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거북 대신 생태계교란 외래거북류만 득시글

◆'남생이·자라의 강'이던 미호강

미호강을 비롯한 우리나라 수계에는 본래 2종의 민물거북이 살아왔다. 남생이(학명 Mauremys reevesii)와 자라(Pelodiscus maackii)다. 선조들은 한자로 자라는 별(鼈), 거북은 귀(龜)로 표현해 둘을 구별했고 남생이를 유독 거북이로 불러왔다. 하지만 둘은 엄연히 거북목에 속하는 토종 민물거북이다.

최근 들어 미호강 수계에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인 외래거북류가 늘어나는 추세인 가운데 등갑이 최대 40cm까지 자라는 리버쿠터거북이 자주 출몰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일명 자라 바위에 올라앉아 일광욕하는 리버쿠터거북들./김성식
최근 들어 미호강 수계에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인 외래거북류가 늘어나는 추세인 가운데 등갑이 최대 40cm까지 자라는 리버쿠터거북이 자주 출몰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일명 자라 바위에 올라앉아 일광욕하는 리버쿠터거북들./김성식

남생이는 남획과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자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야생생물(2급)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자라는 비교적 많은 수가 남아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개체 수가 눈에 띄게 풍부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소극적인 보호조치로 포획금지 야생동물에 포함시켜 포획을 금하고 있으나 보신주의 등에 의해 여전히 남획이 이어지고 있다.

남생이는 현재 미호강 수계 중 진천 초평저수지에 극소수가 산다고 전해지나 확인하지 못했다. '세계적인 생명터 미호강 대탐사' 취재팀은 최근 수차례에 걸쳐 초평저수지 일대에 대한 탐문 조사와 함께 현지 조사를 벌였지만 단 한 개체도 발견하지 못했다.

미호강 수계에는 토종 민물거북 '자라'가 오래 전부터 뿌리내리고 살고 있다. 사진은 알에서 금방 깨어난 새끼 자라의 모습./김성식
미호강 수계에는 토종 민물거북 '자라'가 오래 전부터 뿌리내리고 살고 있다. 사진은 알에서 금방 깨어난 새끼 자라의 모습./김성식


남생이는 1960~80년대까지는 약재 혹은 보신용으로, 그 이후엔 애완용이란 목적이 더해져 남획 대상이 돼 왔다. 서식지 파괴와 수질 오염도 남생이의 주된 개체 수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자라는 청주 무심천 중상류 수역에서 비교적 많은 개체 수가 확인됐다. 특히 등갑 지름이 30cm 가까운 대형 자라들이 자주 물 바깥으로 몸을 드러내고 일광욕하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외래거북 득세…또 하나의 생태 변화

최근 들어 미호강 수계에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인 외래거북류가 눈에 띄게 느는 추세다. 토종 거북 남생이와 자라가 살던 터전에 인위적으로 도입된 외래거북류가 늘어나면서 일부 저수지는 외국 저수지를 방불케 할 정도다.

생태계교란 외래거북 중 미호강 수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는 붉은귀거북./김성식
생태계교란 외래거북 중 미호강 수계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는 붉은귀거북./김성식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은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있는 등 생태계에 미치는 위해가 큰 것으로 판단될 경우 환경부장관이 지정·고시한다.

거북목의 파충류로는 붉은귀거북속 전종(Trachemys spp)이 2001년에, 리버쿠터거북(Pseudemys concinna), 중국줄무늬목거북(보석거북, Mauremys sinensis), 악어거북속 전종(Macrochelys spp), 플로리다레드벨리쿠터(플로리다붉은배거북, Pseudemys nelsoni)는 2020년에, 늑대거북(Chelydra serpentina)은 2022년에 각각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로 지정됐다. 이들 외에도 냄새거북, 비단거북, 진흙거북, 페닌슐라쿠터 등이 추가 지정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현재까지 미호강 수계에 유입된 것이 확인된 종은 붉은귀거북, 리버쿠터거북, 중국줄무늬목거북, 늑대거북, 페닌슐라쿠터, 페인티드터틀 등이다. 특히 중국줄무늬목거북은 토종 남생이와 같은 돌거북과여서 교잡이 우려되는 종이다.

이들은 대부분 반려동물로 키워지다 버려진 뒤 야생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되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주로 발견되는 지역은 청주 무심천 수계 내 아파트 단지 인근의 습지와 연못, 소류지 등이다. 또 청주시 관내 곳곳에 위치한 근린공원의 습지에서도 모습이 관찰된다.

일부 종은 이미 무심천과 미호강 본류로 번져 나간 것이 확인됐다. 중부매일 취재팀은 지난 4월 30일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관내 미호강에서 물에 잠긴 바위 위에 올라 일광욕하는 리버쿠터거북을 발견, 보도한 바 있다. 리버쿠터거북은 지난 2021년 두꺼비 서식지로 널리 알려진 청주 원흥이방죽에서 포획되면서 무심천과 미호강으로의 확산이 우려된 바 있다.

이들 미호강 수계에 번져 있는 반수생거북은 단단한 등껍질을 갖고 있어 천적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생명력이 강하고 번식력도 왕성해 생태계 교란이 크게 우려되는 골치 아픈 존재다. 환경부와 자자체가 이들을 적극 퇴치하려고 하는 이유다.

이들 중 붉은귀거북(Trachemys scripta elegans)은 청거북이란 이명 외에도 미시시피붉은귀거북으로도 불린다. 원산지가 미국 남부 미시시피 강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전국 하천으로 번져 나가 가장 많은 개체가 기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미호강 수계의 보와 정체 수역, 저수지 등에서 가장 많이 관찰되는 종이다.

또 리버쿠터거북은 붉은귀거북의 뒤를 이어 세력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는 요주의 외래거북이다. 이 종은 미호강과 같은 수계인 금강 수계의 대전 유등천에서는 이미 정착한 상태여서 특히 주목되는 종이다. 유등천에서는 기존의 남생이는 물론 같은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인 붉은귀거북마저 몰아내고 자라와 함께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야생에서 붉은귀거북보다 훨씬 더 큰 위해성이 우려되는 최강의 외래거북으로 여겨진다.

이는 붉은귀거북의 등갑은 20~30cm까지 자라는 반면 리버쿠터거북은 35~40cm까지 자라는 등 덩치가 훨씬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서식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유입돼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종으로는 중국자라(Pelodiscus sinensis)가 있다. 중국자라(거북목 자랏과)는 전체적으로 연한 녹색을 띠고 있어 청자라로 불린다. 국내산 자라와 중국산 자라가 같은 종으로 잘못 알려진 탓에 무분별하게 수입돼 전국으로 번져 나간 상태다. 그런 만큼 미호강 수계에서도 과거 어느 시기엔가 유입돼 서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토종 자라와 과(자랏과)와 속(자라속)이 같아 교잡이 우려된다.

◆미호강의 뱀류(뱀목과 도마뱀목)

미호강에는 어떤 뱀류가 살까. 여기서의 뱀류는 뱀목(유린목)과 도마뱀목을 아우르는 넓은 의미다.

미호강 수계에서 발견된 쇠살모사./김성식
미호강 수계에서 발견된 쇠살모사./김성식

미호강에는 대략 10종의 뱀류가 사는 것으로 파악됐다. 뱀목 뱀과의 구렁이, 능구렁이, 누룩뱀, 유혈목이, 무자치를 비롯해 살모삿과의 살모사, 까치살모사, 쇠살모사가 확인됐다. 또 도마뱀목의 도마뱀과 줄장지뱀이 관찰됐다.

이들 중 구렁이는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이고 나머지 9종은 모두 포획금지 야생동물이다. 포획금지 야생동물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해 포획이 금지된 보호종이다.

특기할 만한 사항은 여전히 미호강 수계 내에는 살모삿과의 뱀들이 곧잘 눈에 띈다는 점이다.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의 경우 이끼도롱뇽 서식지로 알려진 탑선골과 무심천 발원지 인근을 중심으로 살모삿과의 뱀들이 유난히 많이 관찰돼 주목을 끈다. 생태계 내에서 뱀으로 이어진 먹이사슬을 고려할 때 이 일대의 생태적 특성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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