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연번식쌍 13쌍 형성 목표치 초과 달성 '초읽기'

충남 예산군의 한 둥지탑에서 어린 황새 한 마리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소를 앞둔 어린 황새들은 이처럼 스스로 홀로서기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김성식
충남 예산군의 한 둥지탑에서 어린 황새 한 마리가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소를 앞둔 어린 황새들은 이처럼 스스로 홀로서기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김성식

1996년 미호강 변의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시작된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는 19년 만인 2015년 9월 3일 첫 번째 전환점을 맞았었다. 인공 증식한 황새를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자연 복귀가 마침내 이날부터 시작됨으로써 절종된 동물을 다시 이 땅에 돌아오게 하는 일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로부터 약 8년 만인 올해(2023년) 여름.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는 또 하나의 전환점이 예상된다. 당초 계획했던 목표치를 올해 번식기 중 달성할 것으로 보여 2023년이 한국 동물 복원사에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호강발 황새복원 프로젝트에 드디어 '성공'이란 수식어가 붙게 될 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2015년 이후 황새 105마리 '자연 복귀'

황새복원 노력은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몇 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는데 그중 몇 마리가 살아남아 몇 마리를 새롭게 탄생시켰느냐에 귀결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과 예산황새공원은 2015년 황새 8마리를 첫 방사한 이래 지금까지 8년 동안 모두 105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방사 유형별로는 자연 방사를 통해 60마리, 단계 방사를 통해 45마리를 자연 복귀시켰다.

연도별로는 <도표>와 같이 2015년 8마리, 2016년 7마리, 2017년 2마리, 2018년 13마리, 2019년 20마리, 2020년 16마리, 2021년 15마리, 2022년 24마리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갔다.

충남 아산시 도고면 도산리 송전탑에 둥지 튼 황새가 먹이터에서 돌아오고 있다. 도산리는 황새복원 사업으로 생겨난 대표적인 황새마을이다./김성식
충남 아산시 도고면 도산리 송전탑에 둥지 튼 황새가 먹이터에서 돌아오고 있다. 도산리는 황새복원 사업으로 생겨난 대표적인 황새마을이다./김성식

8년간 105마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낸 결과 모두 107마리의 황새가 태어났다. 이들 자연 복귀 개체와 야생 증식 개체 수를 합하면 212마리에 이른다. 이 가운데 38마리는 폐사하고 53마리는 1년 이상 관찰되지 않고 있다. 또 8마리를 구조해 3마리는 건강회복 후 방사하고 5마리는 사육하고 있다. 해서 실질적으로 현재 야생에 남아 있는 개체 수는 모두 116마리다.

◆희소식 중의 희소식 '늘어나는 황새 자연번식쌍'

자연으로 돌려보내진 자연 복귀 황새와 이들 사이에서 태어난 야생 증식 황새 수가 늘어나면서 해마다 자연번식쌍도 늘고 있다. 황새 자연번식쌍은 번식기에 암수컷이 야생에서 짝을 맺어 알을 낳아 부화하는 등 실질적인 번식에 들어가는 쌍을 의미한다. 이 자연번식쌍을 형성하는 일이 황새복원 프로젝트의 주된 목표이자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다.

충남 예산군이 밝힌 국내 1호 국제커플 황새. 국제커플은 우리나라에서 방사한 황새와 러시아 혹은 중국에서 월동하기 위해 남하한 야생 황새가 짝을 이룬 것을 뜻한다./예산군
충남 예산군이 밝힌 국내 1호 국제커플 황새. 국제커플은 우리나라에서 방사한 황새와 러시아 혹은 중국에서 월동하기 위해 남하한 야생 황새가 짝을 이룬 것을 뜻한다./예산군

복원사업 초기에는 인공 증식한 황새를 야생으로 돌려보낼 경우 과연 번식쌍을 맺어 자연스럽게 대내림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없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015년 9월 3일 첫 야생 방사가 있은 후 이듬해인 2016년에 방사 개체끼리의 첫 자연번식이 이뤄진 것을 비롯해 해마다 번식쌍이 늘어남으로써 그 같은 우려가 기우임이 드러났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자연 복귀시킨 황새와 러시아 혹은 중국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남하한 야생 개체 간의 국제커플 황새부부도 2건 탄생해 유전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최근 확인되고 있는 황새 자연번식쌍의 규모가 당초 목표치를 웃돌 날이 머지않았다는 점이다. 환경부, 문화재청 등은 보전계획 수립 시 '2027년까지 황새 자연번식쌍을 13쌍 형성'하는 것으로 당초 목표치를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산황새공원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모두 10쌍의 자연번식쌍이 33마리의 황새 유조를 야생 증식한 것으로 집계돼 목표치에 근접했다.

올해의 경우는 현재 번식기간 중이어서 예산황새공원 측이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현지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관계자는 "확실한 숫자는 모니터링이 끝나야 알 수 있겠지만 번식쌍의 숫자가 지난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돼 이번 번식기 중에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둥지 인근 논을 찾아 먹잇감을 찾고 있는 황새. 황새복원 사업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사라졌던 옛 모습' 중의 하나다./김성식
둥지 인근 논을 찾아 먹잇감을 찾고 있는 황새. 황새복원 사업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사라졌던 옛 모습' 중의 하나다./김성식

특히 올해는 충남을 넘어 경남과 전북지역에서도 황새 자연번식쌍이 형성돼 6월 중순 현재 육추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돼 복원사업 관계자들이 반기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30년 가까이 이어져 오면서 최근에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황새 자연번식쌍이 계속해서 늘어남에 따라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황새둥지, 황새마을의 모습도 속속 되살아나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이 점이 황새복원 프로젝트가 가져온 가장 큰 결과이자 변화이다.

◆앞으로의 황새복원 방향

김수경 박사(예산황새공원 야생복귀연구팀 선임연구원)는 "지금까지의 황새 복원사업은 어떻게 하면 황새 개체 수를 많이 늘려 야생으로 돌려보내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앞으로는 안정적인 번식쌍 및 개체군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황새 복원사업이 완전히 성공을 거두려면 황새가 텃새로 정착해 안정적으로 번식쌍을 형성하고 꾸준히 야생 증식이 이뤄져 개체군을 유지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며 "이 같은 단계로 올라서기 위해 현재 황새생태연구원, 환경부, 문화재청 등이 나서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함께 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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