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던 텃황새, 매년 자연번식… 미호종개, 학계 관심사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미호강이 생물지리학적 혹은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한반도 텃황새(텃새 황새)와 미호종개의 본향이기 때문이다. 텃황새와 미호종개는 미호강 생태계의 뿌리라 할 만큼 상징성이 크다.

미호강 상류는 텃황새가 한반도에서 절종되기 직전까지 둥지를 틀던 마지막 서식지다. 그런 강줄기 바로 옆(한국교원대학교)에서 한반도 황새 복원프로젝트가 시작돼 3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복원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성공이 아니다. 인간에 의해 마지막 텃황새의 날갯짓이 멈춰진 뒤 다시 '이 땅에서 나고 자란 황새'가 날기까지 30년 가까운 세월이 소요됐음을 보여주는 극적인 결과다. 세계인이 미호강 변에서 시작된 한반도 황새 복원프로젝트에 주목하는 이유다.

미호종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호강이 첫 발견지이자 학술적 고향이다. 한국의 민물고기로 이름을 올린 지는 약 40년밖에 안 되지만 미호강에 서식하는 40여 종의 물고기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미호종개는 남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외국 학자에 의해 학명이 바뀌었다가 다시 본래의 학명으로 원 위치된 적이 있고 러시아 우수리강 등지에서도 미호종개가 서식한다는 동종이명(synonym: 같은 종에 복수의 학명이 붙여진 사례) 논란이 제기되는 등 세계학계의 관심 대상이 돼 있다.

 

국제 관심사 '미호강發 황새복원' 성공 눈앞

미호강發 황새복원사업의 결실 - 1996년 미호강 변의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시작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성공을 눈앞에 둠으로써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호강 상류는 한반도 마지막 텃황새(텃새 황새)가 살았던 의미 있는 곳이다. 사진은 충남 예산의 인공둥지에서 자연번식한 새끼 황새가 이소를 앞두고 나는 연습하고 있다./김성식
미호강發 황새복원사업의 결실 - 1996년 미호강 변의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시작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성공을 눈앞에 둠으로써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호강 상류는 한반도 마지막 텃황새(텃새 황새)가 살았던 의미 있는 곳이다. 사진은 충남 예산의 인공둥지에서 자연번식한 새끼 황새가 이소를 앞두고 나는 연습하고 있다./김성식

황새(Ciconia boyciana)는 시베리아, 연해주 남부, 중국 동북부 등지에 분포하는 매우 드문 새다. 국내에서는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 천연기념물로 이중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EN(위기) 등급으로 분류한 국제보호종이다.

과거 텃황새가 살던 시기만 해도 황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던 텃새이자 겨울철새였다. 그러나 1994년 9월 미호강 상류에 살던 개체군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 마지막 텃황새'가 숨을 거둠으로써 텃황새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2년 뒤인 1996년 미호강 변의 한국교원대학교가 나서서 황새복원에 뛰어듦으로써 한반도의 생태시계를 1970년대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대항해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27년이 흐른 지금 우리나라 생태계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미호강발(發) 한반도 황새 복원프로젝트의 성공이 선언될 위대한 순간을 맞고 있다.

황새복원 성공은 국내에서 1971년 4월 4일(마지막 텃황새 번식쌍 중 수컷이 밀렵꾼에 의해 죽은 날) 이후 끊겼던 자연번식이 다시 이뤄지게 됐음을 의미한다. 2015년 9월 3일 첫 야생 방사가 있은 후 이듬해인 2016년부터 야생방사 개체끼리의 자연번식이 이뤄진 것을 시작으로 해마다 번식쌍이 늘어나면서 가능해진 '기적 같은 일'이다.

미호강은 이제 한반도 마지막 텃황새 번식쌍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비운의 강이 아니라, 사라졌던 텃황새를 다시 돌아오게 한 희망의 강으로 불릴 기회를 맞았다. 2023년 여름엔 미호강 중상류인 진천 백곡천에서 둥지를 트는 한 쌍의 황새가 발견돼 머지않아 미호강이 '황새의 강'으로서 옛 명성을 되찾을 날이 올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했다.

 

미호강의 상징 미호종개 '세계학계 관심 여전'

산란 행동을 하는 미호종개들. 미호종개는 1984년 신종 발표된 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어류학계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김성식
산란 행동을 하는 미호종개들. 미호종개는 1984년 신종 발표된 지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어류학계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김성식

1984년 신종 발표된 미호종개는 학술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미호종개의 등장은 단순히 '대한민국 어류목록의 1종 추가'를 넘어서 세계 어류학자들로 하여금 미꾸릿과 어류의 분류체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외국학자에 의해 미호종개의 학명이 한때 변경됐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던 일 중 하나다.

미호종개의 학명은 1993년 루마니아의 Nalbant 박사에 의해 'Iksookimia choii'로 변경됐다가 2012년 처음의 학명이었던 'Cobitis choii'로 되돌려졌다. 신종 발표자인 김익수 박사(전북대 명예교수)가 미호종개의 체측 무늬를 가로형으로 보아 기름종개, 점줄종개, 줄종개, 미호종개를 Cobitis속으로 재분류하고 세로형의 체측 무늬를 가진 왕종개, 참종개, 부안종개를 Iksookimia속으로 재분류한 데 따른 것이다.

비교적 최근엔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도 미호종개가 서식한다는 동종이명 논란이 제기되는 등 신종 발표된 지 40년 가까이 된 지금까지도 미호종개는 여전히 세계 어류학계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그 바탕에 미호강이 자리한다.

아무르강의 미호종개 동종이명 논란은 루마니아의 Nalbant 박사에 의해 시작돼 몇몇 학자가 주장한 바 있다. 특히 2016년엔 중국 학자들이 압록강의 일부 수계와 아무르강 수계인 우수리강 등에도 미호종개와 분자계통학적으로 차이가 없는 Cobitis속의 물고기가 산다"고 주장해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대륙이동설의 살아 있는 증거' 이끼도롱뇽 서식

20여년 동안 생활사 베일에 가려진 희귀동물

미호강 수계인 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발견된 이끼도롱뇽. 허파 없이 피부로 호흡하는 미주도롱뇽과의 이끼도롱뇽은 '대륙이동설의 살아있는 증거'로 불릴 만큼 학술적으로 중요하다./김성식
미호강 수계인 청주 무심천 상류에서 발견된 이끼도롱뇽. 허파 없이 피부로 호흡하는 미주도롱뇽과의 이끼도롱뇽은 '대륙이동설의 살아있는 증거'로 불릴 만큼 학술적으로 중요하다./김성식

2008년 8월 미호강 지류인 무심천 상류에서는 미호강의 생태적 지위와 가치를 한층 높여준 대발견이 있었다. 청주 내암리 계곡에서 뜻밖의 동물인 이끼도롱뇽(Karsenia koreana)이 발견된 것. 이끼도롱뇽은 허파 없이 피부로 호흡하는 미주도롱뇽과의 도롱뇽으로 '대륙이동설의 살아있는 증거'로 불릴 만큼 학술적으로 중요한 종이다.

미주도롱뇽과의 도롱뇽은 본래 북미와 중미 대륙을 중심으로 분포하고 예외적으로 유럽의 일부지역(이탈리아 북부)에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2001년 4월 대전국제학교 과학교사 스티픈 카슨(Stephen J. Karsen)이 금강 갑천 수계의 대전 장태산에서 학생들과 야외 관찰학습 중 처음으로 발견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어 2005년에는 한·미 학자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Karsenia Koreana'란 학명으로 신종 발표함으로써 우리나라 고유종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후 대전 장태산 외에도 충북 청주(무심천 상류, 문의면, 미원면)·속리산·월악산 일대, 충남 계룡산·대둔산 일대, 전북 무주(덕유산)·진안·완주 일대, 전남 내장산 일대, 경남 가야산 일대 등 20여 곳에서 발견됐다.

잇단 서식지 발견에도 국가적색목록은 이 종을 취약(VU) 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는 각 서식지에서의 개체 수가 극히 빈약한 데다 허파가 없는 종 특성상 서식환경 변화에 극도로 민감해 현존 개체들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급한 상황임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끼도롱뇽은 발견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자세한 생활사 등이 밝혀지지 않은 '의문투성이의 동물'로 남아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발견된 것과 관련해 학자들은 대륙이동설을 뒷받침하는 살아있는 증거로 보고 있다. 먼 과거에 미주도롱뇽이 살던 초대륙으로부터 한반도를 포함한 일련의 땅덩어리가 떨어져 나와 현재의 아시아대륙을 이루는 과정에서 미주도롱뇽이 함께 이동해 격리 분포하게 됐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학자들은 해수면이 낮아졌던 빙하기에 유라시아대륙과 미대륙이 이어져 있었는데 이 무렵 미주도롱뇽이 유라시아로 이동해 지중해 연안까지 분포지역을 넓혀 나가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후 어떤 이유에선지 북미와 중미 대륙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멸종의 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처럼 한반도 일부와 이탈리아 북부 등 극소수 지역에만 남아있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