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 작아도 다양한 생물 살아… 멸종위기종 황새·재두루미도 찾아와

미호강에서 이뤄진 두 국제보호종의 만남 - 미호강의 생물종 가운데에는 국제적으로 보호받거나 관심받는 생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 중 미호강에서 관찰되는 황새와 고라니는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각각 위기(EN) 등급과 취약(VU) 등급으로 분류한 국제보호종이다. 사진은 미호강을 찾은 황새(왼쪽) 옆으로 고라니가 뛰어가는 모습./김성식
미호강에서 이뤄진 두 국제보호종의 만남 - 미호강의 생물종 가운데에는 국제적으로 보호받거나 관심받는 생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 중 미호강에서 관찰되는 황새와 고라니는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각각 위기(EN) 등급과 취약(VU) 등급으로 분류한 국제보호종이다. 사진은 미호강을 찾은 황새(왼쪽) 옆으로 고라니가 뛰어가는 모습./김성식

 

작지만 세계적인 강

미호강은 왜 세계적인 생명터인가. 이는 이번 대탐사의 핵심 키워드다. 생명터면 생명터지 왜 세계적이란 수식어를 붙였을까. 이유는 많다. 다수의 국제보호종이 서식 분포하고 세계적 관심을 끄는 생물 종이 살아 숨쉰다. 국내 보호종도 수두룩하다.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24건, 환경부의 멸종위기야생생물 26종, 산림청의 희귀식물 17종이 관찰된다. 철새와 텃새를 포함한 조류, 포유류, 어류, 양서류, 곤충류, 식물류 등을 망라한다.

비록 89.2km밖에 안 되는 작은 강이지만 생태적으로는 가히 세계적인 생명터라 할 만하다. 내륙을 흐르면서도 바다와 내륙의 생태계를 잇는 생태통로 같은 강으로서, 또한 하천 바닥 대부분이 모래로 덮인 특수한 모래 하천으로서 다양성 풍부한 생명터로 우뚝 섰다.

우리나라 강치고 어디 생태보고 아닌 강이 있을까마는, 미호강은 강 끝이 바다와 닿지 않으면서도 본류인 금강을 통해 바다 생태계의 일부까지 가슴에 품은 특수한 생태보고다. 내륙 깊숙이 위치하기에 폐쇄적인 생태계일 것 같지만 의외로 '열려있는 강'이 미호강이다. 국제적인 이동 경로를 갖는 각종 철새의 중간기착지 및 최종목적지(번식지 또는 월동지)가 미호강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IUCN 적색목록과 미호강의 생물종

미호강 수계에 서식하는 수달은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준위협(NT)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준위협 등급은 '가까운 시일 내에 위협이 찾아올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한 생물종'에 해당한다./김성식
미호강 수계에 서식하는 수달은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의 적색목록에 준위협(NT)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준위협 등급은 '가까운 시일 내에 위협이 찾아올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한 생물종'에 해당한다./김성식

미호강의 생물종 가운데에는 국제적으로 보호받거나 관심받는 생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제적 보호 혹은 관심 받는 생물종이 다수 서식 분포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미호강이 세계적인 강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생물종을 다루는 대표 국제기관으로는 IUCN(국제자연보전연맹)이 있는데, IUCN은 생물종을 9개 범주로 분류해 적색목록(Red List)에 등재하고 있다. 즉, 멸종 위험도 순서에 따라 절멸(EX), 야생절멸(EW), 위급(CR), 위기(EN), 취약(VU), 준위협(NT), 최소관심(LC), 정보부족(DD), 미평가(NE)로 분류한다.

미호강의 생물종을 IUCN의 적색목록 등급으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멸종위기 범주에는 위급(CR), 위기(EN), 취약(VU) 등급이 속하는데, 미호강에서 관찰되는 황새와 재두루미가 각각 위기(EN)와 취약(VU) 등급으로 분류된다. 또 포유류로서 미호강의 터줏대감 격인 고라니는 취약(VU) 등급에 속한다.

황새는 2023년 여름 미호강 수계인 백곡천 상류에서 한 쌍이 둥지 트는 장면을 미호강 대탐사팀이 직접 확인함으로써 미호강변(한국교원대학교)에서 시작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만일 이 황새 커플이 향후 백곡천 상류에 정착해 번식한다면 텃황새(텃새 황새)의 고향인 미호강이 옛 명성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될 전망이다. 미호강에는 국내 야생복귀 개체 외에 시베리아 등지로부터 날아오는 야생 황새도 이따금 들려 휴식하는 모습이 관찰된다.

재두루미는 2022년 12월 18일부터 2023년 2월 8일까지 37회에 걸쳐 모두 809마리가 관찰돼 역대 최다 개체 수를 기록했다. 그 이전까지는 소수 개체가 관찰돼 온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또 미호강의 생물종 가운데 적색목록의 멸종위기 범주에는 속하지 않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위협이 찾아올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한 준위협(NT) 등급'에는 수달과 독수리 등 2종이 포함된다.

미호강 수계의 수달은 청주 무심천과 증평 보강천, 진천 백곡천 등 지류를 중심으로 여러 개체가 서식한다. 미호강 대탐사팀은 2023년 4월 진천 백곡저수지에서 함께 활동 중인 수달 4마리를 확인했다. 미호강을 찾는 독수리들은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시기보다는 매년 1월 이후부터 북상 시기인 3월 초·중순쯤에 주로 모습을 드러내는 특성이 있다. 특히 2월 중순 이후에는 적게는 10~20마리, 많게는 30~40마리의 독수리가 관찰된다.

이 밖에도 IUCN이 최소 관심 등급으로 분류한 종으로는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황오리, 흰목물떼새, 흰꼬리수리, 황조롱이, 올빼미, 수리부엉이, 솔부엉이, 소쩍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노랑부리저어새는 2023년 1월 8일부터 약 한 달 사이에 모두 8회에 걸쳐 21마리가 출현해 관심 끌었다. 더욱이 노랑부리저어새는 기존 분포도 상 바닷새나 다름없는 새여서 내륙을 흐르는 미호강에 나타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국가·대륙 간 이동하는 철새의 '세계적 휴식처·번식지'
미호강에는 다른 월동지로 향하던 겨울철새들이 찾아왔다가 이동하지 않고 장기간 머물며 겨울을 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미호강변의 농경지를 찾아 겨울을 나고 있는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들./김성식
미호강에는 다른 월동지로 향하던 겨울철새들이 찾아왔다가 이동하지 않고 장기간 머물며 겨울을 나는 경우도 있다. 사진은 미호강변의 농경지를 찾아 겨울을 나고 있는 쇠기러기와 큰기러기들./김성식

미호강이 세계적인 생명터라는 것은 국제적 이동 경로를 갖는 각종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자 최종목적지(번식지 또는 월동지)라는 점에서도 그 배경을 꼽을 수 있다. 중간기착지는 철새나 나그네새가 먼 거리를 오고 갈 때 도중에 잠시 들렀다 가는 지역을 의미한다.

일년내내 한 지역에 머물며 살아가는 텃새와 달리 철새는 계절에 따라 번식지와 월동지를 규칙적으로 오가며 생활한다. 미호강의 철새는 그들이 찾아와 머무는 시기에 따라 여름철새, 겨울철새, 나그네새(통과철새), 길잃은새(미조)로 나뉜다.

봄에 찾아와 번식한 후 주로 가을에 월동지로 이동하는 여름철새로는 청주시 송절동 백로번식지를 찾는 해오라기, 황로, 쇠백로, 중백로, 중대백로, 왜가리 등 백롯과 새들이 대표 종이다. 늦가을에 찾아와 겨울을 지낸 뒤 이듬해 봄에 번식지로 돌아가는 겨울철새로는 유일한 백롯과인 대백로를 비롯해 쇠오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황오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노랑부리저어새, 황새, 재두루미, 독수리, 흰꼬리수리 등이 있다.

우리나라 외 다른 지역의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면서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에 잠시 들르는 나그네새(통과철새)로는 도요류와 물떼새류가 있다. 이외에 미호강 수계에서는 길을 잃거나 이동경로를 이탈해 찾아오는 길잃은새(미조)가 관찰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생명터와 관련해 미호강이 갖는 중요한 역할은 이들 철새의 중간기착지 혹은 최종목적지(번식지 또는 월동지)로서 기능을 한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철새 자체가 국가와 국가, 대륙과 대륙을 이동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이고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철새 가운데 미호강을 중간기착지 삼아 찾는 종으로는 황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독수리,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같은 이른바 국제보호조류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미호강을 번식지 혹은 월동지 삼아 찾아오는 철새로는 앞서 말한 청주 송절동 백로번식지의 백롯과(여름철새) 외에도 겨울철새인 쇠오리, 청둥오리, 고방오리, 황오리 등을 들 수 있다. 미호강에는 다른 월동지로 향하던 재두루미, 흰꼬리수리, 쇠기러기, 큰기러기 등이 찾아왔다가 이동하지 않고 장기간 머물며 겨울을 나기도 한다.

미호강을 찾는 철새 중 가장 관심 끄는 종은 겨울철새인 황오리다. 황오리는 특히 우리나라를 찾는 전체 월동 개체 수의 절반 이상이 미호강에서 겨울을 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겨울철새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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