따라서 우리가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할 것은 사회제도적 법률과 정책제도의 기준과 원칙을 준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개인주의적 가치가 팽배해 지고 사회적 가치가 무시되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들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오늘날 개인의 자유와 행복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해 주는 것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고 누리도록하기 위한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보다 사려 깊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은 나 홀로만의 삶이 아닌 공동체적 삶을 위한 사회적 가치일 것이다. 이는 결국 보호가 필요한 약자들이나 개인들에게 최소한의 사회적 삶을 보장해 주는 보호막이자 안정장치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삶의 현장 속에서 개인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최소한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도록 할 필요가 있는 점이다. 만약 사익을 우선하면 개인적 가치를 지킬 수는 있지만 사회적 폐해를 가져올 수 있다. 반대로 공익을 우선하면 사회적 가치는 채울 수 있으나 개인에게 폐해를 끼칠 수 있다. 이에 최소한 인간적 삶을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양심과 사회적 공동 질서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원칙과 기준이 되어야 한다.

정삼철 충북연구원 성장동력부 수석연구위원

지금처럼 도덕불감, 안전불감, 내로남불 등의 사회적 불감증과 나만 아니면 된다는 의식이 사회적으로 만연한 국가와 지역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건강하고 지속발전 가능한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또한 이런 원칙과 기준들은 이념측면의 진보와 보수, 정치적 측면의 여야와도 무관하며, 성별 연령별 차이로 인한 남녀노소, 문화나 도시와 농촌과도 하등 관계가 없이 지켜 나가야 할 기본가치이다. 따라서 미래의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고 보다 발전하는 충북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지역사회 공동체적 가치를 어떻게 만들고 실현해 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올해 치러질 지방선거에 나서는 지역의 선량들도 경쟁에만 매몰돼 선거후 후유증과 상처로 갈등과 고통을 안겨주기보다는 주민행복을 위한 충북의 공동체적 가치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제시해 주어야 한다. 또한 지역주민 유권자들도 충북의 사회적 자본과 인프라, 사회적 기업 등과 같은 지역공동체적 가치를 누가 얼마나 지키고 늘려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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