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까지 질곡의 역사 버텨온 학교

신팔균 장군 사적비와 이월초
신팔균 장군 사적비와 이월초

[중부매일 이지효·김명년 기자] 일제강점기인 1920년 4월 1일 개교해 올해로 개교 102주년을 맞은 이월초등학교(교장 송명진).

독립운동 정신의 산실인 이월초는 동천 신팔균(1882~1924) 장군이 세운 사립학교인 보명학교에서부터 시작됐다.

신팔균 장군 대한제국 장교시절
신팔균 장군 대한제국 장교시절

신팔균 장군은 진천의 전통적인 무반 가문의 후예로서 대한제국 육군 무관학교를 졸업하고 1902년 장교로 임관했다.

하지만 1907년 7월 31일 일제에 의해 군대가 강제 해산되고 복무가 더이상 의미 없어진 신팔균 장군은 그해 8월 부친의 고향인 충북 진천 이곡면(현 이월면) 노원리로 내려가 동생 필균과 함께 노곡리 강당고개에 세운 보명학교의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민족혼을 일깨워주고 항일애국사상을 고취했다.

이월초 100년사에 따르면 그는 신흥무관학교 연설에서 "우리는 비록 약소 민족이지만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발전해 온 문화민족이다.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우리들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힘을 기르자! 독립을 찾자! 그래서 온 국민을 일제의 사슬에서 구하자! 이것이 바로 우리의 책무이며 실현해야 할 과업"이라고 밝혔다.

이월초 역사관 내부
이월초 역사관 내부

신팔균 장군은 보명학교 교장에 취임해 민족정신과 배일(排日)사상을 고취시키고 부국강병을 목표로 학생들에게 신학문을 가르쳤다.

이러한 보명학교는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 이후 일본의 문화정책 실시에 따라 1920년 4월 1일 공립보통학교로 전환되면서 장양공립보통학교로 교명을 변경했다. 장양공립보통학교는 현재 이월초의 전신이 됐다.

신팔균 장군은 베이징과 서간도 등에서 항일무장 투쟁을 벌이며 1924년 7월 2일 만주 독립군 훈련지인 홍경헌 왕청문 이도구 밀림속에서 무관학교 생도와 독립군의 합동군사훈련 중 중국의 마적단의 기습공격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죽는 순간까지도 그는 일본과 끝까지 싸우지 못한 것을 분통해 했다고 한다.

그의 부인인 임수명은 남편을 도와 군자금 조달 등의 역할을 했으나 신팔균 장군이 전사했다는 소식에 유복녀와 함께 음독 자결했다고 전해진다.

사후 신팔균 장군에게는 1936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고 임수명에게도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이후 1993년 이월초 교정에 그를 추모하는 사적비가 세워졌다. 신팔균 장군은 1994년 5월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됐다.

다른 학교에 비해 유독 정원이 잘 조성돼 있는 이월초는 2020년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이곳을 새싹정원이라 이름지었고 그 기념비 옆쪽으로 신팔균 장군 사적비가 자리하고 있다.

이월초는 우리나라의 역사의 질곡속에서 한 시대를 지내왔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해 한국전쟁의 비극까지 한국 근대사의 영욕을 고스란히 함께하며 지역 인재 배출의 산실로 자리잡아 왔다.

이월초 내부 수학놀이터
이월초 내부 수학놀이터

이월초 27회 졸업생인 신동인 동문은 1942년 일장기 아래서 입학했을 당시부터 4학년인 1945년 8월 광복의 순간, 이후 1947년 태극기가 휘날리는 가운데 애국가를 부르며 한국인 교장의 축사를 들으며 졸업한 것까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는 1950년 6·25 전쟁이 터지면서 청년병으로 차출돼 모교인 이월초에 왔을때는 태극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 인공기가 걸려있는 것을 보고 인민군 야전병원이 된 것을 알고 세상사 요지경임을 절감했다.

이월초 연극 시간여행 공연 장면
이월초 연극 시간여행 공연 장면

일제강점기부터 광복, 한국전쟁의 질곡의 역사를 함께해 온 이월초는 수학교육 연구학교, 예술꽃씨앗학교로 선정돼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과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개성있는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월초 학생들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유물로만 두는 것이 아니라 신팔균 장군은 물론 진천의 역사적 인물 김유신을 연극 '시간여행'으로 소환해 과거로의 여행에서 그들을 만나 과거를 배우고 이야기하며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이월초 관계자는 "학생들이 올해는 직접 각색한 연극을 통해 당시 역사를 알아보고 이를 통해 과거를 알고 재해석해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적 사실을 몸소 실천하며 전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월초 3층에는 이월역사관을 꾸려 영광의 순간과 이월 교육의 뿌리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이월초 역사관
이월초 역사관

이월초 출신으로는 제19대 노동부장관을 역임한 방용석(37회 졸업), 송기섭(48회 졸업) 진천군수, 산림청장을 역임한 신원섭(51회 졸업) 동문이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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