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르 예술공간 윤곽 365일 문화 향유 토대 마련"

편집자

청주시 상당구 교서로 16-5 4층(영동 100-3 4층)에 위치한 '정심아트홀'은 극단 청사 문길곤 대표가 운영하는 소극장이다. 청주공업고등학교(전 청주기계공고)에서 도보로 1분거리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이 건물은 2·3층의 경우 충북교원단체연합회 사무실로, 4·5층은 청주공업고등학교동문회 사무실로 사용되던 곳 중 한 곳을 임대받아 소극장으로 탈바꿈했다. 청주예총 회장이기도 한 문길곤 대표의 공약사업이자 오랜 숙원이었던 소공연장과 갤러리 조성은 올해 총 13곳 선정이 마무리되면서 청주시 최초로 문화예술공간 집적화사업의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문 대표에게 사업의 취지와 소공연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문길곤 정심아트홀 대표가 지난 11일 공연장에서 자신만의 연기철학과 향후 운영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박은지
문길곤 정심아트홀 대표가 지난 11일 공연장에서 자신만의 연기철학과 향후 운영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박은지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내렸다그쳤다를 반복하는 지난 11일 오전 정심아트홀은 연극이 끝나고 난 뒤의 적막감이 돌고 있었다. 지난 5월 20일과 6월 9일 가족극 '만리향'으로 관객을 울고 웃겼던 세트는 깨끗이 치워졌지만 금방이라도 관객을 맞이할 채비를 갖춘 듯 했다. 청주시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이 소공연장과 갤러리를 한데 모으기까지 어려움은 없었을까.

"9년전부터 서울의 대학로처럼 공연장이 집적화돼 있는 거리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수차례 의견을 개진했지만 실행은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청주예총 회장선거에 출마하게 됐고 8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일각에서는 '청주시장도 하기 힘든 공약을 내세웠다'는 핀잔도 들었다. 그 해 4월 후보로 나선 현 이범석 시장에게 원도심활성화를 제안할 기회를 얻었다. 당초 공연장·갤러리 각각 10곳을 희망했으나 예산에 맞춰 구색을 맞추다보니 당초 계획보다 축소된 면이 있다. 한복거리도 상가가 여러개 모여있어야 이 집도 가보고, 저 집도 방문하면서 고객이 모이고 선택할 수 있듯 연극 공연장도 7~8곳을 갖춰놔야 발길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 소극장을 갖고 있을 때는 한달씩 무대에 공연을 올렸다. 지금처럼 공연장을 갖추고도 관객을 모으지 못한다면 빨리 문을 닫고, 공연이 활성화되면 장기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야 한다."

연극공연장 정심아트홀 내부 모습.  / 박은지
연극공연장 정심아트홀 내부 모습. / 박은지

지난 1986년 창단한 극단 청사도 그동안 '청사아트홀', '연극공간 문' 등 수차례 공연장을 운영했으나 결국 눈물로 접을 수밖에 없던 역사가 있다. 그간 마땅한 공연장도, 무대도 없어 관객과 마주하지 못했던 충북 연극은 올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40년째 지역 연극계를 지켜온 문길곤 대표가 생각하는 연극, 예술인은 뭘까.

"궁극적으로 지자체에서 지원금을 받아 단 며칠에 끝내는 공연으로는 발전할 수 없다. 무료 공연은 안될 말이다. 문화예술공간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입장료는 필수다. 문화계에 몸담고 계셨던 분과 이야기 나누던 중 '충북 예술인들이 재단 지원금이라는 안락사 정책에 물들었다'는 주장이 인상깊었다. 지원금에 길들여져 지원금이 없으면 공연도 못하는 형국이 됐다. 재단은 문화정책을 기획하고 연구해서 마중물 사업(콘텐츠 지원사업)을 실행해야 한다. 결국 예술인들끼리는 지원금 타는 사람도 불만, 지원금 탈락한 사람도 불만인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번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은 예산이 최종 세워지기 직전까지도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 최종 선정된 이후에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 특정 지역이나 장소의 용도가 바뀌는 등 변화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존 거주자 또는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일단 문화를 통한 활성화가 되고 난 후에 걱정할 일이다. 3년 지원사업 이후 선정된 13곳 중 절반이상 남아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365일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충북 역사 이래 최초의 일이다."

문길곤 정심아트홀 대표가 지난 11일 공연장에서 자신만의 연기철학과 향후 운영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박은지
문길곤 정심아트홀 대표가 지난 11일 공연장에서 자신만의 연기철학과 향후 운영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 박은지

청주에서 문화예술공간이라면 청주예술의전당, 청주아트홀 등 대공연장도 있는데 문 대표는 그동안 공간에 대한 갈증이 커 보였다.

"지역에서 오랜기간 활동하면서 연극, 무용, 국악, 연예 단체들 중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 제대로 선 예술인들이 10명이 안된다. 저도 몇년간 그 무대에 서보질 못했다. 우리와는 다른 공간이다. 소공연장은 충북연극제때나 조금 쓴다. 대관도 하늘의 별따기다. 대공연장은 시립예술단 공연과 지역 기획사들 차지가 됐다. 이번 청주시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을 통해 청주를 대표하는 연극공연과 클래식 공연과 스타가 배출되길 희망한다. 청주로 공연을 보기위해 발걸음이 이어졌으면 한다. 물론 이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동안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지 않는가. 작품이 좋으면 일년내내 공연해야 한다. 서울공연같은 경우 소위 공연이 터져서 입소문이 나면 일 2회 공연, 주말의 경우 5회 공연도 한다. 좋은 작품과 좋은 배우들, 좋은 연출가와 합이 맞으면 롱런할 수 있다. 3년내에 자립할 수 있는 자기만의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요즘 연극하는 후배들은 저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장기공연을 통해서 자기만의 캐릭터 구축이나 필모그래피가 쌓이게 된다. 거기서 연기 내공이 쌓이고 어떤 배역이 들어와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해석하고 연기로 표현해 낼 수 있는 훈련기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문 대표가 그려나갈 문화예술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연극공연장 정심아트홀 내부 모습.  / 박은지
연극공연장 정심아트홀 내부 모습. / 박은지

"다양한 장르가 모여 13곳의 문화예술공간이 윤곽을 갖추게 됐다. 사실상 365일 내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문화도시 청주의 '예술의 거리' 명명식도 하고 문화예술공간 지도도 설치하고 공연·전시계획도 수시로 홍보할 예정이다. 공연장 페스티벌 등 시민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심아트홀에서는 오는 8월에 연극공연 '거기, 어딘가' 이후에는 '돼지와 오토바이'라는 장기공연을 구상하고 있다.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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