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종개와 생김새 다른 신종 물고기… 극적으로 학명 붙여져

◆특별하고 희귀한 물고기 미호종개

미호강에는 남다른 물고기가 산다. 미꾸릿과의 미호종개다. 미호강의 옛 명칭인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된 기름종개류라고 해서 미호종개라는 한국명이 붙여진 한국고유종이다.

손영목 박사와 김익수 박사가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할 때 '기준 표본'으로 삼은 홀로타입(원내)과 이 홀로타입을 채집한 청주시 팔결교 상류의 미호강 전경.(홀로타입 출처: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Cobitis choii 논문)/김성식
손영목 박사와 김익수 박사가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할 때 '기준 표본'으로 삼은 홀로타입(원내)과 이 홀로타입을 채집한 청주시 팔결교 상류의 미호강 전경.(홀로타입 출처: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Cobitis choii 논문)/김성식

여러 번의 복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식 개체 수가 여전히 극소수에 불과해 25년째 멸종위기야생생물 1급에 올라있는 '귀한 몸'이다. 더욱이 국내 4종밖에 안 되는 천연기념물 물고기 중 하나이자 종(種)과 서식지가 별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2종의 물고기 중 하나(다른 하나는 어름치)이기도 하다.

미호종개는 사연도 많다. 대학 동기동창인 두 물고기 석학에 의해 신종 발표된 물고기로서, 스승을 기리기 위해 학명에 스승의 성(姓)을 담아 명명한 '보은(報恩)의 물고기'다. 신종으로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다. 외국학자에 의해 학명이 바뀌었다가 원 위치된 이력도 있고 아무르강에 미호종개가 산다는 주장도 제기된 적 있다.

◆미호종개의 탄생(신종 발표) 과정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3년의 일이다. 그해 3월 한국육수학회지 16권에 미호종개의 탄생과 관련된 의미 있는 논문이 발표됐다. 주제는 '미호천의 담수어류상에 관한 연구'였고 발표자는 당시 청주사범대학교(현 서원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였던 손영목 박사였다. 이 논문 상의 미호천과 청원군은 현재의 미호강과 청주시를 의미하기에 혼동을 막기 위해 이하 미호강, 청주시로 각각 통일하기로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미호강 전 수역을 대상으로 한 어류상 조사는 손 박사의 것이 처음이었다. 손 박사는 이 논문을 통해 "1982년 4~9월 초까지 청주시 오창면 여천리 등 11개 지점에 대해 조사한 결과 미호강의 민물고기는 8과 36속 45종으로 나타났으며 한국고유종은 15종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미호종개 탄생의 두 주역인 손영목 박사(서원대학교 명예교수, 왼쪽)와 김익수 박사(전북대학교 명예교수)./김성식
미호종개 탄생의 두 주역인 손영목 박사(서원대학교 명예교수, 왼쪽)와 김익수 박사(전북대학교 명예교수)./김성식

손 박사는 특히 "미꾸릿과 어류는 미꾸리 17개체, 미꾸라지 2개체, 점줄종개 81개체, 참종개 81개체가 각각 채집됐다"고 설명했는데 이 내용이 미호종개라는 신종 물고기 발견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논문이 발표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손 박사를 찾은 학자가 있었다. 전북대 생물학과 교수였던 김익수 박사다. 김 박사는 손 박사와 서울대 생물학과 동기동창이다. 당시 김 박사가 손 박사를 찾은 이유는 훗날 그들의 스승인 고 최기철 박사가 소개할 만큼 유명한 일화가 됐다.

고 최기철 박사는 저서에서 "1990년 11월 어느 날 전주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김익수 박사가 문득 1983년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박사는 당시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을 오르내렸는데 청주 인근 미호강을 지날 때마다 하얗게 깔린 모래사장에 늘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저렇게 모래가 많은 하천바닥이라면 참종개 외에도 특별한 종개류가 있지 않을까. 만일 있다면 그것은 신종이 아닐까'란 생각을 항시 해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손 박사의 논문이 발표됐고, 그 내용을 보는 순간 '미호강의 참종개는 과연 참종개일까'란 순수한 학문적 의구심이 들어 곧바로 청주 손 박사를 찾아갔다고 한다"고 기록했다.

이어 "손 박사의 양해를 얻은 김 박사는 당시 미호강에서 채집된 81개체의 참종개를 모두 관찰한 결과 꼬리자루가 가늘고 몸 양측의 반문이 참종개와 다른 개체들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서 그 자리에서 손 박사와 공동연구해 신종으로 밝혀질 경우 한국명은 '미호종개'로 하고 학명은 'Cobitis choii Kim and Son'으로 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1984년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발표해 미호종개라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알린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Cobitis choii' 논문(손영목 박사 제공)./김성식
1984년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발표해 미호종개라는 새로운 종의 탄생을 알린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Cobitis choii' 논문(손영목 박사 제공)./김성식


공동연구에 들어간 두 박사는 곧 신종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고 직접 조사를 통해 미호종개, 점줄종개, 참종개가 같은 지역에 서식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두 박사는 이러한 결과를 1984년 한국동물학회지 27권 1호에 '한국산 기름종개속 어류의 1신종 Cobitis choii'란 논문으로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두 박사의 노력으로 마침내 미호종개란 한국명을 가진 새로운 어종이 한국의 민물고기 목록에 오르게 된 것이다.

기자는 미호종개의 탄생과정을 되뇔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미호강에 대한 손 박사의 세밀한 채집조사가 없었다면, 또 우정을 뛰어넘는 김 박사의 학문적 의구심이 없었다면, 나아가 두 박사의 서로에 대한 학문적 신뢰가 없었다면 과연 미호종개란 신종이 발표될 수 있었을까. 어쩌면 영원히 발견되지 않은 채 참종개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랬을 경우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멸종의 길을 걸어갔을지도 모를 일이다. 두 박사의 업적이 생각할수록 돋보이는 이유다.


◆스승 향한 보은(報恩)의 마음이 담긴 학명

미호종개의 학명은 Cobitis choii다. 한국어로 발음하면 '코비티스 초이'다. 코비티스(Cobitis)는 기름종개속을 뜻하는 속명(屬名)이고 초이(choii)는 명명자인 손 박사와 김 박사가 그들의 스승인 고 최기철 박사를 기리기 위해 최 박사의 성(姓)을 가져다 붙인 종소명이다.

이런 속사정을 아는 학자들은 미호종개를 '보은의 물고기'로 부른다. 또 학명 중 종소명이 실제적인 종의 명칭이란 점에서 미호종개를 '최 고기' 혹은 '최 종개'라고 부르는 이도 있다.

한국명과 학명을 지은 배경에 관해 손영목 박사는 "김익수 박사와 함께 찾아낸 신종을 미호종개로 이름 지은 것은 첫 채집장소가 미호강인 데다 당시에는 미호강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이었기 때문이다. 또 기름종개속(Cobitis속)의 새로운 종이므로 'choii'란 종소명을 붙여 학명을 Cobitis choii로 지었다. choii는 라틴어식 발음으로 '초이'로 읽히긴 하지만 나와 김익수 박사의 은사인 고 최기철 박사님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최 박사님의 성(姓)에서 따온 것"이라고 회고했다.

미호강에 함께 서식하는 미호종개(왼쪽)와 참종개. 미호종개는 신종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참종개로 분류됐다./김성식
미호강에 함께 서식하는 미호종개(왼쪽)와 참종개. 미호종개는 신종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참종개로 분류됐다./김성식

이와 관련해 고 최기철 박사는 생전에 "미호종개를 신종 발표하기 직전에 김 박사와 손 박사가 나를 생각해 종소명을 'choii'로 지었으니 양해해 달라고 해 사양했으나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 고맙긴 하나 (스승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김성식 환경생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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