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소방도로에서의 불법주차가 초기 화재 진화 실패의 한 원인으로 대두되고 있다. 대중숙박시설(새터로) 주변 도로 곳곳에서 소방차 진입은 물론 승용차 통행에도 어려울 정도로 불법 주차된 모습을 볼 수 있다. / 김용수

소방청은 전국 찜질방 6474곳에 대하여 지난해 말부터 올 1월 중순까지 소방안전시설을 특별조사했다. 31.6 %가 불량으로 판정되었다. 그런데 제천 화재 참사를 겪은 충북의 불량률이 전국 최고로 밝혀졌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전국 평균의 두 배에 이르는 59.6 %의 불량률이라니 찜질방 10 곳 중 6 곳의 소방안전시설이 불량이라는데 찜질방에 갈 수 있겠는가.

찜질방만 그런 건가. 충북의 다른 다중이용시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대형 인명 피해를 낸 화재 사건들로 어려움을 겪은 정부는 이달 5일부터 2개월 간 다중이용시설 6만 곳에 대하여 안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단다. 2개월 후에 밝혀질 충북의 안전시설 불량률이 전국 평균 근처에라도 있길 바랄 뿐이다.

이번에 소방청이 밝힌 불량의 원인 중에는 비상구 앞 장애물 방치나 잠금, 심지어는 미설치와 같은 피난시설 불량이 41.4 %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탈출할 비상구가 없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에 과태료 부과로 끝난다. 2층에서만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천 화재의 경우도 자동문이 열리지 않았고 피난계단이 장애물로 막혀 있었던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도 그렇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경우에 신고 후 7분이 지나서 소방차가 도착했지만 본격적인 구조 작업은 30분 정도가 흐른 뒤에 시작할 수 있었다. 불법주정차 된 차량들이 소방차의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소방청이 밝힌 골든타임은 5분이다. 이때 초기진압과 인명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왜 불법주정차하는가. 첫 번째는 주차난이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설이 있지만 주차시설은 턱없이 모자라는 판이니 길가에 주정차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주차하면 줄줄이 이어서 댄다. 두 번째는 질서의식 부족이다. 자신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인 생각이다. 정말 뻔뻔한 주정차를 하루에도 여러 차례 목격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도심의 골목길 주정차는 화재 진압에 치명적인 방해가 되지만 해결이 용이하지는 않다. 도로의 한쪽에만 주차하면 소방차의 통행이 가능한 중앙선이 없는 도로라면 그렇게 지정하고 위반을 강력하게 단속한다면 어떨까. 하기야 중앙선이 그어져 있는 도로의 한쪽에 주차된 차량 때문에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고는 주행할 수 없는 경우가 어디 한두 군데인가. 교통법규는 있지만 지키지도 않고 어겨도 제대로 단속도 하지 않으니 문제다.

주민이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을 이롭게 하는 일임을 깨닫고 실천하게 하는 책임이 정부와 정치인에게 있다. 그러하기에 정치인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들이 하는 일들이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는 믿음이 국민에게 생기면 지금보다는 훨씬 질서를 지키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소방차 전용구역 내 주차뿐 아니라 소방차의 진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포함한 관련 법률안 3개를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가 이어진 후에야 국회가 부랴부랴 움직인 일이다. 그 중 소방시설공사업법 개정안은 발의되고 나서 453일이 흐른 뒤에야 본회의에 상정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제천과 밀양의 대형 참사가 없었다면 3개의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거쳤을지 의문이다.

류연국 한국교통대 교수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일진대 국방과 치안은 국가가 담당하고 있지만 소방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지방마다 시설과 운영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찬반양론이 있지만 시급히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하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사는 곳에 따라 달리 보호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되겠는가. 정부가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하겠다고 했으니 국민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다하려는 것이리니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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