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최다 관찰… 혹부리오리 4월 중순까지 머물러

◆미호강의 오랜 생명붙이 '명맥만 유지'

미호강의 대표 오릿과로는 단연 황오리를 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올해 중부매일 취재팀에 의해 처음 알려진 진천 백곡지와 초평지의 가창오리가 앞으로 미호강의 주요 오릿과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두 종에 관해서는 앞에서 집중 보도했기에 여기서는 생략한다.

2023년 1월 넓적부리(검은 부리와 청록색 머리, 흰가슴), 청둥오리(노란 부리와 청록색 머리), 쇠오리(적갈색 머리에 눈에서 뒷목까지 녹색) 등이 미호강에 내려 앉고 있다. 미호강에서는 해마다 1월과 2월에 가장 많은 수의 오릿과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김성식
2023년 1월 넓적부리(검은 부리와 청록색 머리, 흰가슴), 청둥오리(노란 부리와 청록색 머리), 쇠오리(적갈색 머리에 눈에서 뒷목까지 녹색) 등이 미호강에 내려 앉고 있다. 미호강에서는 해마다 1월과 2월에 가장 많은 수의 오릿과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김성식

미호강의 오리류와 관련해 지역민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종이 쇠기러기(학명 Anser albifrons)와 큰기러기(Anser fabalis)다. 이들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청주 인근 미호강 인근에서 겨울철 흔하게 관찰되던 반가운 얼굴이었으나 이후 개체 수가 줄어들어 지금은 거의 명맥만 이어오고 있다. 큰기러기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됐다.

미호강을 찾는 개체 수가 많아야 200~300마리 정도인 데다 찾아오는 지역도 극히 한정된 곳이어서 종 보전 차원에서 관찰되는 장소는 밝히지 않는다. 2023년 겨울에는 약 200마리의 쇠기러기와 큰기러기가 한 무리를 이뤄 미호강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지로 떠났다.

◆야생 머스코비오리 미호강서 첫 발견

이번에 취재팀이 찾아낸 또 하나의 '손님'이 있다. 미호강 수계에서는 처음 관찰된 머스코비오리(Cairina moschata)다. 남미산 야생오리를 가축화한 품종(Domestic muscovy duck)으로 흔히 머스코비오리로 부른다. 사향기러기, 사향거위, 식용기러기라고도 부르나 오리의 한 품종이기에 오리로 부르는 게 옳다. 10여년 전에는 청주 무심천에서 야생 거위 1마리가 발견된 적 있다.

미호강의 '오랜 생명붙이'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미호강 인근의 농경지를 찾았다. 검은 부리의 끝에 주황색 띠가 있는 개체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기러기다./김성식
미호강의 '오랜 생명붙이' 큰기러기와 쇠기러기들이 먹이활동을 위해 미호강 인근의 농경지를 찾았다. 검은 부리의 끝에 주황색 띠가 있는 개체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큰기러기다./김성식

이번에 발견된 야생 머스코비오리는 미호강 중하류에서 텃새인 흰뺨검둥오리들과 무리를 이뤄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혼자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 듯 경계심이 유난히 많아 자주 이동하는 것이 목격됐다. 다른 오리류처럼 자유롭게 날갯짓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에 야생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황오리와 같은 속(屬)인 혹부리오리도 자주 출현

미호강의 겨울 단골손님 중에 혹부리오리(Tadorna tadorna)가 있다. 이 오리는 미호강의 대표 겨울철새 황오리(Tadorna ferruginea)와 같은 속으로, 둘 다 몸길이가 63~64cm인 대형종이다.

이 오리가 주목받는 것은 금강 하구, 간월호, 순천만 같은 바닷가 하구나 간척지 등에서 주로 무리를 이뤄 월동하는 종이기 때문이다. 금강 하구에는 오래전부터 혹부리오리가 찾아와 월동하고 있는데 이들 무리와 미호강에서 관찰되는 혹부리오리가 서로 연관 있는 것으로 일부 학자는 보고 있다. 즉, 금강 하구의 월동군 중 일부가 무리를 이탈해 금강과 미호강 물줄기를 타고 거슬러 올라와 내륙에서 겨울을 나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호강을 찾은 혹부리오리들은 속(屬)이 같은 근연종이란 걸 아는지 대부분 황오리 무리와 섞여 생활하고 있다. 2023년 겨울 미호강을 찾았던 혹부리오리와 황오리 가운데 일부 개체(20~30개체)는 4월 17일까지도 번식지로 이동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큰고니(Cygnus cygnus, 천연기념물,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도 개체 수는 손에 꼽을 만큼 적지만 이따금 미호강에 들렀다 가는 '깜짝 손님'이다. 또 몸의 흰색과 등의 검은색이 대비를 이뤄 멀리서도 유난히 눈에 잘 띄는 비오리(Mergus merganser)도 미호강의 겨울 생태계를 빛내는 중요 구성원이다.

넓적부리(Anas clypeata), 고방오리(Anas acuta), 흰죽지(Aythya ferina), 댕기흰죽지(Aythya fuligula), 알락오리(Anas strepera)도 자주 눈에 띄는 겨울 철새들이다.

◆1~2월에 가장 많은 오릿과 관찰돼

겨울철 미호강 현지에서 조류를 관찰하다 보면 1월과 2월에 가장 많은 물새들을 볼 수 있다. 물새 중에서도 특히 수금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오릿과 조류들이 이 시기에 중점 확인된다.

중부매일 취재팀이 지난 4월 4일 미호강에서 처음 발견한 '야생 머스코비오리(흰 가슴)'. 야생 머스코비오리는 남미산 야생오리를 가축화한 가금오리가 야생으로 돌아가 정착한 개체다./김성식
중부매일 취재팀이 지난 4월 4일 미호강에서 처음 발견한 '야생 머스코비오리(흰 가슴)'. 야생 머스코비오리는 남미산 야생오리를 가축화한 가금오리가 야생으로 돌아가 정착한 개체다./김성식

이를 뒷받침하는 의미 있는 조사 결과가 있어 관심을 끈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을 대상으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센서스)'를 실시해 발표하는 자료다.

이 자료에도 역시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6개월의 기간 중 1월과 2월에 가장 많은 물새가 미호강에서 관찰됐으며 세부적으로는 오릿과가 이 시기에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실례로 올해 1월에는 미호강 수계(센서스 대상 지역 중 미호강 수계에 해당하는 백곡지, 보강천, 병천천, 미호강, 무심천을 포함시킴)에서 발견된 물새 가운데 92.8%가 오릿과 조류로 확인됐다. 종별로는 전체 19종의 물새 가운데 52.6%인 10종이 오릿과 조류였다. 종 수는 절반 정도밖에 안 되는데 전체 개체 수의 92.8%가 오릿과였다는 것은 일부 종의 개체 수가 많이 차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2월에는 미호강을 찾은 물새 가운데 94.6%가 오릿과로 확인됐으며 종 수는 19종의 물새 가운데 9종(47.4%)이 오릿과로 분석됐다.

결론적으로 미호강에는 겨울철에 일부 특정 종의 오릿과가 비교적 많이 찾아오고 있음을 조사 자료는 시사한다. 실제 조사 자료에도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댕기흰죽지, 흰죽지, 쇠오리, 비오리, 황오리, 알락오리, 흰뺨오리 등이 많이 관찰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오릿과에 대한 미호강의 생태 기여도

다음의 관심사는 오릿과 조류와 관련한 미호강의 생태 기여도다. 미호강이 오릿과 조류들에게 서식 및 월동지로서 어느 정도 선호되고 있는지를 가늠해 봤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이 실시한 '최근 5년간 충북도의 오리류 개체수 변화'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백곡지, 초평지, 병천천, 무심천, 보강천을 포함한 미호강 수계에서는 충북을 찾는 전체 오리류의 28.5%가 관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호강에서 겨울을 지낸 혹부리오리 2마리가 4월 중순에도 번식지로 이동하지 않고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김성식
미호강에서 겨울을 지낸 혹부리오리 2마리가 4월 중순에도 번식지로 이동하지 않고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김성식

충북도 전체 면적의 약 25%를 강의 유역면적으로 품고 있는 미호강으로서는 오리류들에게 나름대로의 역할과 기여를 해오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이 총조사(센서스)의 대상 지역이 미호강 수계 외에는 모두 남한강, 충주호, 대청호, 괴산호 같이 각기 겨울철새와 관련한 생태 기여도가 비교적 높다고 알려진 곳임을 감안하면 최근 5년간 충북을 찾은 전체 오리류의 28.5%가 미호강 수계에서 관찰됐다는 것은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단순히 면적과 유역면적의 대비를 통해 생태 기여 정도를 가늠하는 게 얼마만큼 타당성이 있을지 의문이 가지만, 적어도 이 정도의 관찰빈도라면 남한강, 충주호, 대청호, 괴산호 등에 뒤처지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리류를 자연환경의 수요자라고 한다면 그 수요자들은 분명 자신들이 선호하는 수역을 서식 및 월동지로 삼고 찾아갈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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