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질병치료·검진 차질 걱정에 막막
"정기적 신장투석 못하면 생명위험"
교수진 "사직 수리전까지 진료 최선"

충북대 의대 교수들이 주 52시간 근무 결정과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는 27일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병원에 한 환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 /윤재원
충북대 의대 교수들이 주 52시간 근무 결정과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는 27일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병원에 한 환자가 의자에 앉아 있다. /윤재원

[중부매일 이재규 기자] "의사에게 버림받은 셈이죠.". 충북대 의대 교수들이 주 52시간 근무 결정,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환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7일 오전 10시께 충북대병원 로비는 외래 진료 접수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적어 비교적 한산했다. 

이날 표를 뽑고 접수를 기다리는 대기자는 대개 5명 내외였고 실제 접수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이 채 안됐다.

신장투석실 앞에서 만난 A(57)씨는 이 병원 의사들의 사직서 제출 소식에 놀라며 "사실이냐"라고 연거푸 되물었다. 

A씨는 "이 병원에서 10년 동안 3주에 한 번씩 신장 투석을 받아왔다"며 "투석을 못하면 당장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데 이런 사실을 의사들이 모를 리가 없다"며 부정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예약이 되고 있지만 안 된다면 10년 동안 다니던 병원을 하루 아침에 바꿔야할 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27일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병원에 의대정원 증원 저지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있다. /윤재원
27일 청주시 서원구 충북대학교 병원에 의대정원 증원 저지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붙어있다. /윤재원

호흡기내과 앞에서 만난 김금주(70·여)씨는 "신장에 혹이 생겼다고 해 진천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예약을 잡기 어렵다고 들었다"며 "하필 이럴 때 아픈 내가 원망스럽고 의사들은 우리를 생각해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폐암 4기라는 B(70)씨는 "지금도 온몸이 아파 3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으러 오고 있다"며 "의사들이 사직서를 내고 떠나면 우리는 그들에게 버림받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대 의과대학·충북대병원 비대위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70여 명의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로 전해지고 있다.

전날 충북대병원이 포함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사들의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충북대병원도 1~2주간 수술 일정 등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주 52시간 근무에 돌입할 예정이다.
 

배장환 충북대의대·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25일 청주시 상당구 충북도청에서 김영환 충북지사와 간담회 전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재원
배장환 충북대의대·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장을 비롯한 교수들이 25일 청주시 상당구 충북도청에서 김영환 충북지사와 간담회 전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재원

지난 25일 배장환 충북대병원 비대위원장은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교수들이 주 80시간 이상을 일해 매우 힘든 상태"라고 밝힌바 있다.

다만 교수들은 사직서가 수리될 때 까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충북대병원은 전공의 151명 중 149명이 이탈하면서 회진·간호인력 효율화 등을 위해 입원병동 4곳을 폐쇄했다.

응급실에서는 소아과와 흉부외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진료에 제한이 있으며 야간에는 안과 진료가 불가능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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