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27년째 프로젝트 추진… 105마리 자연 복귀

미호강 변의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시작한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에 힘입어 이 땅에 기적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텃황새의 모습.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과 예산군은 2015년 9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105마리를 방사해 107마리가 자연 증식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황새가 먹이를 잡아 둥지로 향하는 모습(왼쪽)과 이를 본 짝꿍 황새가 부리를 마주치며 반갑게 맞는 모습./김성식
미호강 변의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시작한 한반도 황새복원프로젝트에 힘입어 이 땅에 기적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텃황새의 모습.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과 예산군은 2015년 9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105마리를 방사해 107마리가 자연 증식하는 쾌거를 이루는 등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황새가 먹이를 잡아 둥지로 향하는 모습(왼쪽)과 이를 본 짝꿍 황새가 부리를 마주치며 반갑게 맞는 모습./김성식

 

한반도 황새복원과 미호강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시계가 돌아가고 있다. 8년 전인 2015년 9월 3일부터 돌아가고 있는 '황새 야생복귀' 시계다. 2023년 6월 9일 현재 2836일을 가리키고 있다. 이 시계를 관리 운영하는 곳은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이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이 이 시계를 관리 운영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황새복원프로젝트의 메카이자 주체이기 때문이다. 한국교원대는 미호강과 채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한국교원대가 주도하는 황새복원을 '미호강발(發) 황새복원'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미호강은 한반도 텃황새(텃새 황새)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황새의 강이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조선총독부가 '조선보물 고적명승 천연기념물 보존령'에 의해 4곳의 황새번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는데 이 중 3곳이 미호강 상류에 있다. 1994년 9월 23일 숨을 거둔 한반도 마지막 텃황새 암컷도 미호강 상류를 중심으로 대내림 해오던 개체군 중 하나다. 이 암컷 황새가 죽음으로써 한반도 텃황새가 절종된 지 2년 뒤(1996년) 미호강 변에 유일하게 위치해 있던 한국교원대가 황새복원에 나선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올해로 27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호강발 황새복원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돼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그간의 성과는 어떠했는지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한반도 황새복원사의 첫 장을 열다

2011년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센터가 야생 방사를 위해 교내 사육장에서 기르던 황새 모습./김성식
2011년 한국교원대학교 황새복원센터가 야생 방사를 위해 교내 사육장에서 기르던 황새 모습./김성식

황새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과 천연기념물로 중복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 평가에는 멸종위기(EN)로 분류된 국제보호종이기도 하다. 여기서의 멸종위기는 야생에서 멸종 가능성이 높은 수준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호강 상류에 살던 마지막 개체군 중 한 쌍이 충북 음성군 생극면 관성리 무술마을에 둥지 틀고 살았으나 두 마리 모두 변을 당해 죽었다. 수컷은 1971년 4월 4일 밀렵꾼 총에 맞아 죽고 암컷은 1983년 8월 농약중독으로 쓰러져 창경원 동물원(서울대공원 동물원 전신)으로 옮겨진 뒤 건강을 회복했으나 1994년 9월 23일 끝내 숨을 거둠으로써 한반도 텃황새는 절멸했다.

그로부터 2년 뒤 한국 동물 복원사에 길이 빛날 대장정이 시작됐다. 1996년 한국교원대가 황새복원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황새복원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대장정의 첫발은 그해 7월 17일 러시아로부터 황새 2마리를 들여오는 것으로 시작했다. 박시룡·고 김수일 교수(생물교육과)가 직접 수입해온 이들 황새는 아무르지역에서 채집한 알을 인공부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를 보도한 한 일간지 기사에는 "한국교원대 사육장에서 2~3년간 기르다가 충북 음성군 등에 풀어놓아 텃새로 자라도록 할 계획"임을 전했다. 이렇게 시작한 황새복원사업이 어느덧 30년을 바라본다.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연구센터는 1999년 일본에서 3개의 수정란을 들여와 2마리를 인공 부화했다. 2002년엔 첫 번식쌍이 맺어져 2마리를 인공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듬해인 2003년엔 1마리를 자연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복원사업 7년 만의 쾌거였다.

2007년엔 두 번째, 세 번째 번식쌍이 맺어져 6마리를 추가로 증식했다. 같은 해 지금의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화원리(당시 청원군)에 2마리를 시험 방사하기도 했다.

2008년엔 사단법인 한국황새복원센터가 출범하고 대리모에 의한 번식에 성공했다. 유전자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해 서울대공원과 황새 2마리를 상호교환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황새복원 프로젝트 추진

2015년 9월 3일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과 예산군은 한반도 황새 야생복귀의 첫걸음으로 황새 8마리를 방사했다./예산군
2015년 9월 3일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과 예산군은 한반도 황새 야생복귀의 첫걸음으로 황새 8마리를 방사했다./예산군

황새복원사업의 여러 실적이 쌓여가자 실제로 황새를 풀어놓아 정착하게 할 대상지가 필요했다. 해서 2009년 6월 문화재청과 함께 황새마을 조성사업 대상지를 공모해 충남 예산군을 최종 선정했다.

같은 해 한국황새복원센터는 황새 옛 번식지 복원을 위한 한·중·일 국제심포지엄도 열어 3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2010년엔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예산황새공원 조성에 들어갔다. 황새를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제적인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2013년엔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을 설립하고 LG상록재단과의 후원 MOU도 맺었다.

이어 2014년 5월엔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이 문을 열었고 6월에는 예산황새공원에 황새복원과 관련한 연구 및 사육을 위탁하면서 황새 60개체를 이전했다. 아울러 예산군 광시면 시목리, 장전리, 관음리에 각 1개소씩의 단계적 방사장을 만들었다. 황새들이 알을 낳고 부화해 새끼를 기를 수 있도록 둥지탑도 5개(예산황새공원 내 2개, 단계적 방사장 주변 3개)를 설치했다.

2015년 6월 드디어 예산황새공원이 문을 열었다. 예산황새공원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13만5669㎡ 부지에 황새문화관, 오픈장, 생태습지, 사육장 등을 갖춘 국내 유일의 황새복원 전문시설이다.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예산황새공원과 함께 2015년 9월 3일 역사적인 황새 첫 야생 방사에 나서 성조 6마리와 유조 2마리를 자연으로 복귀시켰다. 서두에 말한 황새 야생복귀 시계는 이때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 자연으로의 황새 복귀는 이후 해마다 이뤄져 지금까지 모두 105마리가 방사됐다.

 

왜 예산군을 황새마을 조성사업 첫 대상지로 선정했나

예산군은 옛 황새 번식지가 두 곳 이상 있었던 곳으로 1970년대 이전까지 실제 황새가 서식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황새공원이 들어선 예산군 광시면 일대는 무한천을 끼고 넓은 농경지와 습지가 발달한 데다 인근에 예당저수지가 위치해 있어 최적의 황새 서식지로 평가받았다.​

천혜의 환경조건에 더해 주민들의 협조도 적극적이다. 황새공원 주변의 약 150만㎡의 논을 경작하는 농민들은 농약을 쓰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농사짓는 등 황새가 살 수 있는 서식환경을 만들기 위해 합심하고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지역 주민의 반대로 황새마을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되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황새 번식지로 유명했던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도 주민 반대로 대상지에 선정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과거 청원군이 국내 첫 황새 시험 방사지였음에도 불구하고 황새마을 조성사업 대상지로 최종 선정되지 못한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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