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게 사라지고 왕우렁이 정착… 2010년대 이후 재첩 다시 관찰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10종 서식 확인

[중부매일 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미호강 생태계의 한 축을 이루는 생물군 중에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이 있다.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은 '물 바닥에 살며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척추 없는 동물'을 말한다. 절지동물문, 연체동물문, 환형동물문, 편형동물문, 유선형동물문이 속한다.

흔히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볼 수 있는 연가시, 거머리류, 수서곤충류, 조개류, 우렁이류 등이 그들이다. 이들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은 물 환경의 지표종으로서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로는 절지동물문에 속하는 수서곤충류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수서곤충류에 대해선 앞서 '미호강의 곤충류' 편에서 이미 다룬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편에서는 '수서곤충을 제외한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에 한해 살펴보기로 한다.

취재팀은 이번 미호강 대탐사를 통해 연가시(유선형동물문), 논우렁이, 왕우렁이, 곳체다슬기, 다슬기, 물달팽이, 말조개, 재첩(이상 연체동물문), 징거미새우, 가재(이상 절지동물문) 등 모두 10종을 확인했다.

특기할 사항으로는 과거에 서식하던 참게가 사라지고 인위적으로 도입된 외래생물 왕우렁이가 미호강 전 수역에 정착한 점을 들 수 있다. 또 모래 수역에서는 재첩이 관찰되고 일부 지류의 상류부에서는 가재가 확인됐다.

서식이 확인된 10종 가운데 왕우렁이, 재첩, 가재를 살펴보고 별도로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를 알아보기로 한다.

 

수계 전역에 정착한 왕우렁이

미호강 전 수역에 정착해 확산 중인 외래생물 왕우렁이와 알(원 사진). /김성식
미호강 전 수역에 정착해 확산 중인 외래생물 왕우렁이와 알(원 사진). /김성식

왕우렁이(Pomacea canaliculata)는 사과우렁잇과의 연체동물로 남아메리카가 원산지다. 국내에는 1983년 식용 목적으로 정부 승인을 받아 일본으로부터 도입됐으나 점차 유기농 벼 재배에 활용되면서 하천, 호수 등지로 유입돼 전국으로 번진 상태다.

도입 초기에는 야생에서 월동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던 중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월동하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전국에 적응해 있다. 미호강 수계 역시 본류 외에도 청주 무심천, 증평 보강천, 진천 백곡천 등 전 수역에서 관찰된다.

식성은 초식을 선호하는 잡식성으로 식물의 줄기와 잎을 주로 갉아먹지만 동물의 사체도 먹어치운다. 여름철에 분홍빛의 알 무더기를 식물 줄기, 바위 등에 붙여 낳으며 약 1주일이면 부화한다. 왕우렁이의 알은 번식기 외에도 늦가을부터 이듬해 이른 봄 사이에 하천 변의 바위나 식물 줄기 등에서 관찰되곤 한다. 이는 알 형태로 겨울을 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여겨진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왕우렁이를 생태계교란 위해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되살아나는 미호강의 옛 대표생물 재첩

1980년대 이후 골재채취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상류에 농공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수질마저 극도로 악화하자 가장 먼저 자취를 감췄던 재첩이 각 지자체의 수질 개선 노력 등에 힘입어 최근 되돌아오고 있다. 왼쪽의 길쭉한 조개는 말조개. /김성식
1980년대 이후 골재채취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상류에 농공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수질마저 극도로 악화하자 가장 먼저 자취를 감췄던 재첩이 각 지자체의 수질 개선 노력 등에 힘입어 최근 되돌아오고 있다. 왼쪽의 길쭉한 조개는 말조개. /김성식

재첩(Corbicula fluminea)은 재첩과의 연체동물로 미호강 생태계에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다. 특히 미호강의 생태 특성과 생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표적인 생물종이다.

재첩은 과거 미호강을 상징하는 민물조개였다. '모래의 강'으로서 바닥이 온통 모래로 뒤덮여있던 미호강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재첩이 지천했다. 별다른 도구가 없어도 맨손으로 모래 바닥을 파헤치면 노란빛을 띤 특유의 재첩이 한 움큼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이후 골재채취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상류에 농공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수질마저 극도로 악화하자 가장 먼저 재첩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수질오염에 대한 내성이 비교적 강한 것으로 알려진 재첩이지만 서식 기반인 모래층이 인위적으로 송두리째 파헤쳐지고 수질오염까지 겹치면서 속수무책으로 사라져갔다.

미호강에 다시 재첩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됐다. 각 지자체마다 20~30년에 걸친 꾸준한 수질 개선 노력이 이어졌고 그러는 사이 강바닥에는 미호강 특유의 모래층이 다시 쌓여갔다.

그 결과 2010년대 들어서면서 다시 재첩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녀다 흐른 지금은 웬만한 모래바닥에서는 재첩이 어렵지 않게 확인되고 있다. 비록 개체 수는 예전처럼 많지 않지만 머지않아 미호강이 모래의 강으로 다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갈수록 사라져가는 가재

미호강 본류와 각 지류의 상류부에서 청정수역이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재. /김성식
미호강 본류와 각 지류의 상류부에서 청정수역이 사라지면서 자취를 감추고 있는 가재. /김성식

가재(Cambaroides similis)는 민물가재 혹은 참가재라고도 불리는 가잿과의 갑각류다. 과거에는 흔히 볼 수 있었으나 한때 멸종위기야생생물 후보까지 올랐을 정도(2011년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생물 관찰종으로 지정한 바 있음)로 서식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지금은 맑고 깨끗한 계곡에나 가야 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수온이 20도 이하의 계류와 냇물에만 사는 지표종이다.

자연에서 가재가 사라지는 결정적인 요인은 용존산소가 풍부한 청정수역이 사라지는 데 있다. 최상류 지역에 보와 소형 댐이 만들어지고 개울이 복개되거나 유원지, 택지 등이 개발되면서 대부분의 서식지가 파괴됐기 때문이다. 레저문화 및 식생활의 변화로 사람이 직접 잡아 없애는 사례는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 일부에서는 기후 온난화에 따른 수온 상승이 가재의 서식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호강 수계에서는 현재 청주 무심천 상류인 내암리 계곡(청주시 상당구 가덕면)과 진천군 백곡면 백곡천 상류 등 극소수 지역에서 관찰된다.

 

독특한 생명체 큰빗이끼벌레

미호강 수계의 저수지 등 정체수역서 주로 관찰돼

휴면아 상태로 존재하다 조건 맞으면 새 개체 형성

1995년 금강 본류의 대청호에서 다량 발생한 이후 미호강 수계 등으로 확산한 큰빗이끼벌레. /김성식
1995년 금강 본류의 대청호에서 다량 발생한 이후 미호강 수계 등으로 확산한 큰빗이끼벌레. /김성식

미호강에는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란 독특한 생명체가 산다. 큰빗이끼벌레는 여러 개체(개충)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군체를 이뤄 물속의 바위나 나뭇가지, 밧줄 등에 붙어 고착생활을 한다. 주로 초평지, 백곡지 같은 각 지류에 위치한 저수지 등의 정체수역에서 관찰된다.

이끼벌레류는 태형동물문에 속하는 무척추동물로 일반적인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에는 속하지 않으나 많이 발생할 경우 수질오염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는 등 사회적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1995년 금강 본류의 대청호에서 이끼벌레류가 다량 발생해 언론에 집중보도되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관련 당국의 조사 결과 국내에는 모두 11종의 이끼벌레가 서식하고 있으며 그중 큰빗이끼벌레란 종이 금강 수계 등에 폭넓게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큰빗이끼벌레는 본래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나 미국 서부를 거쳐 유럽, 아시아 등지로 번져나가 각 지역의 민물생태계에 자리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는 외국으로부터 들여온 외래어종을 통해 큰빗이끼벌레의 휴면아(休眠芽)가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휴면아는 이끼벌레가 열악한 환경을 버텨내기 위해 무성생식의 일환으로 발생하는 이끼벌레류의 특수구조다. 이 휴면아는 수온 등 생육 조건이 맞으면 새로운 개체(개충)가 형성된다.

큰빗이끼벌레의 개충은 크기가 약 1.5mm이며 분비한 젤라틴으로 여러 마리가 커다란 군체를 이뤄 무리생활한다. 개충은 군체의 표면에 다각형 모양으로 배열해 있다.

관계 당국은 큰빗이끼벌레가 독성이나 수질오염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큰빗이끼벌레가 다량 발생할 경우 집단 폐사하는 과정에서 암모니아 같은 위해성 물질이 다량 발생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큰빗이끼벌레의 농도가 15%인 수조에 물고기를 넣었더니 40분 만에 모두 폐사했다는 보고도 있다. 군체가 부패하면서 발생한 암모니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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