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여성교육의 시작점… 100년 넘는 유서 깊은 한옥
[중부매일 이지효·김명년 기자] 옥천군 옥천읍 향수길 45에 위치한 '그냥 찻집'.
찻집 이름은 '그냥'이지만 알고보면 100년이 훨씬 넘은 유서 깊은 장소다.
옥천 여성교육이 시작된 이곳은 1910년 후반 당시 쌀 6천 가마를 살 수 있는 거금 15만원을 들여 지은 한옥이다.
일제 강점기 조선 10대 갑부로 불렸던 김기태 선생이 지었다고 전해진다.
그 후 한치봉 선생이 고택을 사서 옥천 여성교육을 위해 옥천여중의 전신인 옥천여자전수학교에 기부했고 1944년 옥천여중이 개교했다.
옥천여중은 당시 99칸 전통한옥을 개조해 사용했는데 이 건물은 1965년 옥천읍 문정리로 이전하기 전까지 사용됐던 곳이다.
취재를 위해 이곳을 찾았을 때 옥천여중 19회 출신으로 2011년부터 옥천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중인 천정희(74)씨가 '65 라는 숫자가 적힌 앨범을 들고 나와 이곳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천 해설사는 "지금은 주차장이 된 이곳이 대문이었고 대문을 들어서면 매점이 있었는데 매점에서 군것질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며 "지금은 한옥의 일부가 남아있지만 전에는 더 많은 건물이 있었고 그때 공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이곳에서 중학교 졸업 후 고등학교로 진학했는데 1965년 중학교 졸업이후 고등학교 1학년에 다니던 시절 옥천읍의 신교사로 이동하면서 자기가 앉고 쓰던 의자와 책상은 각자 들고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천 해설사는 "이곳에 오면 학창시절이 많이 생각난다"며 "옥천여중 출신들이 이곳에 찾아오면 많이 변해서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제가 당시 상황과 지금 변한 모습을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다닐 시절 육영수 여사가 흰 수가 놓인 한복을 입고 학교를 찾아 책과 악기 등을 기증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이후 2001년 평거 김선기(68) 서예가가 이 집을 매입해 옥천을 방문하는 주요 인사들에게 식사 대접 장소로 활용하다 지금은 부인과 함께 '그냥 찻집'을 운영하고 있다.
'엄만 내가 왜 좋아? / 그냥 // 너는 왜 엄마가 좋아? / 그냥 // 이라는 문상석 시인의 '그냥' 시처럼 '그냥' 좋아서 '그냥 찻집'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김선기 서예가.
그는 오래된 옛 한옥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며 36년 동안 모아온 옛 물품들을 찻집에 일부 전시하고 고택 뒤편 3층 건물에 그가 모은 민속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찻집에는 수동 카메라, 곰방대, 숯다리미, 짚신, 족두리, 엽전 꾸러미, 주판, 엿장수 가위 등 지금은 볼 수 없는 옛 물건들이 가득하다.
평거 민속박물관이라 이름지은 뒤편 건물에는 옛 선조들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아기자기한 물건인 휴대용 붓, 구두 주걱, 수염을 빗는 빗부터 이발소 의자, 1960년대 남성 헤어스타일을 알 수 있는 액자(당시 유명 연예인이었던 김진규, 최무룡이 모델이었다), 목판인쇄본 등 진귀한 물건이 가득하다.
김선기 서예가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옛 한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고 앞으로도 원형을 보존해 사람들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옥천여중 구 교사는 옛 전통 한옥을 학교 교실로 활용한 사례다. 인근에 1926년 지어진 구 교사가 남아있는 죽향초등학교와 '향수' 시인으로 알려진 정지용 생가, 육영수 여사 생가도 있어 옥천문화재단지로 육성하는 방안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