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적 고향 '팔결교 상류'서 10마리 발견… 번식집단 형성

15년 만에 미호종개가 돌아온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유리보(洑) 일대의 여름철 모습과 겨울철 모습. 왼쪽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이 지난해 6월 미호종개 10개체를 확인할 당시 촬영한 장면이고 오른쪽은 미호강 대탐사 취재팀이 올해 2월 미호종개 서식지가 돌연 흙탕물로 변했을 때 촬영한 장면이다./김성식
15년 만에 미호종개가 돌아온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유리보(洑) 일대의 여름철 모습과 겨울철 모습. 왼쪽은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이 지난해 6월 미호종개 10개체를 확인할 당시 촬영한 장면이고 오른쪽은 미호강 대탐사 취재팀이 올해 2월 미호종개 서식지가 돌연 흙탕물로 변했을 때 촬영한 장면이다./김성식

◆15년 만에 청주 유리洑에서 10마리 발견

미호강의 대표어종 미호종개(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천연기념물)가 '학술적 고향'인 청주시 팔결교 상류에 돌아와 번식집단을 형성하고 있으나 서식 환경이 불안정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김성식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김성식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은 지난 25일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를 진행 중인 중부매일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6월 7일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유리보(洑) 일대에서 10개체의 미호종개를 확인한 바 있다"고 밝혀 '학술적 고향'에서의 절멸을 우려하는 학계와 지역 사회에 반가운 소식을 알렸다.

박 사무처장은 "당시 발견한 10마리의 미호종개 중 7마리는 암컷, 3마리는 수컷이었는데 특히 암컷들은 모두 산란 흔적이 있어 반가움을 더했다"면서 "하지만 당시 미호종개 발견 내용과 함께 후속대책 및 전수조사의 필요성 등을 담은 공문을 관계기관에 보냈으나 이렇다 할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박 처장은 2020년 '미호천의 어류군집과 하천건강성 평가' 논문을 발표한 이후 지속적으로 미호강 생태계를 모니터링해 오고 있는 '미호강 지킴이'다.

◆잔존 모래톱을 찾아다니는 '처량한 신세'

박 처장은 또 중요한 내용을 전했다. 현재 이곳에 살고 있는 미호종개들은 대부분 한 자리에 머물지 않고 계속 이동하며 새로운 미소서식지를 찾아다닌다는 것이다. 서식 환경이 불안정한 미호강의 현 상황을 입증하는 대목이어서 주목된다.

그가 전한 미호강 유리보의 당시 서식지 환경은 이러했다. 모래 하상이 잘 발달된 곳으로 수심이 40~80cm로 유지되고 있고 하상입자는 2mm 모래와 작은 자갈들이 섞여 있는 구조였다. 수질은 육안상으로 혼탁하며 냄새는 적으나 퇴적물들이 많이 쌓여 있었다. 서식분포는 모래톱 반경 30m 정도로 한정되어 있었다. 서식지 상부와 하부에는 모래와 자갈로 구성된 여울이 있었다. 주변엔 대규모 축산단지들이 들어서 있어 미호강으로의 유입하천에 대한 수질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2년 6월 7일 미호강 본류의 유리보(洑) 일대에서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이 촬영한 미호종개 모습./김성식
2022년 6월 7일 미호강 본류의 유리보(洑) 일대에서 박현수 충북생물다양성보전협회 사무처장이 촬영한 미호종개 모습./김성식

여기에 더해 유리보 서식지가 어류동호회 등에 의해 이미 공유된 상태이기 때문에 서식지의 훼손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해서 추가 모니터링을 6차례에 걸쳐 실시했으나 단 한 마리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미호종개들이 유리보를 중심으로 위·아래 3~4km 반경 이내의 수역으로 번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이같은 상황을 공문에 담아 미호강에 대한 전수조사의 필요성과 함께 후속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했다.


◆청주 '팔결교 상류'는 어떤 곳?

미호종개와 관련해 청주 팔결교 상류는 매우 중요하다. 손영목 박사(서원대 명예교수)와 김익수 박사(전북대 명예교수)가 1984년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할 당시 '타입 로컬리티(type locality)'로 기재한 곳으로, 사람으로 치자면 출생지와 같은 학술상 중요한 개념이다. 이곳에서 산출되는 미호종개가 타지역에서 발견되는 미호종개의 비교 기준, 즉 시금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미호종개는 이곳 타입 로컬리티에서의 서식 여부가 매우 불투명해 왔다. 1997년 팔결교 인근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된 이후 10년 동안이나 발견 소식이 전해지지 않자 급기야 "미호종개가 학술적 고향인 청주 팔결교 부근에서조차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했다. 그런 가운데 2007년 1월 순천향대학교 방인철 교수팀이 미호종개 복원사업을 위한 조사 당시 팔결교 지점에서 1마리의 미호종개를 찾아냄으로써 '타입 로컬리티에서의 절멸 우려'를 잠재웠다.

하지만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15년이 지나도록 타입 로컬리티에서의 미호종개 발견 소식이 또다시 전해지지 않자 "이번에는 정말로 미호종개가 절멸됐나 보다"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박 사무처장이 타입 로컬리티 내 한 지점에서, 한꺼번에 10마리의 미호종개를 찾아낸 것이다. 긴 가뭄 끝에 단비 같은 낭보였지만 '메아리 없는 공문' 속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잊히고 있었다.

◆현재 미호강 내 서식지는 3곳…초평천도 가능성

박 처장은 앞서 2021년 6월 18일 미호천 어류 전수조사 중 미호천 최하류에서 23마리의 미호종개를 확인했다고 전한 바 있다. 당시 미호종개가 발견된 곳은 미호강이 금강과 만나기 직전의 마지막 세월교 아래(세종시 연기면 한나래공원 근처 합강리 수역) 지점이었다.

당시 학계에서는 30년 만에 미호강 본류에서 미호종개가 확인됐다며 반겼다. 일부에서는 미호강 최하류에서 미호종개가 발견된 것은 신종 발표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도 주장했다.

미호종개의 새 서식지로 확인된 청주 유리보(洑) 인근의 농수로(박현수씨 제공)./김성식
미호종개의 새 서식지로 확인된 청주 유리보(洑) 인근의 농수로(박현수씨 제공)./김성식

발견 당시의 수역은 물빛이 그리 맑진 않았지만 하천 바닥이 가는 모래와 자갈로 돼 있고 여울이 형성돼 있었다고 했다. 더욱이 발견된 미호종개 모두 산란 가능한 성체들이어서 미호강과 금강 생태계의 미래를 밝게 했다.

박 처장은 이들 두 지점(팔결교 상류 유리보, 합강리 부근의 최하류) 외에 백곡천의 백곡저수지 상류부에도 미호종개가 서식한다고 밝혔다. 수로를 통해 백곡지 상류부로 하천수가 흘러드는 모래톱 부근에서 미호종개가 지속적으로 확인된다고 했다.

또 미호종개가 서식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초평천 중상류 수역을 꼽았다. 그는 초평저수지 상류부에서 원남저수지에 이르는 초평천 중류 구간과 원남저수지 위쪽의 초평천 상류 구간 중 모래톱이 발달된 곳에 미호종개가 살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어류 분야 현지 조사의 어려움

환경부는 최근 멸종위기야생생물 가운데 특히 어류에 대한 포획 및 채집 조사를 엄격히 통제한다. 학술조사인 경우에도 사전에 포획 신청서를 제출해 허가를 얻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도 천연기념물에 대해 문화재 훼손 허가 등 필요 절차를 밟아 조사하도록 하고 있다.

어류 조사는 특성상 물고기를 포획하는 일이 거의 불가피하다. 물속에 사는 물고기를 포획하지 않고는 종과 서식 개체 수 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포획 물고기의 상처 및 세균감염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

미호강에는 현재 중요 어종 2종이 산다. 멸종위기야생생물(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미호종개와 멸종위기야생생물(1급)인 흰수마자다. 이들의 안녕을 위해 이번 미호강 대탐사에서는 어류 분야의 관찰 및 조사를 간접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수행한 조사 연구자료를 종합 분석하고 조사 연구자를 인터뷰해 서식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있다.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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