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묻혀가며 만든 공연장 리모델링… 좋은 공연으로 보답"

편집자

청주시 상당구 중앙로 30 3층에 위치한 '예술나눔터'는 극단 늘품과 예술나눔 천은영 대표가 운영하는 소공연장이다. 8층 높이의 건물에는 청주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보떼아트쿨 미용학원, 소극장 소명아트홀 등이 자리하고 있다. 10여년째 3층 소공연장과 4층 극단 늘품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는 보금자리기도 하다. 극단 대표이자 극작가, 연출가 등 다양한 역할로 활약하고 있는 연극인 천은영씨를 만나 청주시 문화예술공간지원사업의 현재와 소공연장의 활용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천은영 예술나눔터 대표가 지난 18일 공연장 포스터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박은지
천은영 예술나눔터 대표가 지난 18일 공연장 포스터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박은지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영하의 날씨로 종종걸음을 걷게 하는 지난 18일 오후 예술나눔터 현장은 금방이라도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할 준비가 돼 보였다. 분장실이자 대기실, 사무실까지 연극 포스터부터 의상, 소품까지 입주때부터 배우들이 하나씩 채우며 손때 묻은 흔적들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오는 30일까지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연극 '황소, 지붕 위로 올리기'에서는 정아름, 이병철, 최대운 등 지역에서 내로라 하는 젊은 연극인 3인방이 1인 8역으로 무대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이번 작품은 올해 청주시 문화예술공간지원 콘텐츠제작지원작품 중 하나로 시즌 1 '신바람 삼대', 시즌2 '일등급 인간'에 이은 세번째 작품으로 예술나눔터의 현재와 미래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존의 공연장을 리모델링 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과정은 어땠을까.

소공연장 예술나눔터 무대 전경. / 박은지
소공연장 예술나눔터 무대 전경. / 박은지

"일단 공연장이 10년을 넘어가면서 때가 타고 여기저기 손봐야 할 곳이 생겼다. 더욱이 냉난방기를 가동을 등유로 사용하면서 유류비도 많이 들었으나 시설개선사업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초창기부터 공연장은 단원들이 합심해 만든 공간이긴 하지만 분장실, 무대 마루바닥 등 빛도 새어들어오고 삐걱대는 등 항상 불안한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조금씩 모아서 부족한 것을 채우고, 바꿔오는 과정 속에서 지원사업에 선정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원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소공연장과 갤러리 유치를 통한 원도심 활성화가 핵심이다. 소공연장의 경우 첫해 9천만원(시설개선 4천500만원, 콘텐츠 기획 4천500만원)을 지원받고 2년차부터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최대 180일까지 늘리는 방안이 제기됐다. 365일중 이틀에 한번 꼴로 공연을 올리고, 전시를 이어가야 된다는 현실적 문제 속에 실질적인 공연·전시일수는 조율중에 있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면서 천은영 대표에게 아쉬운 점을 물었다.

"지원사업 초기에 누차 말씀드린 부분은 3년간의 지원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년 전 가까운 대전에서도 원도심 활성화사업으로 공연장 신설때 지원을 통해 반짝 활성화된 부분은 있었으나 결국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구도심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이상 계층이 유입돼 기존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 문제로 공연장 몇 곳만 살아남고 나머지 공연장은 줄줄이 문을 닫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 지원이라 함은 임대료와 세액 공제 등 혜택을 주는 방안이다. 예술나눔 터의 경우 8층 건물에 2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월 임대료만 330만원 이상 지출되고 있다. 사업 초기 당시, 건물주들을 모아 사업설명회를 거쳐 사업에 대한 이해를 돕는 공청회 단계가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했다. 청주시 문화예술과에서는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시면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 다만 회계 정산처리 과정에서 답답함을 좀 느낄 때가 있다. 배우들이 얼마나 연습하고, 무대를 꾸려가려면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에 대해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없이 단순 업체 대하듯이 회계처리를 해야되는 절차가 현실과 거리가 있어 아쉽다."

연극 '황소, 지붕 위로 올리기' 공연 모습. 
연극 '황소, 지붕 위로 올리기' 공연 모습. 

천 대표에게 지원사업 첫해 100일간의 공연일수, 상시 공연을 통해 얻게 된 가장 큰 소득과 향후 2년동안 소공연장은 어떤 모습으로 이어나가야 될까를 물었다..

"한 작품당 20일씩 공연하다보니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지원사업의 경우는 며칠간 작품을 올리고 나면 끝이었는데 이번 활성화사업을 통해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고 배우들의 연기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큰 위안을 삼는다. 사업 초기인만큼 모객이 쉽지는 않지만 배우들이 역량이 커지면서 보람을 느낀다. 다만, 다양한 홍보채널을 통해서 공연과 전시가 수시로 올라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어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청주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이 직접 표를 구매해서 공연장에 앉기까지 아직은 갈 길은 멀어보인다. 그나마 저희 극단의 경우 고정 팬들이 있어 작품에 대한 정보전달부터 비평까지 다양한 의견을 주고 받는 소통채널이 있다. 내년에는 더 많은 시민들이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버티고 노력하겠다. 좋은 배우들, 좋은 공연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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