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개조 숙박공간 조성·운동장 한켠 동물농장… 체험학습장으로

느티나무학교 전경 /윤소리 

[중부매일 이지효·윤소리 기자] 중부매일이 마지막으로 찾은 충북의 폐교는 단양군 어상천면 덕문곡리 176에 위치한 어상천초등학교 덕문곡분교다.

어상천초 덕문곡분교는 이제 '느티나무학교(대표 한재준)'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쉬어가게 해주는 체험학습장이자 수련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주에서 출발해 2시간 여를 달려 단양에 들어서서 430m 높이의 덕문곡재를 굽이굽이 10여분 넘게 달려가다보면 산들로 빼곡히 둘러싸인 곳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느티나무학교'를 만날 수 있다.

가는 길에 도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길을 잘못 들기도 했지만 금세 돌아 다시 어상천초 덕문곡분교로 향했다.

어상천초 덕분곡분교 입구에는 수령 100년이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다. 운동장 한켠에도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어 커플 느티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느티나무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재준 대표는 "2005년 제가 이곳으로 들어왔는데 다 쓰러져가는 폐교였다"며 "폐교를 알아보러 전국을 다니며 성공사례와 실패사례를 보고 다녔는데 이곳을 들어서는 순간 '아! 바로 이곳이다!' 라고 생각했고 바로 옆에 서 있는 느티나무를 보고 '느티나무학교'로 해야겠다 마음먹었다"며 옛 학교에 대한 상징성에 대해 강조했다.

어상천초 덕문곡분교는 1943년 5월 1일 어상천초등학교 덕문곡분교장으로 설립됐다. 당시 재적학생은 76명이었다.

1960년대 어상천초 덕문곡분교 교사 전경. / 충북도교육청 제공
1960년대 어상천초 덕문곡분교 교사 전경. / 충북도교육청 제공

이후 1949년 7월 5일 덕문곡초등학교로 인가 후 그해 7월 18일 제1회 졸업식을 실시했다.

40여년이 지난 1988년 9월 11일 어상천초등학교 덕문곡분교장으로 격하된 후 1992년 2월 어상천초등학교로 통합되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다 쓰러져가는 폐교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느티나무학교의 한재준 대표가 들어오고 부터다.

약 6천600㎡(약 2천200평)의 면적에 소담히 자리한 느티나무학교는 6칸 교실을 가진 단층 건물과 강당 건물로 쓰이는 교실과 사택으로 구성돼 있다.

체험학습이 진행되는 만큼 운동장 한켠에 마련된 동물농장도 눈에 띈다.

이곳에는 양, 토끼, 토종닭 등을 만날 수 있는데 코로나 19 이전에는 학교 뒤 벌판을 활용해 양떼목장도 운영하는 등 훨씬 활발히 진행됐었지만 코로나 19 시기를 지나면서 많이 축소됐다가 서서히 코로나 19 이전으로 회복하는 중이다.

강당 건물 앞에는 한 대표가 직접 제작해 만든 학생들을 위한 수제 기차도 눈에 띄었다.

'느티나무학교'는 개인은 받지 않고 단체 위주로 체험객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3~4월에는 대학교 MT, 5~6월에는 기업체 워크숍, 7~8월에는 교회나 성당 수련회, 9월에는 각종 동아리 정기모임, 10월~11월에는 다시 대학교 MT, 11월 12월에는 기업체 연수 등으로 1년 스케쥴이 돌아간다.

한번에 약 140여명까지 수용 가능한 이곳은 교실을 개조해 숙박공간에서 잠을 자고, 교실 2개 공간을 터서 강당으로 만든 곳에서 단체 활동 및 운동장에서 체험활동을 진행한다.

객실 내부 
객실 내부 
객실 내부 
객실 내부 

한 대표는 "2층 공간으로 만든 장소를 보면 밤새도록 틀을 만들어 제작했던 추억이 되살아난다"며 "가장 애착이 가는 방"이라고 설명했다.

운동장 한켠에 마련된 포장마차 분위기의 하우스에서는 낮에는 각종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밤이 되면 포장마차 분위기의 회식 장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한 대표는 "제가 이곳으로 오기로 마음먹었던 때가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앞둔 시기였고, 내비게이션이 개발되는 등 레저 산업이 각광 받을 시기였다"며 "이집이 내 집이다라는 강렬한 느낌은 있었지만 내가 들어오고 싶다고 바로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며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고 다녔던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결혼 2년차로 제 아내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었을 때인데 이장님과 주민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막걸리 들고 다니며 애썼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20대 후반이었던 아내가 힘들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해요. 너무 고맙죠."

한 대표는 처음 자리 잡을 때를 생각하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느티나무학교로 자리잡아가는 모습에 뿌듯하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19가 덮친 후에는 정말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생각한 한 대표는 외식사업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배달이 대세였기 때문에 음식 배달에 승부수를 걸었다. 운좋게도 당시 공사현장 사람들이 밥먹을 곳이 없어서 '한스 푸드'라는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고 제천까지 고정적으로 납품하기에 이르렀다.

한재준 대표의 공간인 폐교카페 입구. 한스푸드 사업을 위한 자재들이 입구에 놓여있다.
한재준 대표의 공간인 폐교카페 입구. 한스푸드 사업을 위한 자재들이 입구에 놓여있다.

이제는 코로나 19 이후 서서히 코로나 19 이전으로 돌아가고는 있다. 전에는 수련회와 캠프가 '주'였고 외식 사업이 '부'였다면 이제는 외식 사업이 '주'가 됐다고 했다.

이곳에서 한 방송사의 소나기 학교도 촬영했었고 방영 10년 기념으로 작가와 PD가 이곳을 다시 찾는 등 이곳은 사람들의 기억속에 추억되고 있다.

단풍이 울긋불긋 들어 가장 예쁜 시기인 지금 아늑하고 고즈넉한 느티나무학교에서의 휴식은 어떨까? 글·사진/ 이지효·윤소리


 

[인터뷰] 한재준 느티나무학교 대표


"사람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 사람이 좋습니다"

"평일보다는 주말을 꼬박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서는 이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한 건의 계약을 하더라도 2~3시간은 기본으로 소통하고 통화도 50여통 이상, 여름캠프의 경우에는 80통 이상의 통화를 진행하기 때문에 그 분들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어요. 그러니 인상 쓸 일이 없습니다."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한재준 느티나무학교 대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친구처럼, 형, 동생처럼 격의없이 지내고 있다.

숙소에서는 절대 술을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19년 동안 지키고 있어 그동안 안전사고는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또 직원을 따로 두지 않고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청소를 할때도 주민분들과 함께 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등 지역주민과 상생하고 있다.

음식이 남으면 마을회관이나 부녀회관에 전달하고 있다.

한 대표의 두 딸도 이곳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첫째는 안올법도 한데 매주 금요일이면 단양으로 내려와 부모님의 일손을 돕고 있다.

한 대표가 꾸준히 단체 예약을 받을 수 있는 비결도 사람에 대한 관계와 관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네 어르신들의 생신까지 모두 챙기며 축하의 말을 전하고 워크숍 담당자들과의 주기적 소통이 바로 그것이다.

한 대표는 자신이 머물고 있는 단양에 대한 홍보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단양에는 천혜의 환경과 볼거리가 많이 있어요. 여기 오신분들이 그냥 가지 않도록 주변의 관광지나 맛집도 소개해 드리고 있답니다. 단양에서 좋은 추억을 가져가셨으면 좋겠어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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