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강 수계서 유일 발견 한국꼬마잠자리 새 서식지 확인
세종 전의면 조천상류 묵논서 관찰… 미소 서식지 바닥 습지형태

중부매일 취재팀이 지난 7월 미호강 지류인 조천 상류에서 확인한 한국꼬마잠자리의 새로운 서식지(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소재) 모습과 당시 촬영한 한국꼬마잠자리 암컷(왼쪽) 및 수컷./김성식
중부매일 취재팀이 지난 7월 미호강 지류인 조천 상류에서 확인한 한국꼬마잠자리의 새로운 서식지(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소재) 모습과 당시 촬영한 한국꼬마잠자리 암컷(왼쪽) 및 수컷./김성식

 

'한국꼬마잠자리 잠재적 서식지' 재확인

곤충류와 관련해 미호강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한국꼬마잠자리의 '잠재적 서식지'로서 관심을 끌어오고 있는 이력이다.

2004년 6월 진천군 진천읍 사석리 성암천 상류지역에서 한국꼬마잠자리가 발견된 것을 포함해 미호강 본류(작천보 인근), 무심천 하류(율량천 합수부), 청주 성화동 묵논, 원흥이방죽 등에서 잇따라 발견돼 매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자주 발견되는 것은 아니지만 잊힐 만하면 발견되는 일이 비교적 잦다 보니 한국꼬마잠자리의 잠재적 서식지로 인식하게 됐다.

그런 가운데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 취재팀은 지난 7월 미호강 지류인 조천 상류지역에서 한국꼬마잠자리 새 서식지를 찾아냈다. 시기적으로 발생을 멈출 시기여서 10마리가 채 안 되는 적은 규모였지만 전국적으로 서식지가 줄어드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번 탐사의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까다로운 서식환경에 생활습성도 독특

한국꼬마잠자리의 미소서식지 모습. 경작하던 논이 4~5년 이상 묵으면서 보풀, 물꼬챙이골, 사마귀풀 같은 수초들이 자라나 있다./김성식
한국꼬마잠자리의 미소서식지 모습. 경작하던 논이 4~5년 이상 묵으면서 보풀, 물꼬챙이골, 사마귀풀 같은 수초들이 자라나 있다./김성식

취재팀이 확인한 새 서식지는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관내 조천 상류지역으로 산 중턱의 한 묵논에 위치해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바닥에서 새 물이 솟아올라 항상 물이 괴어 있는 습지 형태다. 수심은 깊은 곳이 10~20cm 정도인데 한국꼬마잠자리가 주로 관찰된 미소서식지 바닥은 의외로 물이 고여 있지 않고 약간 질척질척한 상태였다. 세 번을 방문했는데 모두 장화를 신지 않고도 관찰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서식지에는 보풀, 골풀, 방동사니, 조개풀 등 습지성 초본류가 빼곡이 들어찬 상태였다. 미소서식지 내 동서종으로 관심 끈 것은 배치레잠자리, 날개띠좀잠자리 같은 한국꼬마잠자리보다 훨씬 큰 잠자리들이 함께 살면서도 별로 간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잠자리 성충은 대부분 파리, 모기, 나방같이 빠르게 움직이는 곤충을 낚아채 잡아먹는 습성이 있다. 그럼에도 한국꼬마잠자리를 잘 공격하지 않는 것은 한국꼬마잠자리가 워낙 낮게 날아다니는 데다 활동 반경도 2~3m 내외로 좁고 움직임도 그다지 빠르지 않아 잠자리들의 레이더망에 잘 걸려들지 않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한국꼬마잠자리(학명 Nannophya koreana)는 2020년 신종으로 발표되기 전까지 꼬마잠자리로 불리던 종이다. 종전엔 일본, 중국, 타이완 등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종과 같은 종으로 분류돼왔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해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종이 전혀 다른 종임이 밝혀져 한국꼬마잠자리란 국명과 함께 'koreana'란 종소명을 가진 학명이 새롭게 등재됐다.
 

서식지 내에 세워둔 10원짜리 동전에 한국꼬마잠자리 암컷이 앉은 모습. 10원짜리 동전의 지름과 크기가 비슷할 만큼 크기가 작다./김성식
서식지 내에 세워둔 10원짜리 동전에 한국꼬마잠자리 암컷이 앉은 모습. 10원짜리 동전의 지름과 크기가 비슷할 만큼 크기가 작다./김성식

몸길이가 1.7cm 안팎으로 매우 작고 암수컷의 몸빛이 확연히 다른 게 특징이다. 수컷은 고추잠자리를 축소해 놓은 것처럼 온몸이 선명한 붉은 색인 반면 암컷은 전체적으로 짙은 갈색에 두 번째 배 마디부터 여섯 번째 배 마디까지 노란색 띠무늬와 짙은 갈색 가로줄 무늬가 연달아 나 있어 독특하다.

조천(鳥川)은 미호강의 주요 지류로, 세종시 전의면에서 발원해 전동면을 거친 뒤 조치원읍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과 경계를 이루며 흐르다 미호강으로 합류한다.
 

'멸종위기' 대모잠자리는 발견되지 않아

미호강 수계에는 한국꼬마잠자리 외에도 주목받는 잠자리가 또 있다.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대모잠자리(Libellula angelina)다. 미호강 지류인 무심천 수계의 청주 원흥이 방죽에서 2011년 5월 처음 발견된 데 이어 이듬해 5월에는 인근의 청주 산남동 두꺼비생태공원에서 잇따라 발견됐다는 언론 기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모잠자리는 주로 서해안을 따라 서식하는 분포 특성을 보이는데 2019년 5월에는 금강 중류의 세종시 장남들에서도 발견돼 관심 끈 바 있다.

취재팀은 이 같은 기록을 바탕으로 청주 무심천 전 수역을 비롯해 미호강 중하류 일대를 집중 관찰했으나 대모잠자리를 확인하지 못했다.

취재팀이 대모잠자리 찾기에 집중했던 것은 대모잠자리의 '서식지 위치'가 중요성을 갖기 때문이다. 2019년 세종시 장남들에서 발견됐을 당시 일부 학자들 사이에서 대모잠자리의 동쪽 한계선이란 말이 나온 바 있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동쪽에 위치한 또 다른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될 경우 새로운 동쪽 한계선일 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대모잠자리의 서식지가 점점 동쪽(혹은 내륙)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대모잠자리는 각 날개에 3개씩의 독특한 흑갈색 반점이 있다. 이 반점이 대모거북의 등갑 무늬와 비슷하다 해서 대모잠자리란 이름이 붙여졌다.

대모잠자리는 세계적으로 한반도와 중국, 일본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위급(CR)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위급 등급은 야생 절멸 바로 아래 수준으로 심각한 절멸 위기에 있다는 의미다.

 

물방개, 물장군, 소똥구리류 등도 찾지 못해

벙과 소류지가 사라진 이후 물방개, 물장군은 물론 그 흔하던 장구애비(사진) 같은 수서곤충들도 개체 수가 현저히 줄고 있다./김성식
벙과 소류지가 사라진 이후 물방개, 물장군은 물론 그 흔하던 장구애비(사진) 같은 수서곤충들도 개체 수가 현저히 줄고 있다./김성식

취재팀은 또 수서곤충 중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물방개[Cybister (Cybister) chinensis], 물장군(Lethocerus deyrolli)도 관심 갖고 여러 차례에 걸쳐 찾아봤으나 헛수고에 그쳤다. 이들뿐만 아니라 꼬마줄물방개, 검정물방개, 물땡땡이, 장구애비, 게아재비 등도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말 그대로 가뭄에 콩나듯 드물게 발견될 뿐이다.

과거 중요한 비오톱(Biotope) 역할을 해왔던 둠벙과 소류지가 관개시설의 발달과 경지정리, 벼농사 방법의 변화 등으로 대부분 사라지면서 후유증으로 물방개와 물장군 같은 주요 수서곤충들의 개체 수가 급감했고 그 후유증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더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만 실감했다.

예전에 하천 둑방이나 인가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소똥구리[Gymnopleurus (Gymnopleurus) mopsus,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 애기뿔소똥구리[Copris (Copris) tripartitus,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도 역시 단 한 개체를 찾지 못했다. 다른 보호종도 마찬가지다.

곤충류에 관한 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너무 일찌감치 서둘러 건너가고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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