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교육하며 체육시설 공유… 지역민 사랑방으로 변모

대성영농조합법인 전경. /윤소리
대성영농조합법인 전경. /윤소리

[중부매일 이지효·윤소리 기자] 네번째로 찾은 충북의 농촌 폐교는 옥천군 이원면 신흥길 25에 자리한 대성초등학교다.

옥천 이원면은 묘목단지로 유명한 만큼 대성초등학교를 찾아가는 길 역시 묘목가게가 줄을 잇고 있었다.

청주에서 1시간 10분 정도 걸리는 이곳은 옥천 IC를 통과하고도 10분 이상 들어가야 도착할 수 있었다. 3㎞만 더 가면 영동이라니 영동과 가까운 경계에 있는 곳이었다.

1946년 10월 15일 개교한 옥천 대성초는 1952년 3월 제1회 졸업식을 갖고 1984년 옥천군에서 지정한 독서 시범학교로 운영됐다.

대성초 1960년대 학교 전경
대성초 1960년대 학교 전경
대성초 1968년 고적대
대성초 1968년 고적대

1993년에는 옥천군 지정 토의식 수업 시범학교로 운영됐고 1997년에는 도 지정 교단선진화 자율 시범학교로 운영되다가 2014년 2월 졸업식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현재 옥천 대성초는 대성영농조합법인(대표 김근형, 옥천 대성초 25회 졸업생)이 학교를 관리하며 주민들을 위한 문화체육시설 공간을 마련해 사용하고 있으며, 법인에서 대성무인항공교육센터를 유치해 드론 교육을 진행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대성무인항공교육센터 내 복도에 정리돼있는 드론. /윤소리
대성무인항공교육센터 내 복도에 정리돼있는 드론. /윤소리

학교 입구를 들어섰을 때는 본관 건물이 작아 규모가 작은 학교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학교 뒤로 펼쳐진 유치원 건물과 그 뒤에 자리한 족구장, 게이트볼장, 황토 유황 제조기 등이 놓여진 공간까지 약 8천여평 가까이 됐다.

대성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김근형씨는 이 학교 25회 졸업생이다. 올해로 환갑이 됐단다.

"제가 다닐때만해도 학년당 2개 반씩 60명 이상 한반에서 공부했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학생수가 줄어들어 동문회에서도 학생수를 유지하기 위해 장학금도 마련하고 노력했지만 돌아가는 시류는 막지 못했어요."

학교가 문을 닫고 방치되다보니 학교 건물은 금세 낡기 시작했다.

대성초 동문들은 학교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알아보다 학교부지 기증자의 후손의 허락이나 학군·학교 출신의 50%가 찬성하면 무상임대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동문들이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학교부지 기증자에 대한 정확한 서류 증빙이 어려워지자 동문들이 나서 학군의 65~70%의 동의를 받아 무상임대에 성공했다.

대성영농조합법인은 대성초 동문 위주로 시작했지만 대성초 동문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이원면에 있는 이원초등학교와 지탄초등학교 동문들까지 함께해 지역주민들과 함께하는 문화체육시설을 공유하며 학교 건물을 손보기 시작했다.

예전 과학실을 활용해 마련한 인기 좋은 당구장
예전 과학실을 활용해 마련한 인기 좋은 당구장

누구든 와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족구장, 게이트볼장, 당구장을 운영하며 친환경 자재 황토 유황 제조기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당구장은 본관 건물 뒤에 마련된 유치원 건물 안 과학실에 당구대를 놓아 당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유치원의 규모만 봐도 당시에는 얼마나 컸던 학교인지 가늠할 수 있었다.

김근형 대성영농조합법인 대표. /윤소리 
김근형 대성영농조합법인 대표. /윤소리 

김근형 대표는 "족구장과 게이트볼장은 야외에 있다보니 주말에 사용하는 횟수가 많고 당구장은 예전 과학실에 조성해 놓아 매일 성황을 이루며 인기가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인기가 많다보니 당구장 이용수칙을 마련해 운영비를 위한 무인양심모금함까지 마련해뒀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조합원들은 대성초 내에 있는 황토 유황 제조기를 사용해 이를 농사에 활용하고 있다.

옥천 대성초 폐교는 대성영농조합법인이 관리하며 대성무인항공 교육센터도 들어와 있다. /이지효
옥천 대성초 폐교는 대성영농조합법인이 관리하며 대성무인항공 교육센터도 들어와 있다. /이지효

또 대성영농조합법인은 대성무인항공교육센터를 유치해 드론 전문 교육기관으로서도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1종부터 3종까지 국가자격 조종자를 양성하고 국가자격 지도조종자 양성, 실기평가 조종자 양성, 조종자 전문화과정, 기관·단체 위탁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6㎡ 부지에 연간 200여명의 조종자를 양성하고 있다.

대성무인항공교육센터 관계자가 방제용 드론을 트럭에 싣고 있다. /윤소리
대성무인항공교육센터 관계자가 방제용 드론을 트럭에 싣고 있다. /윤소리

특히 농사를 짓는 농촌지역임을 감안해 농업 방제용 드론으로 3년째 지역 방제도 돕고 있다.

김 대표는 "대성영농조합법인이 대성초 동문회를 대신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우리 대성초등학교 공간이 지역 선후배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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